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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기후 채찍 맞은 한반도 '물 네트워크'가 답하다

▲뉴스1
9월 10일, 강원도 강릉의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냈다.

 

▲자료: 한국농어촌공사

 

2025년 여름, 극심한 가뭄을 겪은 강원 강릉에 끝내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가뭄이 재난이 되는 시대. 이는 비단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돗물을 틀면 여전히 물이 쏟아지지만, 한반도 곳곳의 지표수와 지하수는 기후위기로 점점 타들어 가고 있다. 과학동아는 이런 극한 가뭄’에 맞설 새 해법으로, 한반도 물 네트워크에 대해 짚었다.

 

강릉에서 드러난 극한 가뭄, 한반도 덮친다

 

극한 가뭄에 강릉이 메말랐다. 2025년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이어진 가뭄은 저수지를 비우고, 수돗물을 끊고, 주민들을 위협했다. 8월 30일 정부는 강릉 일대에 ‘재난사태’를 선포한 뒤, 9월 들어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제한급수까지 시행된 상황에서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9월 최저 저수율은 11.5%까지 추락했다. 평년 저수율인 77.4%(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기준)에 비하면 턱없는 수치였다. 마을에서는 기우제까지 열렸다.


극심한 가뭄의 배경에는 지자체의 방만한 대비 등 여러 인적 원인이 지목되지만, 그 중심엔 기후위기가 있다. 과학동아가 만난 다수의 기후환경 전문가는 이번 가뭄을 두고 “기후위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기후위기 ‘탓’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10월 1일 용인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 만난 우윤철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와중, 기후위기가 가뭄의 트리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뭄은 강 건너 ‘물’구경 할 일부 지역만의 위기가 아니다. 한반도의 물은 곳곳에서 말라가고 있다. 9월, 강릉 인근의 동해, 삼척의 주요 저수지 역시 바닥을 드러냈다. 초당저수지는 9월 초 저수율이 20.2%로, 평년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9월 기준 영남권 안동댐 저수율도 42%대까지 추락했고, 제주 상대저수지는 저수율이 평년(43%)의 절반 수준(28.4%)으로 뚝 떨어졌다.


가뭄이 강릉의 재난을 넘어 ‘한반도의 재난’이 될 것이란 예측도 속속 나온다. 기상청이 2024년 발간한 ‘지역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는 21세기 후반 한국 연평균 기온이 2.3°C에서 최대 6.3°C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의 예측대로라면 가뭄을 악화시키는 폭염 일수는 지금보다 최소 11.5일, 최대 96.7일 증가한다. 지난 9월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이 생활·농산업 등 전방위로 피해를 줄 가뭄이 온난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467-025-63784-6


이제 비만 기다려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안으로 한반도 내 ‘물 네트워크’ 구축이 거론된다. 물 네트워크는 바닷물을 비롯해 천, 빗물, 지하수 등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흐름을 연결해 수자원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를 열어줄 첫 관문으로 전문가들은 바다에 눈독 들이고 있다.

 

▲동아 DB
8월 31일, 메마른 오봉저수지 내부. 정부는 강릉 일대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소방 헬기 등을 동원해 저수지로 물을 나르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물 네트워크 ‘교두보’로 뜨는 해수담수화

 

“외계인이 우리를 보면 ‘지구(地球)’가 아닌 ‘수구(水球)’라고 부를 겁니다. 답은 여기 있죠.”


9월 30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남궁은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연구교수 겸 한국물포럼 부총재는 가뭄 해결책을 묻자 곧장 답했다. 그가 지목한 건 지구를 둘러싼 수자원, 해수였다. 남궁 교수는 가뭄 해소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던 2024년 세계물포럼을 회상했다.


“2024년 5월, 인도네시아에서 제10차 세계물포럼이 열렸어요. 160여 개국에서 6만 명 넘게 물 전문가와 물관리 책임자가 모였습니다. 당시 기조연설에 나선 인물은 일론 머스크였어요. 그는 ‘지구의 70%가 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외계인이 우릴 보면 디 어스(The Earth)가 아닌 물 행성(Planet water)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물부족을 어떻게 해결할까 찾으러 왔는데 그게 답이었죠.”


환경부 수처리선진화사업단장,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등을 역임한 남궁 교수는 50년 동안 수자원만 연구한 자타공인 물 전문가다. 다양한 국내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한 그는 “이념, 정치 등을 벗어나 가야 할 길은 결국 과학기술로 물 네트워크를 여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해수담수화’로 제안했다.


해수담수화는 말 그대로 바닷물(해수)에서 소금이나 유기물 등을 빼내 사람과 농업, 산업이 쓸 수 있는 ‘민물(담수)’로 만드는 기술이다. 가장 보편화된 방식은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이다. 바닷물을 아주 미세한 필터(막)에 통과시켜 삼투압 원리로 소금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바닷물이 필터 한쪽에서 압력을 받으면, 소금기가 제거된 깨끗한 물만 반대쪽으로 흘러나온다. 바닷물을 거르는 ‘거대한 정수기’인 셈이다.

