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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가상 인터뷰] 극한 생존력 ‘물곰’에 새겨넣은 ‘문신’

    최근 과학자들은 일명 ‘물곰’이라고 불리는 완보동물에 미세한 ‘문신’을 새기는 데 성공했다. 민 추 중국 서호대 3D 마이크로 제조 연구실 교수팀은 물곰이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이용해 미세 가공 기술로 물곰의 몸체에 세밀한 패턴을 새기는 연구를 선보였다. 이번 연구는 3월 31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를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doi: 10.1021/acs.nanolett.5c00378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물곰이나 곰벌레라고도 불리는 완보동물입니다. 현재까지 약 1500여 종의 완보동물이 발견됐는데,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에서 심해, 극지방에서 적도까지 지구 전체에 걸쳐 퍼져 있어요. 조금 과장하면 우리 완보동물은 불멸의 생존력을 지녔습니다. 대사를 거의 멈추는 가사상태에 들어가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거든요. 물 없이도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으며, 진공상태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151°C로 끓는 물에 넣어도, 최고로 낮은 온도인 -273°C 근처에서도 일정 시간 견딥니다. 이런 생존력 때문에 과학자들은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의 대사나 생존 능력을 시험하는 데 저희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문신 과정은 어땠나요?
    연구팀은 완보동물을 탈수시켜 휴면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탈수된 완보동물을 -143°C 이하로 냉각된 탄소 복합소재 시트 위에 올려둔 뒤, 완보동물의 표피 위에 ‘아니솔(Anisole)’이라는 유기 화합물을 얇게 코팅했어요. 연구팀은 전자빔을 이용해 미세한 패턴을 새겼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빔과 접촉한 아니솔은 생체 적합성이 있는 화합물로 변하며, 완보동물의 표면에 달라붙어 문신처럼 정교한 문양을 만들었어요. 이후 완보동물을 실온에 두자 전자빔과 반응하지 않은 아니솔은 증발하고, 반응한 아니솔만이 남아 문신이 완성됐죠. 
    전자빔으로 생체 조직을 덮고 있는 얇은 얼음층에 패턴을 새기는 이 기술은 ‘아이스 리소그래피(ice lithography)’라고 불리는데, 완보동물은 극한의 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이 실험에 적합했던 거예요.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72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너비의 도형은 물론, 대학 로고까지 새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어떻게 활용될까요?
    아이스 리소그래피를 활용하면 생체 조직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패턴을 구현할 수 있어요. 따라서 살아있는 생물체에 전자 소자나 센서를 직접 부착하는 ‘생체 사이보그’ 기술의 초석이 될 수 있죠. 
    민 교수는 논문을 통해 “생체 사이보그 기술을 발전시키면 냉동보존, 생물의학, 바이오센싱, 생체모방, 생체 마이크로로봇 분야 등에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Nano Letters

    민 추 중국 서호대 3D 마이크로 제조 연구실 교수팀이 물곰의 피부에 새겨넣은 문신을 촬영한 모습.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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