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2022 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국어와 수학, 그리고 탐구 영역에서 지금보다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단순히 인문계, 자연계로 나눠 이수하는 과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관심과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있게 됐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 해야 함을 뜻한다. 대학은 자신의 진로를 심도 있게 탐색한 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고 학업을 성실하게 이수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그 열정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이 진로 탐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더정확하게 얘기하면, 대학은 진로 자체보다는 진로를 탐색하는 ‘자기주도성’과 ‘적극성’을 강조한다. 종종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진로를 빨리 선택하고, 꾸준히 그 진로를 희망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왔는지를 평가한다. 탐색과정 중에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거나 다른 흥미가 생겨 관심 분야가 달라지기도 하고 진로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어떤 진로를 선택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행한 다양한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대학은 그런 자세를 가진 학생이야말로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결정된 진로와 관련한 성실한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진로의 방향성을 검토하고 탐색하는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진로탐색,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의 학과 선택 사유에 부모님의 직업에 영향을 받았다고 쓴다. 실제로 부모님의 직업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알고 있는 직업이나 분야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서 알고 있는 내용을 쓰는 것에 가깝다. 이렇게 제한된 시야로는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나아갈 수 없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고민을 할 수도 없다. 지금은 더욱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경험해야 한다. 진로를 탐색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 보고 도전해보자.
1 대학의 전공박람회를 활용하라
대학은 끊임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변화한다. 때문에 매년 대학별로 학과가 신설되기도 하고, 폐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그저 대학 홈페이지나 기사만 접해서는 잘 알 수 없다. 대학의 전공박람회에 참석해보자.
대학은 전공박람회, 진로진학박람회, 전공체험 오픈 캠퍼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각 대학의 전공을 안내하는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서는 구체적으로 각 학과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다. 이름만 알고 있거나 정확히 무슨 공부를 하는지 몰랐던 학과를 직접 경험한다면 견문을 넓히고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를 새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전공박람회는 서울권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의 여러 대학에서도 개최하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학생들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전공이 대학별로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방의 거점국립대가더 다양한 전공을 개설한 경우가 많으니 참여하기 수월한 일정과 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대학 행사를 찾아보자.
더불어 각 지역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진로 진학박람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 경우 학년별로 맞춰 진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있다. 또한 지금부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학교 및 교육청 공지사항에서 개최 일정과 대상 학년 등을 살펴보자.
2 진로 검사를 활용하라
학생마다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과 흥미를 잘 모른다면 진로 검사로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교육부는 ‘진로정보망 커리어넷(www.career.go.kr)’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간단한 심리검사와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직업 적성검사, 직업가치관검사, 진로성숙도검사 등을 이용해 진로 고민을 해결해보자.
고용노동부는 ‘워크넷(www.work.go.kr)’에서 청소년의 자기이해와 진로탐색을 돕는 직업심리검사를 제공한 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검사가 있고, 인터넷으로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진로 검사는 특정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성향이며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적성과 흥미 코드를 비롯한 자기이해, 직업인식, 진로태도 등을 살펴볼 수 있으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부모님이나 교사와 상담하며 적합한 분야를 탐색해보길 바란다.
3 사회 트렌드를 읽고, 관심분야는 깊이 있게 고민하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사회는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 하고 있다. 앞으로 약 714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런 변화와 상관 없이 현재 환경을 기준으로 진로를 탐색한다면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변화하는 사회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변화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신문기사를 활용하거나 트렌드를 다루는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저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기 보다는 학생 수준에서 이 상황을 이해하고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크넷(www.work.go.kr), 진로정보망 커리 어넷(www.career.go.kr) 등에서 직업과 학과 정보, 직업 전망과 대상별 추천직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관심 분야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너무 대단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교외 활동이나 대회, 자격증 등이 중요하다고 오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대학은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수준에 맞는 노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왔는지 평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학교생활과 상관없는 대회나 자격증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소논문도 기재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관심 분야의 수업을 심화학습하고, 그 외 다양한 동아리활 동, 독서활동 등을 통해 관심분야를 다각도로 고민하고 적극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4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하라
진로선택의 시야를 넓히는 데 다양한 문화 활동만큼 좋은 것도 없다. 다만 문화 활동이 꼭 교육적일 필요는 없다. 억지로 참여하는 클래식 공연보다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아이돌 콘서트가 더 좋은 문화 활동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배구 경기를 보러 갔다고 하자. 선수가 너무 멋있어서 실제 선수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구단 직원 이나 응원단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프로 스포츠의 열기가 너무 좋아 스포츠마케터가 되고 싶어질 수도 있고, 프로 구장의 화려함에 놀라 건축이나 건축기술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다. 공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에 감동해 소리의 원리가 궁금해질 수도 있다. 경기장 내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이 집 앞 편의점과 다른 이유가 궁금해질 수도 있고, 경기가 끝날 때 열리는 노점을 보며 랜드마크나 상권의 의미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될 수도 있다.
어떤 분야든 본인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흥미를 가질수 있다면 활동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본인의 진로를 고민 하는 데 직접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물론 이후에 현실적인 조언과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진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밖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학생이 누군가 시켜서 공부를 하는 학생보다 학업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수 있다.
진로 고민은 새로운 시각 습득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모두 그 기술의 개발 자체만 놓고 볼 때 꽤 오래됐다. 그 기술이 더 발전하고 다른 분야의 기술과 융합해 현대 사회와 문화가 형성된다.
사물인터넷(IoT)은 TV 리모컨과 인터넷 기술을 합쳐 스마 트기기에 이식한 것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라는 발상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섞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로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기술이다.
즉 이 사회가 융합형 인재를 강조하는 것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이전만큼 파급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 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보다 분야 간 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중요한 시대다.
이처럼 대학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고민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다. 그렇기에 IT공학도를 꿈꾸는 학생에게도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반영한 인문학을, 스포츠트레 이너를 꿈꾸는 예체능 학생에게도 자연과학과 물리 지식을 요구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이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야를 뜻하기도 한다.
진로를 고민하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더욱 넓은 세상을 만나고 경험할 때 그 안에 놓인 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고민하는 일은 미래의 나를 고민하는 일이 되며, 그 때 통상적인 의미의 ‘진 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다.
다가오는 겨울방학은 1년 중 가장 긴 방학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진로를 탐색해보자. 그 과정 자체가 대입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더 의미 있는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대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그 답을 찾으러 가는 곳이기도 하다. 열심히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자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과 진로 고민 과정이 가진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