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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대학 수석합격자

영광의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사―우선 영예의 수석합격을 축하합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전공이 모두 달라서 마치 각 학문분야의 대표처럼 느껴지는데요. 과거 같으면 특정 인기학과에서 수석합격자가 수두룩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뭏든 이번엔 예년과는 달리 재수생도 3명이나 끼어 있고, 얘기거리가 많을 것 같아요. 그러면 고려대 수석 김용식군부터 전공선택의 계기를 말씀해 주시죠.

●―전공선택은 자신의 의지대로

김―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의사하고 과학자 두가지 중에서 뭘할까 망설이다가 의사쪽으로 기울어졌지요. 작년에는 의대를 지원하려고 하다가 점수가 안돼서 공대를 썼지요.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올해는 원래 정한대로 가야 되겠다고 생각을 바꿨지요.

송―기계과는 어릴 때부터 원했기 때문에 갔읍니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하거든요. 가장 가까운 것을 찾다 보니까 기계과에요. 자동차공학과가 있었다면 거길 지원했을 거예요.

정―저는 처음에 공대를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극구 말렸어요. 그래서 2차적으로 생각한 것이 약학과였죠. 나중에 사회활동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동시에 가정도 돌볼 수 있을 것 같고 해서 약학과를 지원했어요. 전공선택을 할 때 주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지만 최종결정은 제 스스로 했죠.

곽―중학교 1학년 때 컴퓨터 열기가 불었지요. 그때 컴퓨터를 한대 샀는데 거기에 빠져가지고…. 그쪽으로 한번 나가보려고 전자전산학과에 들어갔어요. 주위에서 말리는 분은 없었고 전공선택은 제가 혼자 결정한 거죠.

이―화학공학과는 고3때 처음 선택하게 됐어요. 고3원서 쓸 무렵이었는데 그때는 솔직이 화학공학과가 뭔지 몰랐어요. 화학공학과와 공업화학과를 구별 못할 정도였지요. 당시에는 멋 모르고 썼는데 재수하면서 많이 알아 보았어요. 알아보니 분야가 참 넓은 학과였어요. 여러 방면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죠. 요즘 첨단이라고 하는 대체에너지나 환경공학도 할 수 있고…. 제가 재수생이니까 될 수 있으면 낮춰서 가려고 생각했고 또 가고 싶기도 해서 선택하게 된 것이지요.

사―그러면 낮춰서 간겁니까?

이―네. 좀 낮춰서 갔죠. 전자공학과가 화공과보다 다소 위험부담이 컸으니까요.

사―전자공학과 학생들의 기를 퍽 살려주는 얘기인데요….

이―사실 막상 가면 아무 것도 아닌데…. 소위 인기학과도 얼마 지나면 하향길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지요. 인기학과만 너무 따질 필요는 없어요.

●―국어점수 10점 올리기 작전

사―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시험대비를 해 왔는지 총괄적으로 얘기해 봅시다. 우선 고등학교 1,2,3학년을 구별지어 독특한 학습법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김―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주요과목 위주로 공부했지요. 기타 과목은 별로 신경 안썼고 내신이 있으니까 시험 때만 준비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영어 수학은 하루에 두시간내지 세시간씩 꼭 했어요. 또 저녁 6시부터 10시반까지 빠지지 않고 자습을 했구요. 3학년에 올라와서도 1학기까지는 그런 식으로 하다가 2학기 때부터 암기과목을 시작했어요 그 해 시험에 떨어져 재수하면서도 3학년 때와 거의 같은 식으로 했죠. 재수는 학원을 1년내내 다니면서 했어요. 지금 이 자리에는 재수생 출신이 세사람이나 있어요. 종진이 순호 그리고 저는 모두 같은 학원에 다녔던 재수생이었어요.

송―용식이하고 별 차이는 없는데요. 1,2학년 때는 아무래도 암기과목보다는 영·수에 치중했죠. 3학년 때는 모의고사 진도에 맞춰서 암기과목을 정리해 나갔고 영·수도 계속했죠. 재수 때도 고등학교 때와 비슷하게 학습계획을 세웠어요.