 

해수는 날씨에 상관없이 무한정 공급된다. 비가 장기간 오지 않아도 바다는 언제나 ‘마르지 않는 샘’이다. 남궁 교수는 “지하수를 계속 개발하면 고갈과 오염이 가속화되고 수위도 낮아질 것”이라며 “전 세계 주요 도시가 대부분 해안 근처에 있기 때문에, 결국 해수담수화 기술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 DB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2015년 준공됐으나, 원전 폐기물 오염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하며 2024년까지 10년간 가동이 중단됐다. 강형식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은 “해수담수화를 실시하려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해수담수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해수 정수기’는 석탄 먹는 하마?

 

이미 세계 곳곳에선 해수담수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이 분야에서 앞선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소렉 플랜트’를 필두로 지중해 연안에 5개의 대형 해수담수화 시설을 가동 중이다. 5개의 플랜트는 날마다 총 170만 L의 물을 뽑아내고 있다. 170만 명이 매일 1L씩 마실 수 있는 양으로, 이스라엘 전체 물 수요의 20%를 채우고 있다.


싱가포르 또한 아시아의 해수담수화 선진국으로 꼽힌다. 국토가 작고 강수량에 의존하기 어려운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세워 전체 수요의 최대 30%를 바다에서 끌어온다. 대표적인 물 부족 지역인 중동 역시 석유로 번 돈을 해수담수화에 쏟아붓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해수담수화로 전체 물 수요의 40% 이상을 바다에서 충당한다.


기후가 동남아와 유사해지는 한국 역시 해수담수화로 백년대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다만 해수담수화는 아직 극복해야 할 커다란 산이 있다. 에너지 문제다. 현재 해수담수화에 널리 쓰이는 역삼투법은 2세대에 해당한다. 단순히 바닷물을 끓여 물을 빼내던 1세대 방식인 ‘증류법’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상태다. 증류법은 화석연료를 태워 비열이 높은 물을 끓여야하므로 막대한 연료가 소비된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이후로 해수담수화 기술은 대개 역삼투법으로 넘어갔다.


역삼투법이 에너지 소모를 줄였다고 해도, 여전히 지대한 에너지가 투입된다. 바닷물 1t을 민물로 바꾸는 데 2~4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다. 수백만 t을 생산하는 대형 플랜트라면 매일 소도시 전체 전력 소비에 맞먹는 에너지를 삼켜야 한다는 뜻이다. 남궁 교수는 해수담수화가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함께 복합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수담수화가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은 탄소중립에 역행합니다. 담수화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연료를 태우고 있기 때문이죠. 이를 타개할 신기술도 여전히 막막해요. 태양열과 태양광,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결합한 3세대 기술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해수담수화 전력의 20% 이상을 태양광으로 감당하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바닷물 정수기를 사용하려면 결국 신재생에너지와 융합된 해수담수화만이 길입니다.”

 

해양 지역별 염도 차이
▲NASA Salinity
2025년 1월 기준 전 세계 해수면의 염도를 나타내는 지도. 세계 해수 평균 염도는 35psu로, 35psu는 해수 1kg 속에 염류가 35g 녹아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 인근 해양은 31~32psu로 세계 평균보다 낮은 염도를 보인다.

 

에너지 딜레마, 한반도식 ‘지역거점’으로 풀자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 네트워크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는 또 하나의 과제는 ‘이송’이다. 담수를 생산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이를 해안에서 내륙까지 끌어오는 데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이송에 드는 에너지를 충당하려 해도, 한국은 곳곳에 산지가 많아 태양광 발전에 불리한 입장이다. 10월 1일 만난 우윤철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반도 물 네트워크 구축에 공감하는 한편, 지형적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지역거점 해수담수화’를 제안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해양 환경은 지역, 계절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염도가 낮아서 담수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해수는 기본적으로 3만 5000ppm(100만 분의 1)의 염도를 지니는데, 우리나라 바닷물의 염도는 평균적으로도 3만 1000~3만 2000ppm 정도로 낮은 편이죠. 제주도 인근 해수의 염도는 2만 5000~2만 8000ppm입니다.”


