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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이번엔 진짜일까? 화성에서 또 ‘생명’ 흔적 발견

화성 탐사의 역사는 ‘생명’의 흔적을 향해 달려온 발자취였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중대 발표’를 예고할 때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다. 혹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건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화성 탐사는 번번이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마주하게끔 했다. 물의 흔적과 유기물의 단서가 발견될 때마다 기대가 커졌지만,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지난 9월,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잠재적 생체지표’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또 한번 전해졌다. 유기물과 특이한 광물, 그 사이의 반응 흔적이 한 자리에 모여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번엔 과연 진짜일까?
 

 

▲GIB, 박주현

 

인류의 화성 생명 탐사의 첫 장면은 197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ASA는 화성 표면에 첫 착륙선 ‘바이킹(Viking)’을 내려보냈다. 여기엔 사진을 찍고 흙을 채취, 분석하는 장비가 실려 있었다. 바이킹이 화성 흙에 영양분을 주입하자, 일부 시료에선 기체가 발생했다. 지구라면 미생물이 숨 쉰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세포의 기본 재료 격인 유기 분자가, 화성 흙에선 거의 나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뒤에야 그 이유를 찾았다. 화성 흙에 과염소산염 같은 강한 산화제가 있어서일 가능성이 컸다. 이 물질은 영양분을 만나면, 미생물 없이 화학 반응만으로도 기체를 생성한다. 바이킹 실험은 화학 반응을 생명 신호로 착각한 결과로 마무리됐다.

 

▲NASA
199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고대 화성 미생물의 흔적일 가능성을 제기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화성 운석 ALH84001의 미세 구조. 조사 후 해당 구조는 생명 활동과 무관한 화학적 반응의 결과로 귀결됐다.

 

미국 대통령까지 움직인 화성 운석

 

1996년 8월 6일, 또 한 번의 ‘발견’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지구 남극의 얼음 속에서 건져 올린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미생물을 닮은 미세 구조와 특이한 탄산염 광물, 유기물의 흔적이 보고된 것이다. NASA 연구진은 이것이 고대 화성의 미생물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고 흥분했고,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우주에서 생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발견”이라 강조했다.
곧 반전이 일어났다. 이 미세 구조는 광물 결정으로 볼 수 있고, 유기물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 뒤에 오염됐거나 비생물학적으로 형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탄산염 광물도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결국 ALH84001도 생명 신호로 착각할 수 있는 화학 반응으로 정리됐다. 두 번째 희망도 같은 길을 걸은 셈이다.


1997년 패스파인더가 화성 탐사의 긴 공백을 깼다. 패스파인더의 임무는 탐사 기술과 화성의 환경 검증이 중심이었지만, 화성 생명 탐사의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2012년엔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게일 충돌구에 착륙하며 생명 흔적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큐리오시티는 퇴적암과 복잡한 유기 분자를 확인하고, 화성 대기 중의 메탄 농도가 계절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도 포착했다. doi: 10.1126/science.aaq0131


지구에서 메탄은 주로 미생물이 만드는 기체다. 화성의 메탄 농도가 여름에 높아지고 겨울에 낮아지는 패턴은 계절에 맞춰 숨 쉬는 생명 활동을 연상시켰고, 단기간에 메탄이 수십 배로 늘었다가 사라지는 ‘스파이크’ 현상도 의문스러웠다. 이 발견들을 화성 생명의 국소적 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과, 암석이 방출한 메탄이 화학 반응으로 빠르게 소멸했을 것이라는 지질학적 해석이 맞섰다.


실제로 메탄의 발생과 소멸은 화산 활동, 광물과 물의 반응, 자외선에 의한 화학 분해 등 비생물학적 과정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생명의 재료라는 유기 분자도, 그 자체가 화성 생명체의 흔적은 아니었다. 결국 큐리오시티의 발견은 직접 증거로 보기엔 부족했다.


또한 큐리오시티는 고대 호수의 퇴적암과 물의 흔적을 발견해, 화성이 과거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음을 보여줬다. 다만 이는 환경 조건의 증거일 뿐, 실제 생명의 존재를 입증하진 못했다.

 

▲NASA/JPL-CaltechA
화성의 ‘사파이어 캐니언’ 샘플을 화성 궤도까지 운반할 화성 상승선(MAV)의 발사 상상도. 이 샘플을 귀환 궤도선이 받아서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브라이트 엔젤, 반응의 경계에서 만난 흔적

 

2025년엔 화성의 예제로 충돌구로 무대가 옮겨졌다. 2021년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이곳에서 화성 생명체 가능성의 직접적 단서를 찾고 있다. 정밀 장비를 탑재한 ‘이동식 연구실’과 같은 퍼서비어런스는 드릴로 바위를 파내고 줌 카메라와 분광기로 지형을 살피며, 환경 센서로 대기와 방사선을 기록한다.