●―재수를 하게 된 이유

사―왜 재수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송―고3 때는 공부하는 양은 많았지만 머리에 들어온 게 없었지요. 다시 말해 실력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무엇이든 대충 알아서는 소용없고 확실히 외워야만 특히 주관식 문제에 대한 답을 쓸 수 있어요. 객관식만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면 떨어질 수 밖에요.

김―고3 때 다른 과목은 괜찮았는데 국어공부를 좀 소홀히 했어요. 모의고사 보면 국어점수가 그럭저럭 잘 나오데요. 그래서 별로 신경을 안쓰고 보았는데 그게 화근이었어요. 국어를 망쳐서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재수 때는 국어공부를 좀 바꿔서 했어요. 국어책을 많이 읽었지요. 그랬더니 고3 때와 재수 때의 국어점수 차가 한 10점정도 났어요.

이―저는 고등학교생활에 처음부터 적응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1학년 1학기 학기말에 전교 47등으로 떨어졌어요. 1등급이 안됐죠. 그래서 실망을 많이 했어요. 2학기 때부터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했더니 2학기 때는 전교13등으로 올라갔어요. 3학년에 올라간 뒤에는 암기과목을 같이 했지요. 공부를 하기는 꽤 많이 했는데 정리를 제대로 못했죠. 고3 때 원서쓰기 몇달 전부터 불안해져서 정리도 못하고 마음의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바람에 성적이 안나왔어요. 그래서 떨어지게 된 것이죠.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 4학년, 재수생활에 들어갔는데 재수생활을 시작하면서 몇가지 다짐을 했어요. 고3 때는 되는대로 공부하는 경향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재수 때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각 세부사항을 미리 점검했지요. 재수 1학기 때는 작년에 실패했던 과목을 보완했어요. 고3 때 치렀던 학력고사에서 영어를 많이 틀렸거든요. 그래서 영어에 특히 시간을 많이 주면서 수학에 비중을 두었지요. 암기과목도 수업시간에 잘 듣고 자율학습을 통해 그 즉시 반복해서 익혔어요. 주말에 한번 더 보고…. 학원에서는 시험을 한달에 두번 보거든요. 그때 보기전에 한번 더 공부했죠. 결국 한달에 네번을 본 셈이 되지요.

사―고3 때는 반에서 몇등 정도 했어요.

이―고3 때 반에서 1,2등은 했는데 전교에서는 6,7등 정도였어요.

사―그정도 실력이라면 재수하지 않고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지 않아요. 조금 운이 나빴던 셈인데….

이―실력이 없었죠.

사―과기대 입시대비는 어떻게 했나요?

곽―저희 학교에서는(전남 과학고등학교) 대부분 2학년 때 과학기술대에 시험을 보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처음부터 밀고 나갔죠. 1학년 때는 아무래도 영어 수학에 시간을 많이 보냈지요. 2학년에 올라와서는 과기대 6 시험과목을 학교진도에 맞춰서 공부했어요.

사―1학년 때 과기대 시험을 보는 학생은 없나요.

곽―예전에는 1학년 때도 보게 했는데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지금은 허용하지 않아요. 대신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2학년 때 들어갈 수 있게 했죠.

사―과기대는 시험과목이 어떤 거죠.

곽―국어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봅니다.

●―물리와 지학은 한 뿌리

사―이번에는 과학과목들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터득한 공부요령을 들려주세요.

김―저는 과학을 그 자리에서 해결했어요.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었지요. 잘 안풀리는 것(공식같은 것)은 이해위주로 공부했구요. 저는 물리하고 화학을 선택했죠. 두 과목을 선택하게 된 것은 물리 화학이 과학의 기본이기 때문이었죠. 또 화학을 택하면 다음에 대학가서 공부하기에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물리는 공식이 많지요. 특히 저희들이 유도하기 힘든 공식도 있잖아요. 그런 공식들은 무조건 외웠어요. 그 다음에 그 공식으로 유도되어지는 공식들을 스스로 만들어 보았죠. 화학은 주로 외우는 과목이거든요. 화학식 등 외워야 할 게 많았어요. 수학은 문제를 많이 다뤄 보았구요.

