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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과학 vs. 경험 | 가장 완벽한 파스타 레시피는?

치즈(cacio카쵸)와 후추(pepe페페)를 주재료로 사용한 전통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 카쵸 에 페페를 아시나요? 솔직히 몰랐습니다.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서 ‘카쵸 에 페페의 완벽한 레시피’ 논문을 보기 전까지는요. 정말 과학의 힘으로 완벽한 파스타를 만들 수 있을까요?

 

▲GIB, Shutterstock, 박주현

 

여러분은 ‘과학’을 믿나요, ‘경험’을 믿나요? 과학동아를 보는 독자분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과학을 외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과 감각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많은 경험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요리가 그렇죠. 과학자들이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찾았다는 ‘카쵸 에 페페의 완벽한 레시피’를 두고 과학동아 편집부에선 한 차례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습니다. doi: 10.48550/arXiv.2501.00536 과학을 신봉하는 김미래 기자는 “과학이 최고의 레시피다!”, 자취 경험 13년 차 김태희 기자는 “요리는 경험의 손맛”이라며 대립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요. 두 기자는 설전은 그만 두고 직접 맞붙어 보기로 했습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한 비밀의 심사위원까지 초청해서 말이죠. 

 

▲김태희, 김소연
1월 24일, 마포구의 한 요리 스튜디오에서 과학을 믿는 김미래 기자(위)와 경험을 믿는 김태희 기자(아래)의 카쵸 에 페페 요리 대결이 펼쳐졌다.

 

재료 준비 |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톤나렐리 면, 볶은 후추

 

카쵸 에 페페는 토마토가 전래되기 전의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치즈와 후추만 들어간 간단한 요리죠.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의 향과 짭짤한 맛,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는 후추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한국에선 그닥 유명하지 않은 메뉴지만 해외에선 파스타계의 ‘어머니’로 통해요. 카쵸 에 페페에 관찰레(숙성 및 건조한 돼지고기)를 넣으면 ‘그리치아 파스타’, 계란 노른자와 관찰레를 추가하면 ‘까르보나라’, 계란 대신 토마토를 섞으면 ‘아마트리치아나’가 되거든요. 유명 팝 스타 저스틴 비버는 콘서트 직후에 꼭 카쵸 에 페페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료가 단순하다고 만드는 방법까지 쉽진 않습니다. 먼저, 냄비에 물을 끓이고 소금을 최소한으로 넣어 파스타를 삶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파스타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이탈리아 카쵸 에 페페를 맛보고 싶다면 톤나렐리 면(스파게티보다 두껍고 단면이 네모나며 계란을 사용해 소스를 잘 머금는 특징이 있음)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후추는 살짝 볶아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그 다음은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강판에 간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그릇에 담고, 미지근한 파스타 삶은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크림 같은 질감의 치즈 소스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팬에 삶은 파스타를 넣고, 치즈 소스와 부드럽게 섞습니다. 여기에 볶아 둔 후추를 뿌려주면 완성이죠! 

 

카초 에 페페를 만들어 보자!

 

 

과학은 배신하지 않는다! 김미래 기자의 레시피

 

 
1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80g을 강판으로 1차 간 뒤, 믹서기로 더 곱게 간다.

 

2 후추를 볶아 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3 파스타는 120g! 정확히 계량해 끓는 물에 삶는다.

 

4 옥수수 전분 2g에 물 20g으로 전분물을 만든다.

 

5 전분물에 갈아놓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물 80g을 넣고 저어서 소스를 만든다. 

 

 6 삶은 면을 팬에 옮긴 뒤 치즈 소스를 부어 1분 정도 볶는다. 팬에 옮겨 후추를 뿌리면 완성!

 

13년 자취 경력의 손맛! 김태희 기자의 레시피

 

 1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수북하게 쌓일 만큼 강판으로 간다. 치즈는 다다익선!

 

2 후추 볶는 것은 귀찮으니 생략한다.

 

 
3 1인분을 만들기 위해 500원짜리 동전 크기와 비슷하게 한움큼 쥐어 끓는 물에 삶는다.

 

4 갈아 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에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부어 소스를 만든다.

 

 
5 삶은 면을 팬에 옮긴 뒤 치즈 소스를 부어 섞는다. 원하는 점도가 나올 수 있도록 면수를 추가해 농도를 조절한다. 

 

 
6 접시에 옮겨 담은 뒤, 후추를 갈아 파스타 위에 올리면 완성!

 

레시피 분석 | 크리미한 소스 만드는 최적의 전분 농도는?

