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로부터 과학동아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한 지 8개월째.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다음에 더 만족스러운 기사를 쓸 수 있을 텐데.
종종, 아니 자주 막힙니다. “이 기사는 대체 왜 인기가 있을까?” 무슨 답이든 척척 내놓는 인공지능이 부러워집니다.
전지적 독자위원회의 표지 선정 투표나 기사 평가 투표가 있을 때면, 저는 늘 예측을 합니다. 결과는 항상 틀립니다. 이영혜 부편집장은 저를 “과학동아의 펠레”라고 부릅니다. 제가 1등을 할 거라고 예언한 기사는 꼭 물을 먹거든요. 독자들께 묻지 않고 저의 감으로 과학동아 표지를 정했다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시간이 쌓이며 몇 가지 발견한 경험칙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우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연구진, 한국 과학사, 한국의 과학기술. 독자들은 우리의 이야기에 더 친밀감을 느끼고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시사기획은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주항공청’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최정원 독자위원은 시사기획에 대해 “다른 외국 과학잡지를 아무리 잘 번역해도 절대 나올 수 없는 기사”라고 평가했습니다. “과동의 특색이 잘 드러났다”고도 했지요.
사실 좀 감동을 받았습니다.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이거든요.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외국 어떤 과학잡지도 하기 힘든 일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따라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의 입으로 들으니 살짝 충격이었습니다.
규모는 작고 역사는 짧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과학동아만의 색깔이 뭘까, 그걸 어떻게 키울까, 늘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챗GPT처럼 똑똑하게 답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좀 느리고 서툴러도 꾸준히 답을 찾아가겠습니다.
인간적 딥러닝을 위해 독자분들의 조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과학동아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주세요. 전독위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기존보다 쉽게 의견을 주실 수 있도록 작은 창구를 마련했습니다(15쪽 참고).
참,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과학동아가 3월부터 진중문고에 들어갔습니다. 전국의 군부대 책꽂이에 꽂힌다는 뜻입니다. 젊고 창창한, 그러면서도 과학을 사랑하는 청년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겠네요. 나라를 지키느라 고생하고 있을 장병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