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에서 폭격으로 파괴된 공룡 화석이 실은 신종 육식공룡의 화석이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막시밀리안 캘러만 독일 뮌헨대 고생물학과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해당 공룡의 분석 결과와 새로운 학명을 1월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doi: 10.1371/journal.pone.0311096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몸 길이만 10m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코뿔. 저는 9500만 년 전 이집트에 살았던 ‘타메리랍토르 마르크그라피(Tameryraptor markgrafi)’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육상 육식동물 중 가장 큰 종에 속해요. 얼마 전에 저만의 이름이 생겼답니다.
Q.그 전엔 다른 공룡으로 오해받았다면서요?
제 사연을 말하자면 19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독일의 고생물학자 에른스트 스트로머 폰 라이헨바흐는 이집트 서부의 바하리야 사막 오아시스에서 제 화석을 발견했죠. 그는 제 화석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대형 육식공룡인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Carcharodontosaurus)’로 분류했어요.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는 중생대 백악기 중기와 후기에 살았던 대형 수각류 공룡인데, 저랑 활동 시기와 서식지가 겹치는 데다 몸집까지 비슷해서 학자들이 헷갈렸나 봐요.
Q.화석이 파괴됐다고도 들었어요.
전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예요. 제 화석은 1914년에 발견된 이후 독일 바이에른 주립 고생물학 지질학 컬렉션(BSPG)에 줄곧 보관돼 오다 1944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불탔어요. 유일하게 남은 흔적은 당시 저에 대한 연구를 기록한 노트와 뼈 그림, 그리고 골격 사진 몇 장뿐이었죠.
Q.그런데 어떻게 진짜 이름을 되찾았죠?
고생물학자 캘러만 연구원이 독일 튀빙겐대 자료실에서 1940년대에 촬영된 제 전시 사진을 찾아낸 게 시작이었어요. 사진을 본 캘러만 연구원은 카르코로돈토사우루스와 다른 해부학적 특징을 알아보고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어요. 그는 사진 분석을 통해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에 없는 대칭적인 이빨과 눈에 띄는 코뿔, 큰 대뇌 등을 구분해 냈죠. 그렇게 저는 신종으로 분류됐고, 타메리랍토르 마르크그라피라는 저만의 이름을 얻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