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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스타십 vs. 뉴글렌 | 우주를 제패할 초거대 로켓 맞대결

 

민간 기업이 우주로 진출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상징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Starship)’과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New Glenn)’. 두 초거대 로켓의 우주 패권 전쟁이 뜨겁다. 두 로켓은 각각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라는 미국 IT업계의 거물이 자존심을 건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머스크의 스타십에, 뉴글렌도 지난 1월 발사에 성공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누가
우주를 지배할 것인가.

 

스타십과 뉴글렌은 재사용성과 심우주 탐사를 목표로 설계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설계 철학과 기술적 초점에선 차이가 뚜렷하다. 스타십은 대형 로켓을 넘어, 인류의 행성 이주 가능성을 실현시킬 대형 우주선으로 화제를 모았다. 반면 뉴글렌은 심우주 탐사를 겨냥하면서도 위성 발사, 우주 관광 등 상업 우주 시장의 경제적 패권을 노린다. 이와 함께 스타십과 뉴글렌은 각각 추진력, 적재 능력, 재사용 기술 등에서 서로 다른 강점과 약점을 지니며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개발 철학 | 화성을 꿈꾸는 스타십  전통을 잇는 뉴글렌

 

블루 오리진이 오랫동안 민간 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쥔 반면, 스페이스X는 혜성같이 등장해 업계를 뒤흔들며 급성장했다. 이런 이력의 차이는 두 기업의 대표적인 로켓인 뉴글렌과 스타십의 개발 철학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블루 오리진이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철저한 준비를 거친 후에 기술을 선보이는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면, 스페이스X는 파격적인 홍보 전략을 바탕으로 신속한 실험과 반복적인 실패로 기술을 혁신하는 과감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머스크의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된 초대형 우주선이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운다’는 철학으로 민간 우주 개발을 선도해왔다. 팰컨 1(Falcon 1)의 성공 이후, 팰컨 9(Falcon 9)과 팰컨 헤비(Falcon Heavy)를 잇달아 개발하며 재사용 로켓의 실용성을 입증하고 상업용 위성 발사 시장을 장악했다. 

 

스페이스X는 2019년부터 스타십 프로토타입의 시험 비행을 진행하며 실패를 반복했지만, 2021년 5월에 초기 모델인 SN15의 발사와 착륙에 성공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 2025년 1월 진행된 일곱 번째 시험 비행에서는 1단 로켓의 회수에 두 번째로 성공하며 기술적 진전도 과시했다. 실패를 감수하는 도전적인 개발 전략의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지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 우주로 경제 활동을 확장한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스페이스X보다 2년 앞선 2000년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다. 2012년 개발을 시작한 뉴글렌은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준궤도 우주 관광 로켓인 뉴셰퍼드(New Shepard) 이후로 이들의 기술력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글렌의 이름도 미국 최초의 궤도 비행사 존 글렌(John Glenn)에서 가져온 것이다. 

 

뉴글렌은 2012년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첫 발사가 목표였으나, 엔진 개발 지연 등의 이유로 일정이 연기되다가 2025년 1월에 첫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번 발사에서 2단 로켓은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나, 1단 로켓 회수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탐사를 위한 기반 기술의 검증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SpaceX
2024년 10월 13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에 구축된 스페이스X의 우주기지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의 다섯 번째 시험비행이 진행됐다.

 

크기와 운송력 | 거대한 우주선  실용적인 화물선

 

로켓의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는 로켓의 운송력이다. 즉 로켓이 우주로 무엇을, 얼마나 운송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스타십이 사상 최대 규모의 거대 우주선이라면, 뉴글렌은 활용성을 최적화한 실용적 화물선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이 123m, 지름 9m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스타십은 현재까지 개발된 민간 로켓 중 가장 크다. 내부 공간만 1100m로, 최대 100명의 승무원이 탑승 가능한 덕분에 이 공간을 화물 운송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선, 장기 거주, 우주 호텔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한 번에 150톤(t)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LEO)로 수송하는 괴물 같은 적재력도 자랑한다.

 

뉴글렌은 화물선으로서 넉넉한 크기와 스마트한 설계로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높이 98m, 지름 7m의 크기로 최대 45t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로 보낼 수 있다. 이는 스페이스X 팰컨 9에 실을 수 있는 양(22t)의 약 두 배로 상업 운행이나 심우주 탐사에서 경쟁력을 보장하는 수준이다. 또한 7m 지름의 대형 페어링(화물 덮개)까지 탑재해 초대형 위성, 우주 망원경, 다수의 소형 위성을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다.

 

▲Blue Origin
2024년 10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뉴글렌의 1단 추진체가 발사대로 이동 중이다. 뉴글렌의 1단 추진체는 최대 25회까지 재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로켓의 재사용은 발사 비용과 시간을 단축해서 거대 로켓의 경제성을 끌어올린다.

