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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히딩크호 세계 장벽 넘는 법

스피드와 세트 플레이의 조화

최근 세계축구무대에서 유행하는 4-4-2나 3-5-2는 무엇인가. 우리축구수준은 월드컵의세계수준에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어떨까. 우리수준과 세계수준을 제대로 알고 본선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2001년 12월 1일 저녁 부산에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 조추첨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조추첨 결과 우리나라는 우승후보 포르투갈, 유럽의 강호 폴란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9위 미국과 한조를 이뤘다. 특히 포르투갈과 폴란드는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와 한조가 된 세팀 가운데 어느 한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없다. 비록 12월 9일 제주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미국을 이겼지만 베스트 멤버는 아니었다고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팀이 월드컵의 세계수준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일까. 또 최근 세계무대에서 유행하는 축구전술은 무엇일까. 이를 통해 객관적으로 우리수준과 세계수준을 파악하고 어떻게 본선에 대비해야 할지 알아보자.
 

(그림1) 4-4-2 vs 3-5-2


2002년 한일월드컵에 오른 32강의 포메이션을 보면 프랑스, 잉글랜드, 브라질, 포르투갈 등이 고수하는 4-4-2에 독일, 아르헨티나 등의 3-5-2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4-4-2는 자기 지역을 분담 수비해 체력을 비축하면서 역습을 노리겠다는 자세인 반면, 3-5-2는 미드필드를 장악해 경기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갖는다.

| 4-4-2 | 프랑스, 잉글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 벨기에, 덴마크, 아일랜드, 브라질, 우루과이, 에콰도르,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미국, 남아공, 나이지리아, 세네갈, 튀니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22개국)
| 3-4-3 | 멕시코
| 3-4-1-2 | 이탈리아
| 3-6-1 | 터키
| 3-5-2 | 한국, 일본,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카메룬(7개국)
※ 한국과 일본의 포메이션은 논란이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공격선과 수비선 간격 30m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월드컵은 전세계 축구전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경연장이다. 축구전술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선수를 배치하는 방법인 포메이션, 공격과 수비를 위한 부분전술과 팀전술, 그리고 프리킥, 코너킥, 드로잉 등을 통한 공격작전인 세트 플레이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포메이션은 월드컵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좋은 잣대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공격을 통해 많은 득점을 하고 수비를 통해 실점을 줄여야 이기는 경기다. 당연히 공격과 수비는 둘다 중요한 요소다. 축구에 포메이션이 처음 등장한 1860년대에는 수비수 1명, 하프백(중간수비수) 2명, 공격수 7명을 두는 1-2-7이 나타났다. 극단적 공격형 포메이션이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에서도 공격수 5명를 두는 포메이션으로 여전히 공격 위주였다. 이후 점차 수비를 강화하는 형태로 포메이션이 바뀌었다. 특히 4명의 수비라인 뒤쪽에 최종스위퍼를 두는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지난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채택해 우승한 4-4-2 포메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와 한조가 된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도 4-4-2 포메이션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강의 포메이션을 보면 잉글랜드, 프랑스, 브라질 등이 고수하는 4-4-2에 독일, 아르헨티나 등의 3-5-2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4-4-2와 3-5-2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 체육과학연구원의 신동성 박사는 “4-4-2가 체력을 안배하면서 수비에 유리하다면, 3-5-2는 미드필드(중앙)를 장악하기 좋다”고 강조했다. 4-4-2는 선수가 90분 동안 자기 지역을 분담 수비해 체력을 비축하면서 역습을 노리겠다는 자세인 반면, 3-5-2는 압박축구라는 별명을 만들었듯이 미드필드를 장악해 경기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갖는다. 물론 4-4-2에는 미드필드에 허점이 있고, 3-5-2에서는 미드필더가 공격과 수비 양쪽에 가담해야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신박사는 최근 4-4-2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공격할 때에는 수비수가 한명 올라와 3-5-2로 바뀌고 수비할 때에는 4명이 수비할 시간을 잡는데 유리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3-5-2의 경우에는 수비의 좌우측에 발빠른 공격수를 투입하면 대처하기 힘들고 3명이 담당하는 수비지역이 4명인 경우보다 넓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포메이션은 선수의 장·단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압박축구보다 한술 더 뜬 ‘콤팩트 축구’(compact soccer)가 등장했다. 공격선과 수비선의 간격이 25-30m로 줄어 20명의 양쪽팀 선수가 50-60m 사이에 몰리는 밀집상태를 이뤘다. 따라서 특출한 개인기, 고도의 조직력,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필요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에는 수비 뒤로 패스할 수 있는 ‘공간’과 순간적으로 돌파하는 ‘속도’가 신개념으로 등장했다. 지난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주최국 프랑스가 유럽의 힘과 남미의 기술을 겸비한 ‘아트 축구’(art soccer)를 구사하며 우승했다. 이제 축구도 화려한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일까.
 

