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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나이가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주의 나이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으며, 또 그 나이 동안 우주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인류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우주의 역사를 밝혀내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놀랍게도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 질문들에 대해 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의 미래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우주의 현재 모습과 상태를 알면 우주의 역사를 밝혀낼 수 있고,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주


우주역사를 알아내는 3가지 단서

20세기의 비약적인 과학발전과 함께, 인류는 우주의 구조와 상태에 관해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 그 중에서 우주의 역사를 알아내는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으로 다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은하들이 우주적 규모에서 보면 서로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알아냈다. 우주의 시공간이 팽창하고 있고, 은하들은 이 팽창에 실려 서로 멀어지고 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주는 과거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어떤 순간에는 크기가 영(0)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우주가 태어난 시점이 있다는 것, 즉 우주에게 나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의 나이는 우주의 팽창률(허블상수)을 측정해 알아낼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대략 1백50억년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는 오늘날 우주는 마이크로파로 된 빛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이 마이크로파는 온도가 영하 2백70℃인 매우 차가운 빛으로 전우주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를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라고 부른다. 우주 배경복사는 다른 천체에서 나오는 빛에 비해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찾아내는 것이 매우 어려웠으나, 1964년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고성능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발견해냈다.

우주의 에너지는 보존되므로, 과거에 우주가 작았을 때 우주 배경복사는 현재에 비해 매우 뜨거웠을 것이다. 태어났을 때 우주의 온도가 매우 높았지만 팽창하면서 식고 있다. 한편 우주 배경복사의 온도는 정밀하게 측정해보면 하늘에서의 위치에 따라 10만분의 1도 정도로 미세한 차이가 있다. 우주 배경복사 온도의 공간적인 변화는 밀도 변화를 나타내므로, 이는 우주 초기에 밀도가 높고 낮은 지역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후에 은하와 은하단 등이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오늘날 관측되는 천체들의 화학적 성분을 살펴보면 70%는 수소, 25%는 헬륨, 그리고 약간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거운 원소들은 일반적으로 무거운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지며, 헬륨과 가벼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보다 더욱 뜨겁고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헬륨과 가벼운 원소는 별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즉 우주의 초기 온도와 밀도가 매우 높았을 때 만들어졌을 것이다.

위의 세가지 사실은 현재의 우주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우주는 현재 팽창하고 있으며, 대부분 수소와 헬륨 등의 물질로 된 천체와 우주 배경복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 1백 50억년 우주의 역사


빅뱅에서 인류의 탄생까지

현재의 우주에서 알아낸 세가지 사실로부터 우주의 과거를 대략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우주는 태초에 한점으로부터 시작했으며, 이때의 온도와 밀도는 매우 높았다. 이 작은 우주는 폭발해 계속 팽창했으며, 수소와 헬륨, 그리고 가벼운 원소가 우주 초기에 만들어졌다. 초기에 뜨거웠던 우주 배경복사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점점 식어 오늘날에는 영하 2백70℃의 마이크로파가 됐다. 초기에 밀도가 높았던 지역은 점점 자라서 후에 은하와 은하단이 됐다.

우주의 과거를 설명하는 위와 같은 이론을 ‘뜨거운 대폭발(Hot Big Bang) 우주 모형’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오늘날 우주의 표준모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64년 미국의 천문학자 펜지아스(왼쪽)와 윌슨은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다. 뒤에 있는 것은 그들이 사용했던 벨 연구소의 안테나.


태양계 종말 시나리오

우주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현재 우주 평균밀도의 값을 정확히 알면 우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우주의 평균밀도가 어떤 특정한 값(임계밀도)보다 낮으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하며 점점 식어갈 것이다. 반대로 우주의 평균밀도가 임계밀도보다 높으면, 우주는 언젠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게 되고 나중에는 한점으로 모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주의 대폭발(big bang)이 거꾸로 된 과정으로서 대파국(big crunch)이 일어나며, 우주의 시초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우주의 평균밀도를 정확히 측정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에 대파국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우주는 팽창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인류와 지구의 존재에 관련해 더욱 중요한 것은 우주적 규모보다 작은 규모, 즉 태양계의 미래이다. 현재의 항성 진화 연구에 따르면, 태양은 약 70억년 후에 크기가 현재의 1백70배 정도가 되는 거인별이 된다. 이때가 되면 지구는 현재의 위치에서 밀려나고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식량과 자원의 고갈, 환경 파괴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인류는 그보다 훨씬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의 시간은 인류의 존재와 무관하게 계속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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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명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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