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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너는 나의 봄이다

친절한 우아씨의 똑똑한 데이트 ➎

친절한 우아씨의 똑똑한 데이트 ➎ 너는 나의 봄이다

“엉엉, 꽃 피는 봄이 왔는데, 내 친구들은 산으로 들로 놀러 간다는데, 애인이라고 하나 있는 거는 황금 같은 주말에 비 온다고 데이트 하기 싫다 그러고, 엉엉, 나는 정말 불행한 남자야!!!” 비 오는 주말 아침, 소녀가 “오늘은 집에서 쉬고 싶어”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연애 5개월 만에 간이 배 밖으로 나와 버린 거지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했으니, 다크서클을 턱까지 끌어내리고 영혼을 쑥 뽑아버린 중간고사를 탓해야겠지요. 소년도 시험을 봤을 텐데 왜 이렇게 쌩쌩하냐고요? …소년 말이 “젊어서 그렇다”네요. 소녀를 만나 신이 난 소년이 말합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조용한 고궁 데이트 어때?”

목조 건축물 지키는 사이클로이드 곡선

소년과 소녀가 찾은 곳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인근에 있는 덕수궁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에 피난갔던 선조가 돌아와 임시로 머물기 위해 지은 궁이지요. 본래 이름은 ‘경운궁’입니다. 명성황후가 무참히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이 1년 뒤 환궁해 생활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고궁은 말이 없습니다.

소녀가 덕수궁 처마 끝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기 동그란 곡선 보이지? 왜 저런 모양인 줄 알아?”

“그야,한국의 곡선미를 살린 건축 양식이겠지.” “쯧쯧, 너무 많은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니까. 저게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라는 거야. 목조 건축물이 썩는 걸 방지하지.”

사이클로이드는 앞으로 진행하는 바퀴 위 한 점의 궤적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바퀴에 발광 다이오드를 붙이고 장노출 사진 촬영을 하면 호빵 모양의 곡선이 나타나는데, 바로 사이클로이드 곡선입니다.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어, 수학자들은 종종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미모의 왕비 헬렌에 빗대 ‘기하학의 헬렌’이라고 부릅니다. 위대한 수학자 파스칼이 사이클로이드를 연구하면서 치통을 잊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지요.

“푸하하, 사이클로이드가 나무 건물을 보호한다

니, 말이 돼?” 소년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소녀는 당당합니다. “내가 문제 하나 내볼게. 사선으로 떨어진 두 지점 사이를 내려갈 때, 어떻게 가야 바닥에 빨리 도착할까?” 소년이 코웃음을 칩니다. “누나…, 저 맘에 안 들죠? 이 누나가 감을 잃었나. 나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당연히 직선거리지!”

빗물은 직선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더 빨리 바닥으로 떨어져 목조 건물에 스며들지 않는다.뒤의 대화는 안 들어도 아시겠죠? 스위스의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는 1696년 ‘최단시간강하곡선 문제’를 냈습니다. 바로 소녀가 낸 문제이지요. 직선 경로가 최단 거리기 때문에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답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입니다. 곡선 위의 각 지점에서 속도가 더 빨리 증가하지요. 이런 특성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도 빗물이 목조에 스며들지 않습니다. 처마 끝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빗물이 땅으로 빨리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미신을 현실로 만드는 피그말리온

덕수궁을 나온 소년과 소녀는 대한문 오른쪽, 정동길로 들어섭니다. 바로 덕수궁 돌담길입니다. 싱글벙글한 소년과 달리 소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네요. “덕수궁 돌담길 미신 몰라? 연인이 여기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고.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진짜 그랬다고 얘기했잖아! 너, 일부러 나 여기 데려온 거지?” “어허, 이거 왜 이러시나. 그건 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구.”

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그대로 실현되는 현상입니다. 원래는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의 성적이 오르는 현상으로, 교육심리학 이론이지요. 1964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 교수가 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로젠탈 교수는 원래 심리학 실험으로 학생들에게 쥐 미로 찾기 실험을 시켰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정성을 다해 돌본 쥐는 미로를 잘 나온 반면 소홀히 다룬 쥐는 미로를 잘 나오지 못했지요. 이를 토대로 그는 ‘교육현장도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한 교실의 학생들 중 몇 명을 무작위로 뽑아 교사에게 “이들의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얘기 해줬습니다. 교사는 이 아이들에게 기대를 품었고, 몇달 뒤 아이들의 성적이 올랐다고 하네요.

“아, 내게도 기대를 가져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공부 잘했을 텐데…. 그나저나 실제로는 이 길이 옛날에 서울가정법원 가는 길이라 이혼하려는 부부가 많이 지나갔대. 그래서 돌담길을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생겼다고 하더라.” 소년이 별안간 진지한 얼굴로 덧붙입니다. “우리는 평생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자. 알았지?” 갑작스런 고백에 소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냐고요? 아니요. 소년을 발로 뻥 찼어요. “지금 프러포즈 한 거야? 똑바로 다시 준비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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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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