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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TEST] 3년 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대형 재해가 발생할 거예요. 1.5km 높이의 쓰나미가 지구를 휩쓸겠죠.”
    “정확도는요?”
    “99.78%예요.”
    “오, 잘됐네요, 100%는 아니네.”

     

    2021년 개봉한 영화 ‘돈 룩 업’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입니다. 미국의 두 천문학자(대학원생이 제니퍼 로렌스, 지도교수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태양계 외곽 오르트 구름에서부터 날아오는 거대한 혜성이 6개월 뒤 태평양에 떨어질 거라고 대통령(메릴 스트립)에게 경고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측근들은 확률을 핑계 삼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하죠. 실은 소식이 알려지면 3주 후 열릴 중간선거에서 질 것을 염려한 탓입니다. 두 과학자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TV쇼에까지 출연하지만, 혜성 충돌 뉴스는 연예인 가십보다도 뒷전으로 밀리고 맙니다. 작년 연말부터 최근까지 화제가 된 소행성 2024 YR4 충돌설을 보면서 이 영화가 비현실적이지만 너무도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경이 90m인 거대한 소행성이 날아와 2028년이나 2032년쯤 지구 적도 부근에 떨어질 확률이 한때 3.1%까지 올랐습니다. 소행성이 지날 수 있는 100가지 길 중 3개가 지구와 충돌한다는 뜻이죠. 소행성 충돌이 내 살아생전에 마주할 수 있는 재앙이란 걸 실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충돌 위력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500배’라고 떠들썩했다가 충돌 가능성이 0%대로 떨어지자, 모두가 순식간에 흥미를 잃어버린 면도 영화적입니다. 저도 솔직히 며칠은 허탈해하며(?) 과학동아 특집 기사를 다른 주제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사실 3.1%라는 충돌 확률은 처음부터 변할 수밖에 없는 값이었습니다. 소행성의 현재 위치, 궤도, 주변 행성들의 중력, 태양 복사압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가 2024 YR4를 관측하라는 경보를 내렸고, 전 세계의 망원경들이(심지어 우주에 나간 것까지!) 이 소행성을 집중 관측한 결과, 궤도 예측이 정교해지고 충돌 가능성도 재조정될 수 있었습니다.


    재앙이 될 뻔한 일이 해프닝으로 끝난 평온한 밤 뒤에는, 밤낮 없이 근지구 천체를 감시하고 대응 전략을 연구해 온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 우리는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가, 그것을 사회가 얼마나 믿고 지지할 수 있는가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당장 우리 삶과 관련없어 보일지 몰라도, 위험의 즉각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대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소행성 충돌 같은 우주 재해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생태계 붕괴, 기후위기 같은 주변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협이 현실이 되기 전에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해결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인류에게 과학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이상,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지 못한 과학잡지 편집장의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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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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