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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날로 다양해지는 쌀가공품들

남아도는 쌀을 이용해 쌀고기 쌀스낵 쌀마카로니 쌀요구르트 등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은 식량절대부족기 (1959년 이전) 미곡증산추진기 (1970년대) 쌀자급자족기(1980년대)를 벗어나 이제는 여유분발생기(1990년대)에 돌입하는 새로운 시기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모두는 식량의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경지정리 배수개선 대단위개발 방조제 및 농업용수 개발 등 농업생산 기반 확충과 꾸준한 영농기술의 개발 등으로 증산의 기틀을 마련한 결과, 이제 연간 3천5백만~4천만석의 쌀을 생산, 단보당 세계 최대의 쌀생산국이 되었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79년에 1백35.6㎏ 수준이던 것이 91년에는 1백16.3㎏으로 감소하면서 매년 재고미가 1천4백 만석이나 발생하고 있다.
 

쌀을 이용한 주먹밥. 중국


밀가루보다 2.5배 비싸지만…

이와 같이 쌀이 남아도는 이유는 소득이 높아져 육류 생선류 과채류 등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밥을 적게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유분을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4천여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농가소득의 49.4%, 식량작물의 84%를 쌀이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민의 85%가 쌀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농업의 구조상 감산보다는 양질미를 생산토록 유도하고 있으며, 여유분은 가공식품을 제조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밀 옥수수 콩 설탕 등 주요 가공식품 원료의 70%가 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시점에서 볼때 쌀의 부가가치 제고와 부존자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쌀을 가공식품의 원료로 적극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쌀의 원료가격이 밀가루에 비교하여 2.5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가공산업에 쌀을 이용하는데 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농림수산부는 수년전부터 가공용도로 사용되는 쌀을 값싸게 공급, 쌀의 가공식품 원료화를 돕고 있다. 현재 87년산은 1만4천원(40㎏당), 90년산은 1만9천5백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86년산은 40㎏당 1만원에 공급,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쌀가공업체에서 사용한 가공용 쌀소비 실적은 89년에 15만9천석, 90년에 22만8천석, 91년에 79만석이었으며, 이 물량은 향후 계속 증가하리라 전망된다.

또한 가공업체에서는 쌀가공사업의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다소 기피하는 경향이었으나 88년부터 89년까지 정부에서는 16개 업체에 대하여 시설자금 81억4천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 시설자금도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원료 쌀을 식량으로 자급자족하기에도 급급하였기 때문에 그동안 쌀가공 식품이 식품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쌀가공식품은 주류 떡류 장류 등이 대부분이다. 86년 이후부터 쌀과자 쌀국수 쌀라면 쌀가루 쌀빵 알파미분 현미프레이크 쌀고추장 즉석미숫가루 쌀고기 등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특히 쌀을 주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뒷받침이 마련됨에 따라 증류식 소주 주정 등의 제조에 쌀의 소비가 확대되리라 기대는 하고 있으나, 아직은 전체 생산량의 5%를 넘지 못하는 초보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쌀가공 식품의 다양한 개발은 필연적이라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 86년부터 부분적으로 쌀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보다 전문적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느껴 91년 1월에는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쌀 이용연구센터가 설립되었다. 그동안 여기서 쌀고기 즉석미숫가루 쌀요구르트 숭늉분말 누룽지 등 20여품목을 개발한 바 있으며 이중 일부는 현재 시판 중에 있다.

우리들의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 다양화 고급화되고 자동차보급의 확대현상, 핵가족화 및 독신자 증가와 더불어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외식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외식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86년의 4조6천억원에서 91년에는 10조원을 넘는 막대한 시장규모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쌀가공식품 개발방향도 이러한 외식산업에 편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개발의 방향은 우선 재고미의 소비확대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쌀의 소비감소 억제를 위한 홍보가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5가지가 적극 연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표)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고미취를 제거하라

첫째는 밥맛을 높여 쌀소비를 확대하여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 쌀의 소비중 95%는 밥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양질미를 공급하는 것과 아울러 밥맛을 좋게 하는 취반기의 개발보급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이미 쌀이용연구센터가 개발한 미곡종합처리기술이 보급단계에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건조 도정 저장이 동일장소에서 이뤄지게 하면 적은 노동력으로도 소비자 기호에 맞는 양질미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어떤 종류의 품종으로 밥을 짓더라도 밥맛을 돋우는 취반기를 개발중에 있다.

둘째는 쌀가공식품의 다양한 개발이다. 쌀 가공식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밀가루와 같은 중간소재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어야 가공식품회사와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쌀을 가루로 만들기 위한 적정 제분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쌀은 대부분 재고미이므로 고미취를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실류나 육류를 쌀에 혼합하여 압출성형기로 뽑아낸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셋째는 전통식품의 현대화 가공기술 개발이다. 쌀을 이용한 전통식품은 장류 주류 식혜 숭늉 등 음료류 한과류 떡류 죽류 등 그 종류가 매우 많으나 설비의 영세성과 기술 등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품질을 고급화 다양화 현대화하면 수출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개발 역시 수입자유화에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떡류의 장기보존 쌀된장 전통 명주 한과류 식혜 숭늉 등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술개발이 절실하다고 본다.

넷째는 밥공장 자동화를 위한 기술개발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락 또는 단체급식 업체 등은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영양 등을 고려한 과학적인 식단구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학교급식률은 13.3%에 불과하여 균형있는 영양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는 97년까지 모든 국민학교 및 특수학교에 대하여 학교급식을 실시하려고 계획중이다. 그 전에 밥공장의 자동화 기술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중점연구가 요구된다.

다섯째는 쌀의 품종별 가공용도 및 영양학적 특성규명이다. 현대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쌀은 취반용으로 생산된 것이지만 지역별 또는 품종별로 가공특성과 영양학적 특성 규명이 되어 있지 않다. 이들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앞으로 쌀의 등급화에 관한 기초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1969년 경부터 쌀이 남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공식품을 개발하게 되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쌀 가공식품으로는 쌀과자 청주 쌀된장 찹쌀떡 등이 있었으나 70년대 이후부터는 쌀밥류 스낵류 조미료류 음료류 면류 제빵류 등 50여종의 다양한 품목을 1백여개 업체에서 생산 했으며 그 물량은 일본 전체 쌀생산량의 14.5%에 달했다. 특히 도시락산업이 매우 발달 되어 밥짓기를 자동화할 수 있는 설비를 개발한데 이어 최근에는 무균상태의 공장에서 가공한 무균포장밥이 시판되고 있다. 일본내에는 무균포장밥의 생산공장이 현재 서너군데 있는데 한 업체에서 생산되는 양이 1일 8만석에 달하는 대단위 공장이다.

이밖에도 일본에서는 쌀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각 지역별로 맛있는 밥짓기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98%를 쌀밥으로 보급하는 등 정책적으로 소비확대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도쿄 중심가에 상설 쌀전시관 두 곳을 마련하여 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곳곳에 시범 주먹밥 코너를 만들어 현실감있는 홍보에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이 남아돌게 된 것은 불과 몇년 밖에 되지 않는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쌀밥을 외면할 경우 국민의 영양학적인 측면 뿐 아니라 식량의 국내 자급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땀흘려 생산한 쌀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좋은 가공식품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앞으로 이 분야에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 국내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쌀의 활용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쌀가공 기술은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개발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쌀로 만든 빵
 

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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