특히 심층수는 담수화에 더욱 적합하다. 표층수와 달리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아 광합성 활동이 일어나지 않으며, 유기물의 번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층수 수급이 유리한 지역을 거점으로 이용하면 발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에는 제주를 비롯한 동해안이 대표 암반 심층수 지역이다. 우 교수는 제주처럼 한반도의 주요 심층수 지역을 거점 삼아 해수담수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해안이 염도가 낮긴 하지만 대신 유기물은 많은 편이에요. 담수화를 위해선 소금뿐만 아니라 유기물도 잘 걸러 내야 합니다. 그래서 심층수를 활용해보자는 거죠. 심층수는 염도와 유기물이 적습니다. 그런 지역의 물은 담수화에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 해수담수화를 실행하려면 제주도나 동해안, 강원도 고성처럼 심층수가 풍부한 곳을 찾아서 하는 게 유리합니다.”

 

수심에 따른 바닷물 분류
▲Shutterstock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심층수는 수심 200m 아래의 깊은 바다에 있는 물이다. 심층수는 빛이 잘 들지 않아 유기물이 적은 덕분에 담수화에 적합하다.

 

수도세와 농축수… 또 다른 현실적 문제들

 

에너지가 과하게 요구된다는 건 결국 비용 문제를 초래한다. 해수담수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재의 기술력으로 해수담수화를 본격 가동하면 수도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강형식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해수담수화는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비용 상승에 따른 전국민적 공감대가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강 위원은 일례로 부산 기장에서 발생한 갈등을 꼽았다. “시민들이 해수담수화 용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길 거부한 대표적 사례는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입니다. 2023년부터 진행된 ‘해수담수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정책방향 연구’에서 해수담수를 음용수로 활용할 의향이 있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는데, 약 47.1%가 의향 없음으로 대답한 거죠. 해수담수화 설비를 설치하려는 지역에서는 주민에게 기후위기에 따른 물부족 문제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수담수화가 필요하단 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어 그는 비용 문제보다 중대한 문제로 ‘농축수’를 가리켰다. 농축수는 바닷물에서 해수담수화를 거쳐 민물을 뽑아낸 뒤 남은 염도 높은 ‘짠물’이다. 농축수가 바다로 유입되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해수담수화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방류 기준도 필요하다. 강 위원에 따르면 아직은 국내 법상 농축수 방류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해수담수화 기술을 선도하려면 농축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해수담수화 시설이 늘어날 텐데,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농축수 자원화를 통해 해양에 농축수를 방류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 중이에요. 폐가전에서 귀금속을 캐듯, 농축수에서 광물질을 회수하는 기술이죠.”

 

▲Shutterstock
해수담수화 선진국 이스라엘의 ‘소렉 플랜트’. 이스라엘은 5개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가동해 물 수요의 20%를 확보하고 있다.

 

물 네트워크 보완할 ‘하늘 위 기술’

 

앞서 살폈듯이 오로지 해수를 대안 삼기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이에 해수담수화와 함께 물 네트워크를 이룰 하늘 위의 기술, ‘인공강우’가 함께 주목받는다. 10월 1일 화상으로 만난 김병곤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여러 기술이 통합돼야 진정한 물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물리를 연구하는 그는 국내 인공강우 전문가로 손꼽힌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염화칼슘 등 빗방울의 구심점이 될 화학물질인 ‘씨앗’을 뿌려, 씨앗 주변의 수증기가 뭉쳐지면서 비나 눈이 내리게 유도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흔히 인공강우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짚었다. “인공강우는 마른 하늘에 비를 뿌리는 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 축축한 구름 속 비를 내리게 유도하는 거예요. 수건을 짜는 일과 같아요. 마른 수건은 아무리 짜도 물이 떨어지지 않는 반면, 젖은 수건을 짜면 물이 나오는 것과 유사하죠.”


그렇다면 인공강우가 가뭄 해소에 효과가 있을까. 김 교수는 주저 않고 답했다. “가뭄 대비를 위해선 오히려 겨울에 인공강우를 적극 시행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겨울에 인공증설로 눈을 많이 내리게 하면 눈이 쌓일 거고 그게 결국 녹아서 흘러내리고 저수지 수위를 올리거든요. 장기적으로 볼 때 수자원 확보에 도움 되는 방법입니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환경 문제는 없을까. “과하게 뿌리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실제로 뿌려진 양은 굉장히 적어요. 뿌릴 때마다 시료를 추출해서 환경 영향 분석도 함께하고요.

 

그때마다 WMO(세계기상기구) 기준치보다 훨씬 낮게 나와요. 여름이면 우박 억제 실험을 계속하는데 WMO 기준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는 낮은 걸로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가뭄을 예측하는 것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진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통합형 가뭄 지도가 떠오른다. 10월 2일 울산에서 만난 임정호 UNIST 건설도시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위성 전문가다. 그는 현재 물 네트워크에 기여할 가뭄 지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뭄 예측이다.