이―한 선배님이 수학은 문제 많이 푸는 게 왕도라고 했어요. 그래서 모의고사 형식으로 된 문제를 있는대로 풀었지요. 시중에 나온 것은 거의 다 풀었을 거에요. 과학은 학원교재를 주로 보았어요. 저는 물리 화학을 선택했는데 화학은 거의 선생님이 지시하는대로 따랐어요.

정―저는 화학 생물을 선택했어요. 고1,2 때 저는 화학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고3때 가서 단원별로 한꺼번에 모아 체계를 잡아 나갔지요. 날짜를 잡아서 하루내내 화학만 파는 거죠. 생물은 암기니까 그냥 선생님이 해주시는 것 중심으로 했어요.

●―생물은 그림을 유심히 봐야

사―그런데 요즘 생물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니까 결코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그러던데요.

정―네. 무작정 암기만 해서는 좀 어렵긴 어렵죠.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므로 단순하게 공부하면 실패하기 십상이죠. 생물도 많은 문제를 접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해야지요. 특히 생물은 그림같은 것이 중요하죠.

사―여학생들과 성적이 나쁜학생들은 대개 물리를 피하는 경향이 있죠. 그 점 어떻게 생각해요.

송―물리가 어렵긴 하지만 한번 부딪쳐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이―문과는 암기과목이 많잖아요. 그런데 물리는 한번 이해해 두면 암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특히 문과생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약간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라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고 봐요. 물리는 공부하는데 어느 과학과목보다 쉽다고 생각해요. 시간도 절약되구요.

곽―수학도 과학처럼 원리가 있거든요. 저는 참고서 1권만을 풀고 과기대 입시에 임했지요. 지학은 성격이 물리하고 비슷하다고 봐요. 예를 들면 지구과학에서 다루는 천체의 운동 등은 물리공식과 똑같지요. 지표나 화석 등은 물리하고 차이가 나지만요. 그런 부분이나 연대(年代)등은 암기를 해야 하지요. 하지만 연대측정은 물리나 화학하고 관계가 있지요. 지학은 처음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차츰 쉬워지는 과목이에요.

●―개념과 정의를

이―수험생 중에는 공식을 적절히 대입하는 요령만 익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그렇게 안하고 개념과 정의를 충실히 익혔어요. 예를 들면 많은 학생들은 복잡한 표준편차 공식만을 외우거든요. 사실 그런 것 외울 필요없어요. 표준편차가 어떤 것인가만 알아 두고 있으면 공식을 잊은후에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개념과 원리를 먼저 익히고 그 다음에 공식을 숙지했어요.

과학은 저는 물리하고 지학을 했어요. 과거에는 물리와 지학이 구분없이 한 책에 있었잖아요. 그래서 두 과목은 제일 가깝고 하기도 편해요.

●―교과서 외 출제였지만 교과서 덕을 보다

사―지금까지 쭉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주로 어떤책으로 공부했는지 한번 과목별로 정리해 보지요.

김―교과서를 읽은 게 가장 도움이 되었죠. 사실 금년도 학력고사 문제는 교과서 외에서 많이 나왔지만 교과서 덕은 오히려 더 많이 보았어요. 영어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특정 참고서를 보았죠. 고3 때는 문제집 중심으로 했구요. 재수때는 학원교재에 충실했는데, 학원교재가 영어만 5권이었어요. 수학은 남들이 많이 보는 참고서를 주로 보았죠. 물리·화학은 문제를 별로 안 풀었어요. 문제푸는 것이 지겨워서 그냥 내용파악하면서 보았는데 재미있던데요. 암기과목을 잘 보기 위해 고3 때부터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요. 윤리 사회 국사 세과목은 고3 때 5번 정도 읽고 재수할 때 세번 더 읽었읍니다. 도합 8번 쯤 읽으니 훤해지더군요.

