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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TEST] AI뿐만이 아니다 중국 과학굴기의 현주소를 보다

▲ UBTech, GIB, 박주현
 

한번은 요행일 수 있지만, 두 번부터는 실력이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1월 25일 선보인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R1’이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3월 5일엔 중국의 스타트업 마누스 AI(ManusAI)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마누스’가 이목을 끌고 있다. 두 AI 모델은 각각 가성비와 기능 측면에서 미국의 기업 오픈AI의 AI 모델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산 AI에 충격받은 반응들을 보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연구해온 한국 전문가들은 “이제 와 중국의 과학기술에 놀라는 지점이 오히려 놀랍다”고 말한다. 이젠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전에 둔 중국을 직면할 때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R1’은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 과학기술 패권의 주인이 뒤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지금까지 AI 열풍 속 주인공은 미국의 기업 오픈AI(OpenAI)였다. 그런데 딥시크-R1은 오픈AI가 2024년 12월 발표한 AI 모델 ‘o1’에 견줄 만한 성능을 가지면서도, 개발비는 훨씬 더 저렴했다. 딥시크-R1의 기반이 된 대규모언어모델(LLM) ‘딥시크-V3’의 개발비는 오픈AI의 LLM ‘GPT-4’의 약 7%다. 게다가 3월 5일엔 ‘제2의 딥시크’라 불리는 AI 에이전트 ‘마누스’가 공개됐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개입 없이 여행 계획 짜기, 기업분석 리포트 작성하기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중국 스타트업 마누스AI(ManusAI)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마누스의 문제해결 능력이 오픈AI의 AI 에이전트 ‘딥 리서치’를 능가한다면서 “마누스는 세계 최초의 범용 AI”라고 소개했다.


미국 AI를 대표하는 오픈AI의 아성이 위협받는 가운데, 중국은 AI를 비롯한 과학기술 전반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에서는 3월 4일부터 11일까지 ‘양회’가 진행됐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틀어 부르는 말로 매해 중국 국정 운영 방침을 공개하는 자리다. 중국의 관영 언
론사 신화통신은 2025년 양회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로 ‘유니콘 기업’을 들며 “딥시크 돌풍 뒤에는 세계 무대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테크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중국) 정부는 테크기업의 발전을 더욱더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중국의 방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중앙 정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으로 3981억 위안(약 80조 원)을 책정했다. 2024년보다 10.1%나 늘었다. 한국의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은 2024년보다 11.5% 증액된 29조 6000억 원이었다. 비슷한 수준의 증가율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2024년에 삭감한 R&D 예산을 원복한 수준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과학기술 예산 증감율은 -16.6% 에서 17%까지 요동친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의 과학기술 예산 증감율은 꾸준히 10%를 상회했다.

 

▲ 자료: Nature Index
 

 

세계 1위 과학기술 연구기관, 미국 하버드대가 아니다


중국의 꾸준한 과학기술 지원은 결실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한국을 넘어선 건 이미 오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년에 한 번씩 ‘기술 수준 평가’를 진행해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2024년 발표된 ‘2022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선 한국이 국가전략기술로 꼽은 12대 분야 중 7개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더 높은 기술수준을 차지했음이 드러났다. 첨단모빌리티, 우주항공·해양, 사이버 보안, AI, 차세대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분야다.


2024년 6월에는 중국 과학기술이 미국을 밀어냈다는 보고도 나왔다. 주목할 점은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이 세계 1위 수준이라는 부분이다. 미국의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는 매해 주요 자연과학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수와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국가별·기관별 학술 연구 수준을 나타낸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 순위를 발표한다. ‘2024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은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미국은 2위, 독일이 3위이며, 한국은 8위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순위를 보면 중국의 무서운 기세를 더 명확히 체감할 수 있다. 2024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과학기술 연구기관 톱 10곳 중 7곳이 중국 연구기관이었다. 1위는 중국과학원이 차지했고, 그 뒤를 미국 하버드대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이었다. 한편, 한국의 연구기관 중 100위권 안에 든 곳은 서울대(59위)와 KAIST(84위) 두 곳이다. 흔히 경마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말이 우승할 때 ‘다크 호스’란 별명을 붙인다. 2025년의 중국을 다크 호스라고 생각하는 건 안이 한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과학기술 연구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이 주춤한다. 그 사이 중국은 숨은 실력자가 아니라 승리자 그 자체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 Unitree
중국 휴머노이드의 ‘도약’
중국의 로봇 회사 유니트리는 2월 26일 자사 휴머노이드 ‘G1’이 쿵푸를 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중국은 현재 로봇 산업에 강력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 가장 보수적으로 분석해도 세계 1등


“과학기술 현장에서도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두고 ‘진짜 중국이 잘하나?’ ‘호들갑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시선이 많아요. 중국의 학술적 성과가 과장됐다는 인식을 검증하기 위해, 가능한 보수적으로 현재 중국의 과학기술을 판단하고 싶었습니다.”