 

엔진 | 괴력의 거인  정교한 장인

 

로켓의 심장은 엔진이다. 어떤 엔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로켓의 추진력부터 경제성, 신뢰성, 가능한 임무의 범위까지 결정된다. 자체 개발한 엔진을 채택했다는 점은 두 로켓이 동일하다. 하지만 두 엔진의 차이도 있다. 스타십은 압도적인 출력으로 우주를 장악하려 하고 뉴글렌은 정교한 설계로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로켓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발사체가 목표인 스타십의 엔진은 괴력을 자랑한다. 슈퍼헤비 부스터(추진체)에 장착한 33개의 랩터(Raptor) 엔진은 총 7600t의 추력을 발휘하는데, 이 힘은 아폴로 계획을 수행했던 새턴 V 로켓의 2배 이상이다. 스타십 본체에도 6개의 랩터 엔진이 탑재돼, 본체 단독으로도 궤도 기동이 가능하다. 

 

뉴글렌은 고도의 효율성이 강점이다. 적은 추진력으로도 더 높은 효율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1단 추진체엔 BE-4 엔진 7개가 장착돼서 총 1750t의 추력을 생성한다. 2단 로켓은 BE-3U 엔진 2개로 145t의 추력을 추가 공급한다. 스타십과 비교하면 다소 낮지만, 스페이스X의 팰컨 9(770t)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강한 출력이다. BE-4 엔진은 미국의 또 다른 로켓 제조사인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로켓에도 채택되면서 객관적인 신뢰성을 입증했다.

 

▲SpaceX
스페이스X가 개발한 비행선 스타십과 슈퍼 헤비 부스터(추진체)의 분리 과정. 이 추진체의 추력은 아폴로 계획을 수행한 새턴 V 로켓의 2배가 넘는 7600t이다.

 

재사용 전략 | 무한 반복  제한적 재사용

 

최근에 개발되는 로켓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사용 가능하도록 제작해서 우주 탐사의 판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마치 항공기처럼 로켓을 여러 번 사용한다면 발사 비용과 준비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스타십은 완벽한 재사용을 추구하며, 뉴글렌은 기술적인 한계 내에서 부분적인 재사용을 구현했다.

 

스타십은 1단 추진체뿐만 아니라 2단 우주선 스타십까지 재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위해 대기권 재진입 시 극한의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메카질라(Mechazilla)’라고 하는, 발사 타워에 달린 기계 팔을 이용한 ‘공중 캐치’ 시스템으로, 거대한 젓가락 같은 구조물이 공중에서 추진체를 직접 잡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스타십은 단 1시간 만에 지상에서 재발사가 가능하다.

 

뉴글렌도 기본적으로 재사용을 위해 설계됐다. 개발 초기엔 2단과 3단 변형까지 고려했지만, 기술적인 이유로 1단 추진체만 재사용하는 형태로 결정됐다. 최대 100회였던 재사용 횟수는 25회로 목표가 조정됐다.

 

향후 목표 | 심우주 탐사 혁신  안정적 상업 운송

 

그렇다면 두 로켓은 실제 우주 탐사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스타십이 궤도 연료 보급, 대륙 간 초고속 이동 같은 신기술을 실현한다면, 우주를 자유롭게 오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 뉴글렌은 심우주 탐사의 잠재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발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상업적 우주 시장을 공략 중이다.

 

스타십은 애초에 심우주 탐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로켓이다. 장거리 비행을 위해 우주 궤도에서 또 다른 스타십에 도킹해 연료를 보충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이유다. 202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인 달 탐사에 참여하고, 2030년대엔 사람과 화물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 목표다. 지구상에서도 대륙 간 1시간 내 운송을 위해 ‘지구 간 점프(Earth-to-Earth)’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모든 목표를 실현하려면 넘을 산이 많다. 현재까지 진행한 시험 비행에서 구조적 손상과 부분적 실패가 여러 번 있었기에 점진적으로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뉴글렌의 강점은 심우주 탐사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현재 가장 필요한 요소들을 검증된 방식으로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다. NASA, 미 국방부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상업적 우주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아마존이 2025년부터 저궤도(LEO)에 총 3236개의 위성을 단계적으로 발사해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에도 참여한다. 뉴글렌은 국가 안보 위성을 안전하게 우주로 운송하기 위한 국가안보우주발사(NSSL) 프로그램에도 활용될 계획이다.

 

새로운 우주 역사가 될 두 로켓의 대서사시

 

21세기 우주 경쟁의 양상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한때 우주 탐사의 초점이 국가적 위상의 과시에 맞춰졌다면, 이젠 속도, 경제성, 신뢰성이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다양한 주체들의 기술력과 전략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뉴 스페이스의 시대가 열렸다. 이런 흐름을 주도해온 스타십과 뉴글렌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 위에서 우주 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선 듯이 보이지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로켓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우주는 이제 우리 손에 닿는 현실이며,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도권 싸움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펼쳐질 여정은 인류의 우주관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것이다. 

 

초거대 로켓 경쟁! 뉴글렌 vs. 스타십, 승자는?

 

뉴글렌과 스타십은 심우주 탐사와 로켓 재사용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 스타십이 실패를 반복하며 기술 혁신을 추구한다면, 뉴글렌은 검증된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서 우주 개발의 경제성을 제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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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객원기자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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