송―저는 모의고사 형식으로 된 문제를 많이 풀어보았거든요. 그 문제를 풀다보니까 응용문제들이 잘 풀렸어요. 학력고사에서도 덕을 많이 보았죠. 물리는 단과반에서 쓰는 교재를 보았는데 이해하기 쉽게 잘 돼 있었어요.

정―저는 학교에서 사라는 참고서만 샀거든요. 남들이 많이 보는 책들을 구입해서 공부했어요. 그래야 안심이 되니까요. 화학은 참고서를 주로 이용했고 생물은 선생님만 믿고 했지요. 국사는 정말 교과서만 보았어요.

사―국정교과서가 있는 과목은 철저히 교과서 위주로 공부한 게 공통점인 것 같군요.

정―하지만 윤리는 교과서만 보면 좀 모자라는 것 같았어요. 특히 철학부분은 책만 보기에는 정말 모자랐어요.

사―과기대의 수학시험문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곽―객관식은 어렵지 않아요. 이번 시험 경우에는 주관식도 별로 막히는 게 없었어요. 그러나 기출문제를 보면 전혀 손을 못대는 문제가 한 두문제 있었어요. 과기대는 수학에 특히 큰 비중을 둡니다. 수학을 3백점만 맞으면 무조건 합격이죠. 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은 예전에 미국에서 경제교육용으로 개발한 책자를 배워요. 그것을 번역해서 과학고등학교 교과서로 활용하고 있지요. 시험대비를 위해 그 책을 많이 보았어요.

사―과학기술대학을 지원하려는 학생은 어떤 준비를 따로 해야 할까요?

곽―과학고등학교에서는 그쪽방향으로 유도하니까 학교에서 하라는대로 하면 되지요. 하지만 일반고등학교에서는 과학과목에 별로 신경을 안쓰던데요. 과기대는 과학과목이 상당히 배점이 높으므로 모든 과학화목 1,2를 끝내야 될거에요. 출제문제는 교과서 수준보다 약간 높게 나오죠.

이―저는 고3 때 현대문을 많이 했어요. 선생님들이 녹음한 카셋테이프까지 듣곤 했죠.

사―그같은 청각교재로 효과를 보았나요?

이―친구들이 가지고 있던 테이프를 뺏어 들었는데 좋았던 것 같아요. 국어 지리 국사 지학 윤리를 들어 보았는데 우선 시간이 단축되니까요. 국사나 윤리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보았어요. 암기과목의 주관식문제는 직접 표시해가면서 대비해 왔어요.

●―더불어 공부하는 게 활용적

사―공부장소랄까 아뭏든 공부가 잘 되었던 곳은 어디였나요?

김―여럿이서 같이 공부하는 데서 공부했더니 잘 되더군요. 다른 사람한테 자극을 받은 까닭이겠죠. 재수하면서 학기 초에는 한달정도 저 혼자 집에서 했어요. 그러다 친구들 셋이 모여서 친구네집 지하실에 방을 마련, 함께 공부했어요. 그랬더니 9월쯤 되니까 성적이 좀 떨어지대요. 아주 여럿이면 몰라도 셋이 모이니까 얘기도 하게 되고, 아뭏든 문제가 좀 있더라구요. 그때부터는 학원에 남아서 10시까지 공부했죠. 그런데 시험을 보름 남겨두고부터 학원을 열지 않는다는 얘기가 돌았지요. 어쩔 수 없이 독서실에 가서 한 보름쯤 공부했어요. 제가 인내심이 없어서인지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같이 공부할 때가 잘 되었어요.

송―1학기 때는 학원에서 하다가 2학기 때는 거의 집에서 했어요. 밤 11시에서 12시사이에 잠을 자니까 잠자기 전까지 공부한 셈이죠.

