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골치 아픈 일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은 발견될 수 없는 입자를 가정한 것이다.”
중성미자가 처음 예측된 것은 1930년,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베타 붕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독일 튀빙겐 방사선학회의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였다. 베타 붕괴는 중성자가 전자를 방출하고 양성자로 바뀌는 현상인데, 붕괴 이후의 질량이 붕괴 전보다 작아져서 질량이 보존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다. 파울리는 편지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찰이 힘든 입자 하나가 나온다고 가정했다.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매우 작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입자, 중성미자(Neutrino)였다. 중성미자의 특징을 정리했다.
표준모형이 예측하는 기본 입자다
표준모형은 우주가 17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됐다고 설명한다. 중성미자는 표준모형에 속하는 기본 입자다.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라는 세 가지 중성미자가 표준 모형에 있다.
엄청나게 많다
매초 지구 표면을 통과하는 태양 중성미자만 1cm² 당 650억 개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중성미자까지 더하면 수는 훨씬 많아서, 또 다른 추산에 의하면 매초 100조 개가량의 중성미자가 신체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중성미자는 광자에 이어 우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입자일 수도 있다.
보기 힘들다
그렇게 많은 입자가 우리 몸을 통과하는 데도 왜 우리는 중성미자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 중성미자가 4대 힘 중 약력과 중력과만 상호작용해서, 대부분의 물질과 반응하지 않고 통과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성미자는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성미자 검출기는 중성미자가 물과 같은 매질 속에서 다른 원자와 충돌 후 나오는 입자들의 체렌코프 효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검출한다.
여러 곳에서 만들어진다
중성미자는 다양한 곳에서 생겨난다. 대기권에서 우주선이 붕괴하며 만들어지기도 하고,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도 나온다. 그뿐만 아니다. 태양의 핵융합 반응은 물론,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융합 같은 다양한 천문 현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천문 현상의 결과로 나온 중성미자 검출에 성공하면서 ‘중성미자 천문학’이 시작됐다.
질량이 매우 작다
‘중성미자의 질량이 있느냐 없느냐’는 현대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오랜 연구 결과 중성미자는 매우 작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중성미자의 정확한 질량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독일 카를스루에대 주도로 시작된 ‘카트린(KATRIN)’ 국제 연구 프로젝트는 2022년, 전자 반중성미자의 질량이 최대 0.8eV(전자볼트)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38/s41567-021-01463-1
진동해서 세 가지 종류로 변한다
중성미자에는 전자, 뮤온, 타우의 세 종류가 있다. 놀라운 점은 중성미자가 전파되면서 서로 다른 종류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중성미자의 ‘진동’ 현상이라 부른다. 진동은 중성미자의 질량 문제와도 연관된다. 진동 현상과 질량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진동 현상을 관측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알아낸 물리학자들이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