몇 년 전 뉴스에서는 ‘슈퍼 엘니뇨’라는 단어가 연일 등장했습니다.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대형 산불이 이어졌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 해 겨울, 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고, 강수량은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마치 엘니뇨가 곧 이상기후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엘니뇨는 수백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온 자연스러운 해양‧대기 현상 중 하나입니다.
지구는 구형이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 태양 빛이 비추는 입사각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양은 적도 지방에서 가장 크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적어집니다.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 때문에 대기는 남북 방향으로 순환하며, 여기에 지구 자전에 의한 전향력이 더해져 위도에 따라 일정한 방향의 바람이 불게 됩니다. 위도 0°~30° 부근에서는 무역풍, 30°~60° 부근에서는 편서풍, 60°~90° 부근에서는 극동풍이 주로 불게 됩니다.
이러한 바람은 해수의 순환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적도 부근 남태평양에서는 남동무역풍이 불어 표층 해수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시킵니다. 그 결과 따뜻한 표층 해수가 인도네시아 부근의 서태평양으로 몰리게 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페루 근처의 동태평양에서는 심해의 차가운 해수가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용승 현상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동태평양은 표층 수온이 낮고 고기압이 형성되어 건조한 기후를 보이는 반면, 서태평양은 표층 수온이 높고 저기압이 형성되어 비가 많이 내리는 습윤한 기후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약 3~7년 주기로 무역풍이 약해지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쪽으로 향하던 해류의 흐름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동태평양의 차가운 용승류가 약화되어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집니다. 반대로 서태평양의 표층 수온은 상대적으로 낮아져, 결국 태평양의 동서 간 수온 차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로 인해 동태평양의 고기압은 약해지고 저기압이 발달하며, 서태평양은 고기압성 흐름으로 바뀌어 강수량이 줄어듭니다. 즉, 동태평양에서는 비가 많아지고, 서태평양에서는 가뭄이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엘니뇨’라고 합니다.
평상시
-동쪽 해역에서 차가운 심해수 용승
-동쪽 해역에 고기압, 서쪽 해역에 저기압 발달
-동쪽은 맑고 건조한 기후, 서쪽은 비가 많이 내림
엘니뇨가 발생 시
-동쪽 해역의 용승 약화
-동쪽 표층 해수 수온 증가. 서쪽 해수 수온 감소
-동쪽 해역에 저기압 발달, 서쪽 해역에 고기압 발달
-동쪽에서 강수량 증가, 서쪽에서 강수량 감소
엘니뇨란 스페인어로 ‘신의 아들’ 또는 ‘어린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입니다.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을 때, 즉 평상시에는 페루 근처 동태평양 해역에서 다량의 영양염류를 포함한 차가운 심해수가 용승하면서 다양한 플랑크톤과 어류가 서식하는 좋은 어장이 형성됩니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용승이 약해지고 표층 수온이 높아지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이 현상이 주로 크리스마스 무렵, 즉 예수 탄생 시기에 자주 나타났기 때문에 페루의 어부들은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엘니뇨’의 어원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러한 해류와 기상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발생해 왔던 엘니뇨가 최근들어 더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일까요? 보통 동태평양 표층 해수의 평균 수온이 0.5℃ 이상 상승한 상태가 5개월 연속으로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반적인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평균 수온이 1℃에서 2℃까지 오르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만큼 엘니뇨의 강도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커진 것입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해역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서태평양 해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엘니뇨의 강도가 클수록 이런 극단적 기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게다가 엘니뇨의 효과는 단지 태평양 해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엘니뇨에 의해 적도 해역의 표층 해수 온도 분포가 변화하면 이에 따라 대기의 대류 활동이 달라집니다. 저기압과 고기압이 형성되는 위치가 이동하고, 대류의 세기 역시 변화합니다. 이는 곧 대기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위치와 양이 달라진다는 의미로, 지구 전체의 대기 흐름을 바꾸어 전 세계적인 기상 변화를 유발하게 됩니다.