정―저는 학교도서관에서 주로 했어요. 시험보기 보름전부터는 집에서 정리했구요. 사설독서실은 가본 적이 없어요. 독서실 주변은 환경이 별로 안좋은 것 같아요.

곽―저희 학교에서는 일률적으로 11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니까요. 또 저희는 학교에 기숙사가 있어 학교에서 살거든요. 2학년 때는 교실과 기숙사만 왔다 갔다 했는데 주로 기숙사에서 공부했어요. 저희 방은 6명이 생활했는데도 무척 조용했어요.

사―이번에 전남 과학고등학교에서 과기대에 몇명 붙었어요.

곽―3학년은 전부 다 붙었죠. 2학년은 9명이 떨어지고 다 붙었어요.

이―저는 재수 초반에는 단과 학원을 다녔어요. 그때는 할 수 없이 집에서 공부했죠. 이후론 주로 학원에서 했어요. 거기서 꾸준히 하다가 원서쓴뒤 1주일간 독서실을 처음으로 가보았는데 잠만 오던데요.

●―공부하러 대학 갔지만…

사―모두 대학 초년병이 되는데 대학생활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 두었나요?

김―요새 선배님들을 자주 만났는데요. 선배님이 제일 먼저 하시는 말씀이 수석으로 들어오는 애중에 제대로 졸업하는 애가 없다는 것이에요. 대학에는 공부하러 갔으니까 공부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요. 학생시위는…. 무엇 때문에 데모하는지 아직 확실하게 모르니까 그때 가봐야 알겠죠.

송―저도 공부하려고 대학갔으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죠. 시간이 약간 있으니까 제가 보고 싶은 책도 보고 취미도 갖고 싶고 그래요. 가능하면 졸업 후에도 학교에 남아서 더 공부하고 싶어요. 그게 안된다면 원래 희망이던 자동차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정―저는 고등학교 다니면서 공부 말고 다른 데는 별로 신경을 못썼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는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고 싶고 사람도 많이 사귀어 보고 싶어요. 미팅도 해보고 싶구요.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은 미팅을 많이 했거든요. 친구들이 저더러 미팅을 함께 가자고 하면 엄마한테 가서 '엄마 나 갈까'하고 물었지요. 그러면 못하게 해서 안갔죠. 그런데 엄마는 대학 들어가서도 미팅하지 말래요.

곽―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만지는 게 취미였어요. 몰두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그만 손떼고 대학교 가서 해라"고 하시잖아요. 이제 대학교에 들어 갔으니까 1학년 때만은 질려서 앞으로 만지고 싶은 생각이 안나도록 컴퓨터를 만져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교수되라 그러는데요. 저는 교수는 질색이고 프로그래머를 원합니다.

정―저는 계속 공부하고 싶은데요. 만약 안된다면 제약회사 들어가든지 약사가 될 수도 있고….

사―여학생을 대표해서 후배 여학생들에게 들려줄 얘기 있어요.

정―제 친구들 보면 학년 초에 잘 하다가 점점 떨어지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자꾸 딴 생각을 하고 노는가봐요. 약간 감상적이 돼서 꼭 이렇게 공부를 해야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애들도 꽤 있어요. 수험기간중엔 꾸준히 페이스를 지켜가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사―슬럼프에 오래 빠져있으면 수험생활에 큰 지장이 되겠지요.

곽―친구에게 편지를 썼는데 오랫동안 답장이 안 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매일 우편함만 들여다 보았는데 결국 기다리던 편지는 오지 않았어요. 한 3주 동안을 그러니까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지더라구요. 엄마한테 구조요청을 했죠. 2시간 동안 엄마하고 얘기하고 나니 풀리더군요.

●―착실히 재수하면 50점 이상 올릴 수도

사―요즘 재수생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특히 금년에 재수생이 높은 합격률을 보인 원인이 어디있다고 생각해요.