전승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이 3월 11일 전한 말이다. 그는 KISTI에서 1월 13일 발표한 ‘중국 학술적 성과의 영향력 변화’ 보고서를 작성했다. 중국과학기술의 성과에는 무언가 과장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통념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연구자들은 숫자로 보이는 학술 성
과를 중요시하므로, 서로 논문을 인용해 피인용 숫자를 늘리거나, 질이 낮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해 논문의 수를 늘리는 식으로 성과를 부풀린다는 통념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중국 과학기술에 대한 통념을 바탕으로 다음 세 가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했다. 중국 학술성과의 약진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현상은 아닐까? 중국 학술성과의 약진은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와 진행한 공동연구의 영향은 아닐까? 중국 학술 성과의 약진은 오픈 액세스(Open Access) 학술지 증가의 영향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 과학기술은 과소평가 됐으면 과소평가 됐지 결코 과대평가 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KISTI에서 구축한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 XML’ 데이터베이스를 분석에 활용했다. 분석 대상은 데이터베이스에 정리된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임상 및 생명과학, 수학, 사회과학 등 10개 분야에서 출판된 학술 논문이었다. 연구팀은 논문 출판 후 1년간 후속 논문에 의해 인용된 피인용 횟수로 학술 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했다. 이는 ‘헤게모니(주도권)’와 ‘효율성’을 평가할 때 참고 자료가 됐다. 각 연구 분야별 질적 수준이 상위 1%인 학술 논문을 더 많이 낸 국가는 해당 분야의 헤게모니를 가졌다고 봤다. 효율성은 전체 학술 논문 중 질적 수준이 상위 1%인 논문의 비율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양질의 논문이 나오는 비율을 보는 척도인 셈이다.


분석 결과, 중국은 10개 연구 분야 중 7개 분야에서 헤게모니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앞선 분야 중 화학, 농업, 환경 및 생태학, 전기공학, 전자 및 컴퓨터 과학, 공학 및 재료과학, 지구과학의 경우 상위 1% 논문 중 중국의 논문이 48.8% 이상을 차지했다. 효율성 면에서도 10개 중 6개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었다. 중국이 특정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낸다는 생각은 틀렸다.

 

중국은 이미 자국에서 진행되는 연구만으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포착됐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연구가 상위 1% 학술 논문의 42.3%를 차지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 연구에서도 주도권이 (중국 쪽으로) 역전된 것을 보아, 더 이상 중국의 학술적 성과가 해외에 의존적이지 않음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확대로 중국의 해외 공동연구가 위축돼도 최상위급 학술 성과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학술 논문이 인용 횟수가 더 많이 나오는 오픈 액세스 학술지의 덕을 봤다는 가설도 틀렸다. 오픈 액세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별도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오픈 액세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경우, 유료로 봐야 하는 학술지의 논문보다 다운로드와 인용 횟수가 많다는 보고가 있다. 만약 중국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오픈 액세스 학술지에 투고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논문 다운로드 횟수나 인용 횟수 등으로 평가되는 연구의 질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위 1% 학술 논문 중에서 오픈 액세스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비율을 따져봤더니, 미국의 경우 77.8%, 중국은 38.4%가 오픈 액세스 학술지에 발표됐다. 오픈 액세스 학술지의 덕은 오히려 미국이 봤을 수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과학기술 연구 수준을 논문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과학기술 연구에는 논문 개수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연구자 사이에는 연구 결과 두세 개를 묶어서 굉장히 좋은 논문 하나를 쓰려고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일종의 연구 윤리죠. 그런 부분에서는 지금 막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약합니다. 연구 하나에 나오는 논문의 수가 많은 건 막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국가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트렌드입니다. 연구 역량을 논문으로만 측정할 경우 이런 부분을 간과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연구역량은 논문의 수뿐만 아니라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인력과 연구 시설 등을 묶어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의 약진은 놀랍다. 전 책임연구원은 “결론을 보고 당황했다”면서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 중국에서 배울 게 많다’ 이런 측면이 아니라, 서구 중심이던 과학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중국의 힘을 봤다”고 말했다.

▲ 중국과학원
 
▲ Shutterstock
1 최근 중국에선 대규모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사진은 중국에서 건설 중인 중성미자 검출기 JUNO 전경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 검출기는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2 풍 부한 노동력은 과거 중국의 성장에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학력 인력의 비중이 늘면서 구인난을 겪는 공장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간을 대체할 로봇 산업 고도화를 꾀한다.