실제로 1982년~1983년에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에콰도르에서 대홍수가 발생해 약 600명이 사망했고, 로키산맥에서는 폭설이, 캘리포니아에서는 허리케인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심한 가뭄과 모래폭풍이 발생했습니다. 이후에도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때마다 전 세계는 다양한 이상기후를 겪었습니다. 1997~1998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에는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남미에서는 집중 호우와 홍수가 이어져 수천명이 사망했습니다. 2015년~2016년에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극심한 가뭄을 일으켜 농작물 피해와 식량난을 초래했고, 남미에서는 폭우와 산사태가 잇따랐습니다. 2023년~2024년에도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는데 북반구 곳곳에 기록적인 폭염을 일으켜 유럽, 중동, 북아메리카 등에서 최고 기온 기록이 잇따라 갱신되었습니다. 이처럼 엘니뇨의 영향은 점점 더 극단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한 엘니뇨의 발생은 강한 라니냐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할 때와 반대로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 서태평양 쪽으로 따뜻한 해수가 더 많이 이동하고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라니냐’라고 합니다. ‘라니냐’는 ‘여자 아이’라는 의미로 ‘남자 아이’를 뜻하는 엘니뇨의 반대 개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더 많은 비구름이 형성되어 폭우가 내리고, 동태평양 지역에서는 가뭄과 한랭한 날씨가 나타납니다. 이처럼 엘니뇨와 라니냐는 서로 반대되는 현상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에너지 순환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지구 기후의 진자 운동과도 같습니다. 엘니뇨가 강하게 발생하면 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와 대기에 막대한 열 에너지가 축적됩니다.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1~2℃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온도가 조금 오르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 엄청난 양의 잠열이 저장된다는 뜻입니다.
지구 시스템은 평형을 회복하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강한 엘니뇨가 끝나면 축적된 에너지를 빠르게 방출하기 위해 라니냐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즉 엘니뇨가 강할수록 그 뒤를 잇는 라니냐도 강해지고 결국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이상기후의 진폭이 커집니다. 이러한 기후 변동은 폭우, 가뭄, 한파, 폭염 등 다양한 자연 재해로 이어져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농업과 어업,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의 에너지 순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 강도와 영향의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상 이변이 초래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선제적 예측과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후 관측과 예측 시스템의 정교화, 기후 위험에 대비한 사회적 적응력의 강화를 위한 실질적 대응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통한 지구 전체의 에너지 불균형을 완화해야 합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가 에너지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호흡하는 자연의 리듬입니다. 그 리듬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Q.그림 (가)와 (나)는 엘니뇨 시기와 평년의 적도 부근 태평양의 대기와 해수의 흐름을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 옳은 설명에는 ‘○’를, 옳지 않은 설명에는 ‘×’를 표시하시오.
(2) 무역풍의 세기는 (가)일 때가 (나)일 때보다 강하다. (○, ×)
(3) A의 표층 해수 온도는 (가)일 때가 (나)일 때보다 높다. (○, ×)
(4) 동태평양과 서태평양의 표층 수온 차이는 (가)일 때가 (나)일 때보다 크다. (○, ×)
(5) A 지역의 강수량은 (가)일 때가 (나) 일때보다 많다. (○, ×)
A.○, ×, ○, ×, ○
(2) 엘니뇨는 무역풍이 약해져 발생하므로 무역풍의 세기는 엘니뇨 시기인 (가)일 때가 (나) 일때보다 약하다.
(3) (가)일 때 따뜻한 해수의 서쪽으로의 흐름이 약해지므로 A의 표층 해수 온도는 (가)일 때가 (나)일 때보다 높다.
(4) 동태평양과 서태평양의 표층 수온 차이는 엘니뇨 시기인 (가)일 때가 (나)일 때보다 작다.
(5) A 지역의 강수량은 A 지역에서 상승 기류가 발달하는 (가)일 때가 하강 기류가 발달하는 (나)일 때보다 많다.
Q.그림 (가)와 (나)는 서로 다른 두 시기에 해수의 수온 연직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가)와 (나) 중 한 시기는 엘니뇨 시기이다. 옳은 설명에는 ‘○’를, 옳지 않은 설명에는 ‘×’를 표시하시오.
(2) (가) 시기에 적도 부근에서는 편서풍이 분다. (○, ×)
(3) (가)일 때보다 (나)일 때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역에서 용승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 ×)
(4) (나) 시기일 때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역에서는 상승 기류가 형성된다. (○, ×)
A.×, ×, ○, ×
(2) (가) 시기에 적도 부근에서는 무역풍이 불며, 무역풍의 세기가 평년보다 약해진다.
(3)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나)일 때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역에서 용승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따뜻한 표층 해수의 서쪽으로의 흐름이 약해져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역의 용승이 약화된다.
(4) (나) 시기일 때 적도 부근 동태평양
의 표층 해수 온도가 낮으므로 동태평양 해역에서 하강 기류가 형성되어 맑고 건조한 기후가 형성된다.
① 18년 만의 슈퍼 엘니뇨 강타(기사 클릭)
과학동아 2015년 07월호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는 원리와 슈퍼 엘니뇨가 전세계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지구 온난화에 의해 슈퍼 엘니뇨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② 기상이변 일으키는 태평양의 강력한 기후 엔진 ‘천의얼굴’ 엘니뇨(기사 클릭)
과학동아 2018년 9월호
엘니뇨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으며, 엘니뇨가 발생, 지속, 소멸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수학적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 앞으로 발생할 이상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연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