김―올해는 문제를 학교수준보다 다소 어렵게 낸 것 같아요. 저희 같은 재수생의 경우는 학원에서 월례고사와 펑시험, 두가지를 보았는데요. 그런데 월례고사가 굉장이 어려워요. 그 과정중에 어려운 문제에 대해 단련이 된 거죠. 금년 학력고사 수학문제를 받아들었을 때 직감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느껴지대요. 하지만 난제(難題)에 대한 훈련이 돼 있어 부담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재수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구는 사실 얼마 안되는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 대학 들어가는데 들러리 같이 보이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은 실제로 공부를 거의 안해요. 공부도 안하면서 부모님들이 하라니까 마지 못해 하는 척 하는거죠.

송―재수생이니까 일단 낮춰 가잖아요. 그러니 자연 재학생보다 확률이 높겠죠. 재수생이 많이 붙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또 1년을 더 했으니까 아무래도 문제를 많이 접했을 것 아니예요.

●―주관식 대비하면 객관식은 저절로

사―내년에는 주관식문제가 늘어날 거라고 하는데 주관식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아울러 이번 학력고사 출제경향에 대해서도 얘기해 봅시다.

김―고3 때 치른 수학문제는 공식만 외우면 그냥 풀리는 문제였어요. 그런데 올해는 주관식문제가 좀 어려웠어요. 암기과목은 주관식 객관식 구별없이 공부했어요. 통째로 외우고 이해하고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저절로 주관식 대비가 되었죠. 주관식 공부를 하다 보면 객관식은 저절로 되지요. 수학은 답안지 안보고 풀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글씨를 막 날려서 쓰지 말고 연습장에다 차근차근 풀어가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송―외우다시피해야 주관식 대비가 될 겁니다. 수학은 이제 공식을 단순히 외워가지고는 풀수 없어요. 문제 하나하나마다 신경을 써서 개념쪽에 치중을 해야지요.

이―수학은 역시 개념파악이 중요해요. 예를 들면 금년 수학문제에는 타원의 촛점을 구하는 문제가 있거든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좌표 구해가지고 풀려고 시도했을 거예요. 촛점의 정의나 개념만 알면 다른 계산 필요없이 금방 풀리는 쉬운 문제인데…. 영어도 될 수 있으면 책 1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해야 합니다. 남들 본다고 이책사고 저책사고, 실패의 지름길이지요.

●―4당5락은 옛날

사―끝으로 수험생활중의 수면과 건강관리에 대해….

김―제가 고3때 전(前)년도 수석합격자들이 좌담에 나와 '잠은 충분히 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런 거짓말쟁이들이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똑같은 얘기를 하게 돼요. 저는 지난 1년동안 잠자는 시간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거의 변함없이 지켰죠. 밤 12시사이에서 1시 사이에 자서 아침 6시반에 있어났어요. 6시간 이상을 잠 셈이죠. 그래도 수면이 좀 부족하대요. 저는 B형간염이 있어요. 고1때 걸렸는데, 그래서 잠을 줄일수가 없었어요. 피곤하면 안좋으니까 규칙적으로 하고 일요일날 푹 자고, 그런 식으로 관리했죠.

송―재수 1학기초에는 밤 12시쯤 자서 6시40분 정도에 일어났어요. 2학기때부터는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되잖아요. 충분한 수면을 제1의 건강대책으로 삼았죠. 그래서 밤 11시~12시에 잠을 청하고 아침 7시에 기상했어요. 잠은 남부럽지않게 잔거죠. 건강관리를 위해 학기초에 집에서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토요일마다 친구랑 같이 정구도 치고, 7월달까지는 꾸준히 운동을 했죠. 특히 잔병같은 것 안걸리려고 추우면 두껍게 입고 지냈지요. 같이 재수한 친구들중에는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도 있었어요. 물론 그 자체가 재수생활하는데 큰 마이너스가 되리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런데 제 생각엔 아예 이성친구가 없다면 새로 이성을 사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미 알고 있던 친구하고도 되도록 만나는걸 자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재수하면 술 담배도 가까이 할 수 있고 밤에 디스코테크도 갈 수 있고, 여러가지 유혹이 많은데….