 

카쵸 에 페페는 잘 모르고 만들면 실패하기 쉬운 요리입니다. 치즈 소스가 걸쭉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모차렐라 치즈처럼 덩어리지기 때문이죠.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대체 왜 카쵸 에 페페의 치즈가 덩어리지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해결책이 전분 농도, 치즈와 물의 비율에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실험으로 검증하고자 했죠. 앞서 치즈 소스를 만들 때 파스타를 삶은 미지근한 물(면수)을 넣는다고 했는데요. 면수에는 파스타 면에서 녹아 나온 전분이 있습니다. 이 면수의 전분이 소스의 유화를 돕고 점성을 높여 크리미한 질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도 이 전분의 역할에 주목해, 치즈 대비 전분의 양에 따라 치즈 소스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우선 물에 전분을 섞은 ‘전분 용액’을 준비했습니다. 이때 전분 농도는 0%에서 5%까지 다르게 설정해 총 6개의 용액을 만들었죠. 이후 전분 용액을 가열한 뒤, 치즈와 전분 용액을 1:1 비율로 섞어 치즈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치즈와 전분 용액이 골고루 섞일 수 있게 믹서기로 갈았죠. 마지막으로 치즈 소스가 온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폈습니다.

 

그 결과 전분을 넣지 않고 치즈 소스를 만들 때, 온도가 65캜 이상 올라가면 치즈가 제대로 섞이지 않고 모차렐라 치즈처럼 덩어리졌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죠. 반면, 전분을 섞었을 때는 치즈 소스가 깔끔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치즈 대비 전분의 양이 1~3%일 때 치즈가 균일하게 퍼지며 걸쭉한 소스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그렇다고 전분을 너무 많이 넣어선 안됩니다. 치즈가 덩어리지는 현상은 없지만 맛도 같이 없어지니까요. 치즈 대비 전분의 양이 4% 이상이 되면 소스의 점성이 너무 높아지고, 특히 식었을 때 소스가 단단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즉 치즈 대비 전분의 양이 2~3%일 때 가장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소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치즈의 양과 전분 용액의 양에 따른 소스의 질감도 확인했습니다. 온도를 30캜에서 90캜까지 높이면서 치즈와 물이 잘 섞여 적당히 걸쭉한 소스 상태를 유지하는지 관찰했죠(이때 치즈 대비 전분의 양은 1%로 고정했습니다). 그 결과 치즈와 전분 용액의 비율이 1:1일 때 치즈의 응집 현상이 가장 심했습니다. 반대로 치즈의 양이 전분 용액보다 많거나 적을 경우 오히려 소스가 더 균일할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레시피를 구했습니다. 파스타 삶은 물의 전분 농도를 2.5%로 정확히 맞추기 위해 옥수수 전분을 조금 사용할 것. 이때 치즈와 전분의 비율을 고려해, 옥수수 전분 4g, 치즈는 160g으로 요리할 것. 소스를 요리할 때의 온도는 60캜로 맞출 것!

 

▲>Ethan Chlebowski 유튜브 캡처
1 성공한 카초 에 페페는 크림 파스타의 크림 소스처럼 소스의 질감이 부드럽다.

 

▲Ethan Chlebowski 유튜브 캡처
2 그에 반해 실패한 카초 에 페페는 치즈 소스가 모차렐라 치즈처럼 덩어리진다.

 

본격 요리 대결 | 계량기냐 경험에 의존한 감각이냐

 

“요리는 손맛입니다! 즉 감이란 거죠. 저는 손맛에 자신있어요. 제가 만든 요리는 다 맛있습니다.”

 

자취 경력 13년 차 태희 기자는 계량 따윈 필요 없다는 듯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레시피를 참고하되, 치즈와 물의 양은 경험에 의존해 감각적으로 조절했습니다. 반면 미래 기자는 계량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논문에 나온 최적의 조건을 철저히 따르겠다는 각오였죠. 치즈와 물의 비율, 전분 농도, 온도까지 정확히 맞추며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두 레시피의 차이는 가장 먼저 치즈 소스에서 드러났습니다. “어, 이거 왜 안 녹지?” 태희 기자가 만든 소스는 젓고 또 저어도 치즈의 덩어리가 확연히 보였습니다. “리코타 치즈같네요.” 요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특별 심사위원이 말했죠. 반면 미래 기자의 소스는 치즈가 완벽히 녹아 생크림과 같은 질감을 보였습니다. 

 

면은 어땠을까요? 사실 파스타에서 소스만큼 중요한 것이 면입니다. 면과 소스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면의 익힘 정도가 어떤지가 맛을 좌우합니다.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면이 살짝 덜 익어 중심에 단단한 부분이 약간 남아 있는 상태, 즉 ‘알 덴테(al dente)’를 최고의 익힘 정도로 평가하죠. 