 

한국인 연구자의 눈으로 본 중국 ‘대국굴기’


과학기술 현장을 다니는 기자에게도 최근 1~2년 새 중국 과학기술의 약진을 체감할 기회는 많았다. 로봇, 공룡, SF, 중성미자, 기후변화…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를 만날 때마다 “이 분야의 대세는 중국”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중국은 중앙 정부의 힘이 강력한 국가다. 경제 부흥을 위해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 ‘톱 다운’ 식으로 지원을 쏟아붓는 건 이해가 된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건 중국이 기초과학 연구에도 진심이라는 지점이었다. 중국은 왜 당장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분야를 키우려 할까. 3월 1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찬 중국 허난성과학원 중력파천문연구소 연구원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중국이 대국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대국이라는 게, 단기적인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 존경받는 국가잖아요.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연구원은 한국에서 2016년 중력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8년간 국내 연구소에서 재직하다 2024년 7월 중국 허난성으로 향했다. 2024년 R&D 예산 삭감의 여파로 연구비가 줄자, 다니던 연구기관에서 그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국내에는 연구를 이어 나갈 곳이 없었다. 마침 허난성과학원 중력파천문연구소는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연구기관으로 해외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력파 연구 프로젝트인 ‘톈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년간 150억 위안(약 3조 원)을 들여 독자적으로 중력파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 내부 경제 상황이 어려우나,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풍부한 상황”이라면서 “경쟁이 치열해 중앙정부에서 주는 연구비를 받을 확률은 10%도 안 되지만, 지방정부의 예산과 연구소 자체 예산이 있어서 연구비가 부족하진 않다”고 말했다.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에서 과학자는 소득수준이 높고 처우가 좋은 직업으로 꼽혀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는 물가가 높고, 소득수준은 낮은 탓에 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처우가 좋아)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학술 논문 믿을 수 없는 나라, 중국?
 
 
네이처가 연구 신뢰도를 분석하는 ‘디멘션 저자 체크(Dimensions Author Check)’ 프로그램을 이용해 논문 취소 횟수를 분석한 결과, 2014~2024년 사이 취소 횟수가 높은 연구기관 톱5 중 4곳은 중국의 연구기관이었다. 그런데 2020~2024년 사이엔 이 숫자가 1곳으로 줄었다.

 

미·중 고래싸움 사이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기초과학부터 첨단기술까지, 분야를 막론한 중국 과학기술의 약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2월 28일, 백서인 한양대 중국 지역통상학과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국은 2050년 건국 100주년을 맞는다. 그때까지 무조건 경제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미국을 의식했다. 미국의 연간 GDP 성장률이 1947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3.21%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처럼, 중국도 100년 평균 경제 성장률이 ‘플러스’이길 바라고 있다.


백 교수는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매년 평균 약 9%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2035년까지는 4%, 50년에는 2~3%의 성장을 이루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성장에 질적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고, 계속해서 과학기술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 칭화대
옌닝 중국 선전의학과학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2022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 과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물론 중국 과학기술계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급팽창하는 국가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중국의 상황이다. 딥시크의 창업자인 량원평의 모교로 잘 알려진 중국 저장대에선 지난 3월 5일 저명한 재료공학자, 류융펑 교수가 48세 나이에 과로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의 아내에 따르면 류 교수는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총 337일 중 319일을 일했으며, 그 중 밤 9시 이후 퇴근한 날은 148일에 달했다. 백 교수는 “교수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서 과로사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의 유명 생물학자인 옌닝 선전의학과학원장이 2014년 자신의 블로그에 “실패 확률이 높지만 중요한 연구에도 지원을 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성공이 확실한 분야만 지원한다”면서 “혁신을 불러오는 효과적인 방침은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도 유명하다.

 

하지만 장점도 명확하다. 백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힘이 강하긴 하지만, 기획을 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현장의 과학기술 전문가”라고 했다. “당이 권한을 줘서,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들이 정책을 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도부에 과학기술계 출신 인물도 많아요.” 중국공산당의 장기 집권 탓에 과학기술 정책 기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지만 장점이 된다.


미국이 중심이던 세계 과학기술 지형도가 분명 바뀌고 있다. 이제 중국이라는 독특하고 강력한 이웃이 세계 과학기술 패권의 한축을 거머쥐게 됐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입을 모아 “중국이 과학 기술의 중심이 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으로 혼자만의 힘으로 주요 과학기술 연구를 해내려고 한다. 박 연구원은 “한국에선 대체어가 없어 원어 그대로 부르는 복잡한 전문용어를 모두 중국어로 번역해 둔 걸 보면, 중국엔 언젠가 자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거란 인식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더 고도화되는 미·중 패권 싸움 사이에서 한국은 더 영리해져야 한다. 백 교수는 “안보가 중요하고 경쟁이 치열한 전략 기술 분야의 협력은 신중하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안이 중국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중국도 이제 국
제협력을 할 때 상대방의 수준을 봅니다. 바이오·제약 분야처럼 한국이 아직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에서 대등한 관계로 협력해야 합니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이 때 유럽 등 제3지대의 국가들과 세력권을 형성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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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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