김―술·담배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별로 지장이 없어요. 디스코테크도 대개는 어쩌다 한번 가니까 큰 지장은 없지요. 오히려 당구치는 것이 문제인것 같아요. 당구가 2백점 이상되면 대학을 당구와 바꿔야지요.

정―요즘 시험 1백일을 남기고 친구들끼리 백일주(酒)를 마시는 '신풍속'이 있어요. 특히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에 다니는 이성친구가 사주는 술을 마시면 합격한다는 낭설이 돌 정도지요. 저도 잠은 충분히 잤어요. 졸음이 오는 것은 생리현상이므로 억지로 참으면 탈이 나죠. 또 시간때우는 공부는 아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건강관리는 전적으로 엄마가 담당했죠. 김도 안먹이고 미역도 안먹이고 고기도 피를 탁하게 한다고 안주고 짠 음식도 안해주시고…. 건강관리는 잘 한 셈이죠. 공부하는 여학생은 남학생을 거의 안사귀죠. 대학에 못갈애들이 남학생을 잘 사귀어요.

●―후배들로부터 날아온 편지

곽―저는 학교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도하니까, 그대로 따랐어요. 그런데 과학고등학교에 대한 인식이 잘못 된 것 같아요. 군대식으로 엄하게 시키고 자유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학교에서 밤 11시 이후에는 잘 사람은 자고 공부할 사람은 공부하라고 하지요. 예전에는 6시가 기상시간이었는데 우리가 건의해서 수면시간을 늘린거죠. 잠을 조금 자면 수업시간에 지장이 있잖아요. 수업시간에 졸면 설명을 못들으니까 모르는게 쌓여요. 그리고 저희 학교에는 태권도부가 있는데 저도 그 부원의 한명이지요. 과기대 시험을 10월 9일날 보았는데 시험 전날까지 아침마다 한시간씩 계속 연습했어요. 그 덕분인지 시험 때까지 감기한번 안걸렸어요. 오히려 시험 끝나고 1주일 있다 감기에 걸렸지요. 잠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해 태권도를 그만 두었더니 금방 감기가 걸린 거예요. 아무래도 부모님들이 건강관리를 못해주니까 혼자해야 했죠. 또 이성관계에 대해 말씀드리죠. 저희 과학고생은 대부분 이성친구를 안 사귀지요. 가끔 펜팔로 사귀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것도 시간을 많이 안뺏기는 범위에서….

이―저도 잠은 부족하지 않게 잤어요. 건강관리는 따로 할 겨를이 없었죠. 재수하면서 운동을 거의 안할 정도였죠. 고등학교 다닐 때 운동을 많이 해 두었는데 그게 끝까지 건강을 지켜주었어요. 체력장도 남들한테 안뒤지게 잘했고요. 재수생활중의 이성교제는 아무래도 안좋은 것 같아요. 제 친구도 대학다니는 여학생과 미팅해서 만났는데 시간을 적잖게 뺏기더라구요. 공부를 꽤 하는 친구였는데 결과는 안 좋았어요. 저는 이번에 수석입학한 후 재학생들한테 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그 편지를 보면 무슨 참고서로 공부했느냐고 묻는 게 많았읍니다.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자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라구요. 자기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이런 식으로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하지 말고 자기 나름대로 계획세워서 하는 것이 부담도 안가고 최선의 공부방법이죠. 남의 얘기를 참고는 해도 좋겠지만 신주 모시듯이 무작정 따라 할 필요는 없지요. 저는 고3때 2지망은 합격했죠. 곰곰히 생각한 끝에 재수를 결심하였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만족이에요. 하지만 재수냐, 후기냐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모두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돼요. 2지망에 합격한 후 대학생활을 더욱 알차게 하는 친구도 있어요.

김―공부하면서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해요. 좋은 친구를 만나면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죠.

사―오늘 무척 유익한 얘기 많이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일동―고맙습니다.
「과학동아」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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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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