3-5-2 포메이션에서는 미드필드(중앙)를 장악하기 위해 좁은 지역에서 몸싸움이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압박축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월드컵 개인기 의존 51%
 

(그림2) 세트 플레이 vs 측면연결


축구에는 골을 넣기 위한 다양한 득점 유형이 있다. 어떤 팀의 득점 유형을 분석한다면 그 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몇달 전 월드컵경기와 이어진 국내프로축구경기의 득점 유형을 비교하는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인천대 체육학부의 김규완 교수팀이 연구한 이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선진축구의 경연장인 월드컵과 국내프로축구의 득점 유형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선진축구와 우리축구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1994년 미국월드컵과 1995년 국내 아디다스컵 프로축구, 그리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이어 열린 1998년 후반기 국내 프로축구의 득점 유형을 8가지로 분류해 비교했다(표). 특히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32.2%로 가장 높았던 반면, 1998년 후반기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측면 연결에 의한 득점이 22.9%로 가장 높았다.
 

(표)대회별 득점 유형 분석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전체 득점 가운데 세트 플레이를 비롯해 단독 드리블, 중·장거리슛 등 개인기에 의존한 득점이 51%에 달했지만, 1998년 후반기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32%에 불과했다. 반면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스피드와 조직력을 이용해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측면 연결’과 상대편의 ‘수비 실책’에 의한 득점 비율이 프랑스월드컵에서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 1960년대, 1970년대나 지금이나 센터링에만 의존해 공격하고 있다”는 히딩크 감독의 지적과 같은 결과다.

1994년 미국월드컵과 1995년 국내 프로축구의 득점 유형을 비교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미국월드컵과 프랑스월드컵의 득점 경향이 비슷하고 1995년과 1998년 국내 프로축구의 득점 경향이 비슷했다는 점과는 분명히 다르다. 결과적으로 국내 프로축구는 월드컵과는 상반된 득점 유형을 보인 것이다. 이는 선진축구와 한국축구의 수준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또 한국축구가 월드컵의 선진축구 경향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세트 플레 이, 단독 드리블, 중∙장거리슛 등 개인기에 의한 득점이 전체 득점의 51%를 차지했다.



반응시간 0.15초의 싸움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체육과학연구원의 신동성 박사는 “체력훈련을 하는 방법과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는 능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초중고 학교에서 체력훈련을 할 때 마라톤처럼 지구력만을 강조해왔는데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축구경기는 지속적으로 달리기만 계속하는 운동은 아니다. 축구선수는 30-50m를 달리는 단거리 선수처럼 훈련해서 짧은 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 나머지 시간 동안 피로를 빨리 회복해 다음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또 신박사는 유소년 시기에 축구기술을 배울 때 패스가 직선 패스와 같이 단조롭고, 공을 받고나서 줄 곳을 몰라 우물쭈물한다는 사실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공을 받기 전에 패스할 곳만 미리 정해도 반응시간이 0.15초 정도는 빨라진다. 패스의 경우에도 간파당하기 쉬운 직선보다 대각선으로 패스해 공간을 만들어내고, 짧고 긴 패스를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물론 히딩크가 이끄는 대표팀은 이런 문제점을 상당히 해결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스타일의 축구 패턴은 남아있다. 예를 들어 ‘4-4-2’보다 ‘3-5-2’에 익숙한 이유도 어렸을 때부터 맨투맨을 강조해오던 경험 때문”이라고 신박사는 언급했다. 4-4-2는 맨투맨보다 지역 방어를 통해 전체 운동장을 폭넓게 사용하는 포메이션이다. 반면 콤팩트 축구의 전형인 3-5-2에서는 좁은 지역에 많은 선수들이 몰리기 때문에 맨투맨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그러니 맨투맨 상황을 경험하던 선수들은 3-5-2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의 4-4-2를 우리팀에 적용하다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우리 선수들이 4-4-2 축구문화에 대한 경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3-5-2가 우리팀에 적합하다는 것은 아니다. 3-5-2는 체력과 기술이 유리할 때 사용하는 포메이션인데, 우리선수들의 경우에는 체력과 기술이 그리 우세하지 않으면서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히딩크호가 세계 장벽을 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한국축구는 유럽팀 못지않은 스피드와 체력, 근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상대가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압박해올 때 연결해 나오는 플레이가 미숙하다. 체력훈련보다 좁은 지역에서 빠르고 세밀하게 움직이는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내 프로축구의 득점 유형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1995년에 비해 1998년 프로축구 대회에서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 비율이 15.9%에서 20.1%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전체 득점에서 세트 플레이의 비중 또한 측면 연결에 의한 득점에 이어 두번째로 높아졌다. 실제로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이 다가오면서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훈련에 주력하는 대목도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다. 지난 12월 9일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이천수의 코너킥에 이은 유상철의 헤딩슛에 의한 득점이 세트 플레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스피드, 순발력, 기동력, 조직력 등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세트 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공격전술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물론 한국대표팀의 12번째 선수‘붉은악마’의 힘찬 응원에 힘입어 우리땅에서기를 펴고 싸워야 한다.
 

축구선수는 30-50m를 달리는 단거리 선수처럼 짧은 순간 빠르게 움직이 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축구경기가 지속적으로 달리기만 하는 운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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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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