 

미래 기자는 과학적으로 완벽한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면의 익힘 정도를 분석한 논문까지 찾았습니다. doi: 10.1063/5.0083696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연구팀은 면을 들어 올릴 때 면의 두 가닥이 서로 붙어 있는 길이로 익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면이 덜 익으면 탄성이 강해 서로 붙지 않고, 너무 푹 익으면 지나치게 부드러워져서 금방 떨어지는 반면, 적당히 익었을 때는 면이 살짝 붙어 있다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고 말이죠. 실험 결과, 면을 들어 올렸을 때 2~3cm 정도가 서로 붙어 있다가 부드럽게 떨어지는 상태가 바로 알 덴테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래 기자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면을 젓가락에 매달아보며 알 덴테 상태의 면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나중에 소스와 면을 합쳐 불에 달굴 것까지 고려해, 면끼리 약 4cm 정도 붙어있는 순간 잽싸게 끓는 물에서 면을 꺼냈습니다. “스피드는 생명!”을 외치며 말이죠.

 

건져낸 면을 소스와 함께 조리하면서 두 기자의 파스타는 더욱 차이가 극명해졌습니다. 태희 기자의 카쵸 에 페페는 치즈가 늘어지고 덩어리가 생기며 면에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치즈가 덩어리져 망한 카쵸 에 페페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 거죠. 태희 기자는 허탈한 표정으로 파스타를 그릇에 옮겨 담았습니다. 반면 미래 기자의 파스타는 꾸덕한 치즈 소스와 면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습니다. 모양만으로는 과학을 믿은 미래 기자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두 기자가 만든 치즈 소스 차이. 과학적 레시피를 따른 미래 기자의 소스는 치즈와 물, 전분이 고르게 섞여 크림 같은 질감을 형성한 반면(위쪽), ‘손맛’을 주장한 태희 기자의 소스는 큰 치즈 덩어리가 만들어졌다(아래).

 

맛 평가 | 경험과 과학의 만남이 최선?

 

이날의 특별 심사위원은 김소연 기자였습니다. 아침을 거르고 온 소연 기자 앞으로 두 접시의 파스타가 차려졌습니다. 

 

소연 기자는 먼저 태희 기자가 만든 카쵸 에 페페를 먹었습니다. 실패한 파스타를 입에 넣기 전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소연 기자의 얼굴은 파스타를 씹으며 천천히 펴졌습니다. 소연 기자는 “기대 안했는데 의외로 맛있어요. 치즈가 덩어리져 식감이 거칠고, 덩어리 진 부분을 먹을 때마다 다소 짜긴 했지만그래도 먹을 만 한데요?”란 평가를 남겼죠. 

 

그 다음으로 미래 기자의 파스타를 입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소연 기자의 표정엔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크게 한 입, 파스타를 다시 맛봤죠. “크림처럼 부드럽고 치즈와 후추의 풍미가 조화롭지만, 조금 텁텁한 느낌이에요. 전분이 들어갔기 때문일까요?” 

 

예상치 못한 혹평에 당황한 미래 기자를 유심히 보던 태희 기자가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그냥 물에 전분과 치즈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치즈 소스를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미래 기자는 이미 전분이 녹아있는 면수에 다시 전분을 넣어 치즈를 섞었죠. 그래서 전분 비율이 논문에서 제시한 것보다 훨씬 높아진 게 아닐까요?” 날카로운 분석에 미래 기자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ENERGY.GOV(W)

 

"과학자, 수학자들에게 파스타는 언제나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스파게티 난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리처드 파인만의 스파게티 난제는 ‘마른 스파게티 면을 부러뜨릴 때 절대 두 조각으로만 깨지지 않는다’는 문제다. 2005년,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리를 밝혀내며 2006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마른 스파게티 면을 한 바퀴 비틀어 부러뜨리면 정확히 두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사진은 MIT 연구팀이 실험을 위해 제작한 스파게티 부러뜨리는 기계다.

 

번외경기 | 가장 예쁜 소금 고리 만들기 !

 

파스타 면을 삶기 위해 물에 소금을 한 움큼 넣으면 소금 결정이 냄비 바닥에 고리 모양으로 가라앉을 때가 있다. 2025년 1월, 네덜란드 트벤테대와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 소속의 과학자 3명이 이런 소금 고리를 예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발표했다. doi: 10.1063/5.0239386

 

물을 담은 냄비에 소금 한 알을 떨어뜨리면 중력에 의해 가라앉는다. 이때 소금은 주변 물을 움직이게 만든다. 여러 개의 소금 알갱이가 동시에 떨어지면 물의 움직임이 더 커진다. 커진 물의 움직임은 소금 알갱이가 냄비 바닥에 가라앉으며 더 먼 거리를 이동하도록 밀어낸다. 