한국에선 기관별로 가뭄 지수를 발표한다. 기상 가뭄은 강수량을 기준으로, 농업 가뭄은 농업수 지수를 위주로 목적에 맞는 가뭄 상태만 가늠해 왔다. 하지만 실제 가뭄은 강수량과 농업수뿐만 아니라 토지 속 수분 상태나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에 2021년 임 교수는 기상 정보를 예측하듯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흩어진 가뭄 지수를 하나로 엮어 통합형 가뭄 지수를 산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doi: 10.1016/j.rse.2020.112145 그는 “앞으로 가뭄이 일상화되면서 통합형 가뭄 지수를 통한 가뭄 예측이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라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물 네트워킹을 위해선 물 수요를 미리 예측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가뭄이 강수의 부족으로만 오는 게 아닌, 과수요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생활, 산업, 농업, 지하수, 저수율 등 다방면의 가뭄 지수를 통합한 가뭄 지도를 확보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반도 물 네트워크 전략

 

한반도 물 네트워크는 해수담수화, 인공강우, 지하댐, 가뭄 지도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적재적소에 물을 공급하고, 빗물과 생활 용수 재이용을 포함한 통합 관리로 물길을 연결하는 전략이다. 기후채찍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❶ 취수
심층수 확보가 용이한 지역에 해수담수화 거점 시설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

 

❷ 담수화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차세대 친환경 해수담수화 기술로 담수를 끊임없이 확보한다.

 

❸ 저장
해안과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이나 상습 가뭄 지역에는 지하댐 등 맞춤형 저장 시설을 확보해 물길을 잇는다.

 

❹ 공급
통합형 가뭄 지도를 통해 가정, 산업, 농업 등 다방면에서 물 수요를 예측한 뒤, 물이 부족한 곳에 추가로 물을 공급한다.

 

해수담수화 기술
증발법(1세대)
바닷물을 가열해 생긴 수증기를 모아 물을 얻는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역삼투법(2세대)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삼투압의 성질을 반대로 이용한 방법. 현재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가장 활발히 쓰인다.
회전형 태양열 증발기(3세대)
차세대 친환경 해수담수화 기술로 태양열 발전과 융합한 기술이 꼽힌다. 태양열로 가동하는 증발기가 회전하며 담수를 효율적으로 뽑아낸다.

 

 

기후채찍 시대, 기후독립에 필요한 건 ‘합심’

 

남궁은 교수는 기후적응을 넘어 ‘기후독립’을 이루기 위해선 전국민적 합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기후채찍(Climate whiplash)’이라는 용어가 뜹니다. 기후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가뭄과 홍수 주기가 길었어요.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은 빈도와 강도가 훨씬 늘었단 경고의 뜻이죠. 기후 패턴이 달라져서 물이 더 귀해질 거고, 우리는 결국 기후적응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후 변덕에서 독립하려면 날씨나 기후에 영향이 없는 ‘해수’를 필두로, 물을 아껴 쓰고 다시 쓰려는 시민들의 의식도 높아져야 해요. 앞서 다 함께 물 네트워크를 이룬 싱가포르 사례처럼요.”


그의 말처럼 일찍이 물부족을 겪은 싱가포르는 국민적 협응이 잘되는 국가다. 싱가포르는 원수를 다양하게 확보하면서 물부족을 타개했다. ‘4대 수원 전략’이란 해법을 택해 해수담수화와 빗물 재사용, 물 수입, 하수 재이용 등을 파이프처럼 이어 물을 유동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남궁 교수는 “시민들은 물 낭비를 경계하는 동시에 농업, 공업, 중수(화장실, 세탁기 등) 위주로 물 재사용을 하루 빨리 확대해야 한다”면서 “거점 해수담수화 시설을 광역시나 도 단위로 갖추고 내륙 지역에는 지하댐 등 저장고를 만들어 담수를 채우는 한반도식 오아시스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동아가 만난 수자원 및 기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궁극적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물 네트워크’를 국가 단위로 설계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가뭄이 닥치면 댐을 증설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댐이 마르면 제한급수를 하는 식의 단편적 대응에 머물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물을 전력처럼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기후채찍 시대, 강릉 가뭄은 한반도 전체가 직면할 극한 가뭄의 프롤로그였다. 물은 이제 저장이 아닌 ‘연결’의 시대에 들어섰다. 전기가 송전망을 통해 한반도를 가로지르듯, 물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반도를 흘러야 한다. 해수담수화를 비롯한 인공강우, 가뭄지도, 지하댐 등 첨단 수자원 과학기술은 네트워크를 이루는 노드가 된다. 


비를 기다리던 시절은 서서히 지나고 있다. 물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게 할지를 고민해야 함을 강릉이 몸소 알렸다. 과학기술은 그 물음에 물 네트워크로 답한다. 

 

▲Weather Modification International
비행기에서 구름에 화학물질을 뿌리거나, 지상에서 화학물질을 대포로 쏘는 방식으로 인공강우를 유도한다. 비행기의 경우, 날개에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장치를 달고 구름 속으로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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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

    박동현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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