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세균 탄수화물이 모이면 사건이 터진다. 이들의 무서운 공모를 사전에 저지하려면···.
요사이 충치 몇개쯤 없는 사람은 현대인 축에도 못들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충치는 현대인과 친숙한(?) 질병이 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어떻게 생기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자연히 생기거나 재수없어 생기는 것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생사와는 무관하고 큰 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충치를 하찮게 보는데 작용했을 것이다. 한밤중에 아플 때는 큰일났다고 수선을 피우지만 조금 지나면 어른이나 아이나 충치를 가벼운 병으로 취급해 버린다. 충치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가 된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달고 시큼한 음식이 주범
충치는 입속의 세균, 치아, 음식속의 당질(탄수화물), 이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생긴다. 그렇다고 세균과 치아, 당질이 있으면 언제나 충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충치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클 따름이다.
입속에는 항상 세균이 있으므로 식사중 음식속의 당질이 가세하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당질은 단지 스트렙토코커스 뮤탄트라고 하는 세균의 대사과정상 필요한데 이 세균이 치아를 녹이는 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균은 충치 유발성 연쇄상 구균으로 우리가 먹은 당질을 접착성 다당류로 만들어 치아 표면에 쉽게 부착하게 한다. 이 다당류가 소위 프라그라고 하는 것이다. 프라그는 안쪽에서 산을 만들어내는데 이 산에 의해서 치아 표면의 회분이 서서히 떨어져 나간다. 그 결과 이에 구멍이 생기며 충치가 되는 것이다. 당질 특히 설탕이 들어있는 단 음식을 자주 먹을 때, 그리고 이들을 자주 먹지 않더라도 이를 잘 닦지 않을 때 프라그의 형성이 더 왕성해진다.
물론 이를 잘 닦고 구강위생을 충실히 한다면 구강내의 세균수도 프라그도 줄어들게 된다. 이때는 당질이 든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충치는 생기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치아 당질 세균, 이 3가지 조건이 서로 완전히 겹칠 때만이 충치가 생기지, 하나라도 어긋날 때는 좀처럼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위치에 따라서도 충치 발생여부가 결정된다. 프라그가 잘 붙는 부분 즉 치아의 교합면의 틈, 치아와 잇몸의 경계, 치아와 치아의 인접면에 충치가 잘 생기는 것이다. 설탕이 충치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의 식생활에서 설탕을 모두 추방할 수는 없다.
연구에 의하면 하루 20g 정도의 설탕이라면 치아건강 무관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 20g은 커피 2잔, 우유 한병 정도에 포함된 설탕의 양에 불과하다.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루 20g은 절대 부족한 양이다. 필자는 이 사람들에게 하루 40g 정도는 먹어도 괜찮다고 권하고 싶다. 필자의 임상경험에서 나온 수치이므로 과학적인 근거는 미약하지만 그 정도라면 크게 탈을 일으킬 것 같지 않다. 40g의 설탕은 케잌으로 환산하면 2개정도이다. 이 정도로 참으면 건강에도 좋고 아울러 충치예방에도 좋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철 구별없이 탄산음료나 유산균음료를 많이 마신다. 이 음료도 주성분이 당분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이에 해로울 것이다. 그러나 껌과 같이 당질이 장시간 치아에 머무는게 아니라 탄산음료수는 곧바로 입속을 통과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다.
문제는 탄산음료가 신선미를 더하기 위해 탄산가스를 섞는 것이다. 이 탄산음료는 산성의 액체이다. 비록 소량의 산일지라도 치아를 용해하는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고, 가차없이 충치를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충치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안되더라도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탄산음료를 먹은 후 곧바로 물로 입을 헹구는 것이 좋다.
아뭏든 달고 시큼한 음식물은 충치발생의 주범임을 명심해야 한다.
충치는 간식 때 생기기 쉽다. 정상적인 하루 세끼의 식사보다 간식이 충치를 더 잘 만든다는 얘기다. 보통 간식에는 야채나 과일 종류보다 전분류와 당분이 많이 든 먹거리가 등장한다. 라면은 그 대표적인 예다. 또 간식은 먹는 시간도 불규칙하다. 그리고 TV나 책을 보면서 먹기 때문에 그 다음 처리가 전혀 안된다.
특히 이러한 간식은 충치의 원인일뿐 아니라 칼로리만 높고 영양은 적은 식생활을 영위하게 한다. 때문에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편식이나 영양의 불균형이 생기고 발육과 성장에도 문제가 발발생한다.
또 생활주기가 어긋나도 충치가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 또한 충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충치치료로 심장병 낫는다
이런 이유로 생긴 충치들은 대사과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다른 신체 부분이나 장기와는 달리 재생(再生)능력이 없다. 일단 발생한 충치는 저절로 낫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기 때문에 치과에서 드릴(drill)로 파고 때우고 하는 것이다.
충치를 그대로 방치하고 놓아둔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치아가 충분한 교합력을 발휘 못해 위장에 장애가 생기고 소화가 잘 안될 것이다.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고 어린이의 경우 발육불량이 되기 쉽다.
치아는 양쪽 구치(어금니)로 교합하는 것이 주된 힘인데 충치때문에 이 힘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불균형이 형성된다. 그러면 얼굴의 골격과 근육계의 이상을 초래하고 어깨가 아파올 수 있다. 또 치아성 세균감염으로 전신적인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충치나 풍치가 온 몸에 영향을 미쳐 병을 만드는 것이다.
한편 충치의 세균이나 독소는 신경혈액을 통하는 관에 전달된다. 또 순환기계통이나 기타 장기에 옮겨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에 박혀 있는 상악골 하악골은 두개골의 일부분이다. 이 두 뼈는 치아에 분포된 신경이나 혈관과 직접 연결되므로 결국 이와 뇌를 연결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충치가 원인이 되어서 심장병(심내막염, 심근염) 신장병(사구체신염) 류마티스성관절염 뇌막염 패혈증 등으로 병이 커진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병들은 엉뚱하게도 치아를 치료하거나 뽑는 것만으로도 낫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