 

알갱이가 큰 ‘굵은 소금’을 수면 근처에서 빠르게 뿌리면 소금 결정이 예쁜 고리 모양으로 가라앉는다. 소금 알갱이가 크면 물속에서 더 큰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큰 알갱이는 작은 알갱이보다 더 멀리 퍼지면서 가라앉는다. 알갱이가 너무 큰 것은 곤란하다. 지름이 6mm 이상일 땐 가라앉은 모양이 고리가 아니었다.

 

소금은 가급적 물의 표면 근처에서 뿌려야 한다. 소금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을수록 바깥쪽으로 밀리는 힘이 강해 가운데가 비어있는 둥근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소금을높은곳에서떨어뜨리면표면에닿았을때이미퍼져있는상태다.게다가 입자 각각이 바깥쪽으로밀리는힘보다강한각각의유체흐름을만들며가라앉아고리가만들어지지않는다. 한편 소금은 한꺼번에 뿌리는 게 좋다. 입자가 한꺼번에 방출돼야 고리 형태로 퇴적한다. 피펫에 소금을 넣어 천천히 주입했을 때는 입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퇴적됐다. 

 

정리하면, 적당히 굵은 소금(4mm)을 한 줌 가득 쥐고 수면 근처에서 빠르게 뿌리기. 이론은 완벽하다. 누구의 손끝에서 가장 예쁜 소금 고리가 만들어질 것인가. 총 3명의 과학동아 기자가 ‘예쁜 소금 고리 만들기’ 대결을 펼쳤다. 심사는 무려, 소금 결정 논문의 교신저자인 마티유 수지 INRAE 연구원이 맡았다(e메일 심사가 이루어졌다). 과연 누가 승리했을까. 

 

김소연 기자

원이 예쁘게 만들어졌으며 고리의 크기도 큽니다.

 

김미래 기자

원이 예쁘게 만들어졌지만 크기가 작아 아쉽습니다.

 

김태희 기자

고리는 크게 잘 만들어졌지만 모양이 찌그러져 아쉽습니다.

 

▲GIB

 

풀리지 않던 궁금증 | 파스타를 왜 이렇게까지 연구할까

 

요리를 하면서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왜 이렇게 진지하게 카쵸 에 페페 레시피 연구를 했느냐는 것이죠.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미래 기자는 연구에 참여한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학 연구소 연구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습니다. 친절하게도 3명이나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논문 레시피로 직접 만들었다고요? 하하하. 치즈가 덩어리지는 것을 확인했나요? 저 같은 이탈리아인도 흔히 하는 실수죠.” 이반 털릿시 연구원은 기자들의 요리 대결에 흥미를 보이며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수많은 카쵸 에 페페 실패작은) 복잡한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우리 연구팀을 자극하기 충분했어요. ‘우리가 이 연구를 안 하면 누가 해?’라는 생각도 들었죠.”

 

연구에 참여한 다니엘 부시엘로 연구원은 연구를 위해 실험 샘플을 만드는 일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카초 에 페페를 만들었어요. 한 번에 1kg씩 조리해서 여러 조건을 비교해야 했죠. 분석이 끝난 샘플들은 연구진과 친구들이 함께 나눠 먹으며 맛을 평가했어요.”

 

연구팀의 첫 목표는 덩어리지는 소스를 방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예상보다 더 복잡한 과학 문제와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죠. 심지어는 이번 연구를 생물학과 접목할 수 있겠다는 통찰력까지 얻었다고 부시엘로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단백질과 전분, 지질이 결합하고 분리되는 과정은 생체 조직에서도 중요한 개념이에요. 이를 더 깊이 연구하면 유제품의 안정성부터 단백질 응집 현상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겠죠.”

 

파스타 연구가 물리학을 너머 생물학 분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란 기자는 “이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사용됐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했죠. 이에 대해 마테오 치아르키 연구원은 운치 있는 답을 남겼습니다.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한 건 단순한 호기심을 과학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였어요. 연구 도중 흥미로운 발견을 했지만, 이것은 연구를 하면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깨달음이죠. 지금 당장은 과학적 발견에 취하기보다는, 그 발견을 활용해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이번 요리 대결의 특별 심사위원, 김소연 기자는 두 파스타를 먹으며 “카초 에 페페가 이런 맛이군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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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 및 글

    김미래, 김태희
  • 사진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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