예제로 충돌구는 점토 광물이 풍부해서 생명 흔적이 보존되기 좋은 환경으로 꼽힌다. 약 38억 년 전 큰 호수가 있었으며, 강물이 진흙과 모래를 퇴적해, 삼각주 지대가 형성됐다. 이곳에서 채취한 샘플 대부분은,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점토와 이암이다. 점토는 미세 입자 틈에 유기물을 가둬 보존하기 좋고, 이암은 잔잔한 호수 바닥에 쌓이며 과거의 환경과 생명 흔적을 간직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중 퍼서비어런스가 탐사한 브라이트 엔젤(Bright Angel) 지층의 체야바폭포 암석에서, 표범 가죽 같은 얼룩무늬의 암석 ‘사파이어 캐니언’이 발견됐다. 검은 점들이 점점이 박혀 있고 무언가가 응집한 듯한 모양이다. 이 코어 샘플에선 유기 탄소 성분과 푸른빛의 비비아나이트, 검은 점을 이룬 그라이자이트가 확인됐다.


비비아나이트는 철과 인이 결합한 광물로, 산소가 부족하고 유기물이 풍부한 늪이나 호수 바닥에서 흔히 형성된다. 그라이자이트의 경우, 황이 에너지원인 미생물이 활동하는 환경에서 자주 형성된다. 황산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을 때, 철과 황이 결합해 생기는 부산물이 바로 이 광물이다. 물론 이런 광물도 철과 황이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비생물적 산화·환원 과정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광물들은 뚜렷한 경계선을 따라 배열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경계를 ‘반응전선(reaction front)’이라 부른다. 일부 구간에선 콩알처럼 작은 광물 덩어리인 결절(nodule)도 나타났다. 유기물이 스며든 진흙과 무기 광물이 맞닿아 화학 반응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경계에서, 때때로 결절이 만들어진다. 


NASA 연구팀은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유기물, 비비아나이트, 그레이자이트, 결절, 반응전선이 한 자리에서 포착됐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이런 패턴은 미생물의 흔적과 종종 겹친다. 암석의 얼룩무늬와 검은 점들은 수십억 년 전에 유기물과 무기 광물이 닿아서 일으킨 화학 반응의 증거일 수 있다. doi: 10.1038/s41586-025-09413-0 그렇기에 이번 발견은 생명과 무생물의 경계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단서를 제시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순수한 지질 작용의 결과일 가능성도 남아 있어, 이번 논문의 연구진은 이 신호를 ‘잠재적 생체지표’로 부른다.

 

▲NASA
1 2025년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브라이트 엔젤 지층의 체야바폭포 암석에서 ‘잠재적 생체지표’가 포함된 암석 샘플 ‘사파이어 캐니언’을 채취하기 위해 이동한 경로(화살표). 브라이트 엔젤 지층은 예제로 충돌구에 속한다. 예제로 충돌구는 점토 광물이 풍부해, 화성에서 생명 흔적이 보존되기 좋은 환경으로 꼽힌다.
2 2025년 7월 23일 체야바폭포 암석을 배경으로 셀카를 촬영한 퍼서비어런스.
3 사파이어 캐니언의 표면. 비비아나이트와 그라이자이트 같은 광물의 뚜렷한 경계선인 반응전선과 작은 광물 덩어리인 결절이 확인된다. 이것은 유기물과 무기 광물 간 화학 반응의 흔적일 수 있어서, 잠재적 생체지표로 불린다.

 

화성 생명의 단서는 언제쯤 지구에 도착할까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는지, 아직 확답할 수는 없다. 암석의 얼룩과 광물 조합이 생명 흔적인지는 지구의 실험실에서 판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샘플의 동위원소 비율을 정밀 측정하고, 원자 단위까지 미세 구조를 관찰하며, 복잡한 유기 분자의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퍼서비어런스의 샘플이 지구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당초 이 샘플의 지구 도착은 2030년대 초가 목표였지만, 기술적 난관과 예산 문제로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절차도 복잡하다.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샘플을, 작은 발사체인 화성 상승선(MAV)이 궤도에 올리고, 다시 유럽우주국(ESA)의 귀환 궤도선이 받아서 지구로 가져와야 한다. 혹시 모를 오염을 막기 위한 까다로운 안전 규정까지 충족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전체 운반 비용은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생전에 “외계 생명을 발견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될 것”이라며 지적 호기심과 열린 태도를 보였다. 2008년 NASA 50주년 기념 강연에서도 그는 “우주로 나아간다고 해서 지구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이 인류가 우주에서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확인하는 열쇠가 될까? 설령 이 기대와 다른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여정은 인류가 화성의 진짜 얼굴에 다가서는 또 하나의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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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객원기자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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