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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미리 보는 노벨상] 인류의 가장 큰 고민, 기후위기 MOF가 해결할까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는 지금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입니다. 이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구조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금속-유기 골격체(MOF)’입니다. 다양한 활용 잠재력을 지녀 유력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머리카락 수백만 분의 1 크기의 미세 구조를 가진 MOF는 과연 무엇일까요? ‘미리 보는 노벨상’ 그 첫 번째 주제, MOF의 모든 것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 발견’에 주어지는 상, 노벨상은 어떤 주제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여는 노벨 심포지엄의 주제 가운데 5년 이내에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다공성 물질 MOF로 이산화탄소 포집한다?

 

‘지난해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 이들에게 수여한다(Those who, during the preceding year, have conferred the greatest benefit to humankind).’

 

1895년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 남긴 이 문장은 지금까지 노벨상의 기준이 돼, 1901년부터 노벨상은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과학적 진보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마리 퀴리의 방사선 연구는 암 치료의 초석을 마련하며 암 정복의 가능성을 열었고,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은 인류가 더 이상 감염병으로 죽지 않게 했습니다. 이처럼 노벨상은 항상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 연구에 주어져 왔죠.

 

그렇다면 오늘날 ‘인류를 위한 과학’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위기는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생존을 위협하며, 근미래의 삶조차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에 대해 과학자들은 점점 더 크게 경고하고 있죠. 2021년 150여 개국 13만 8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공동 선언문을 통해 화석 연료 사용의 중단과 생물 다양성 보호를 촉구했고, 2023년 IPCC 6차 보고서에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가 1.5℃ 이상 상승할 경우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피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과학 기술의 개발로 망가진 지구를 되돌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금속-유기 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입니다.

 

MOF는 철,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해 형성된 다공성 물질을 말합니다. 유기 리간드는 금속 이온과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하는 유기 분자를 말합니다. 이 물질에서 주목할 점은 ‘다공성’입니다. 다공성 물질은 말 그대로 구멍이 가득한 물질로, 숯을 예로 들 수 있죠. 숯은 나무가 불타고 남은 탄소 덩어리인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미세한 구멍이 가득합니다. 다공성이라는 특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 구멍 덕분에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1g의 물질 속에 축구장 면적만큼의 표면적이 형성되어 있죠. 넓은 내부 표면적은 다른 분자들과 더 많이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MOF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인류가 금속-유기물의 삼차원 구조와 특성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합성한 최초의 다공성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망한 응용 방향은 이산화탄소 포집입니다. MOF를 활용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포집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또한 가스 저장, 수소 연료 저장처럼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죠. 이런 장점 덕분에 MOF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 불립니다. MOF 분야의 전문가인 문회리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9월 3일,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MOF의 상용화가 꽤 다가왔다”며 “앞으로 5년 내에는 MOF 관련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공 다공성 물질 설계・제조자 노벨상에 다가서다

 

그렇다면 MOF 분야에서는 어떤 과학자들이 예비 수상자로 주목받고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공학대학원 교수가 있습니다. 야기 교수는 처음으로 MOF의 개념을 정립하고 설계 원리를 체계화한 인물로, 이 분야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그의 연구는 MOF라는 단순한 다공성 물질에서 벗어나, 원하는 기능을 설계할 수 있는 ‘망상 화학(Reticular Chemistry)’ 분야로 발전했죠. 기타가와 교수는 MOF의 유연성과 역동적인 성질을 밝혀내 다른 다공성 물질과 차별화하고, 실제 환경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평을 받는 인물입니다.

 

사실 MOF와 같은 다공성 물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래됐습니다. 첫 번째 다공성 물질은 무려 320여년 전인 170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독일의 약제사 요한 야콥 디젤바흐가 철(금속)과 시안화 이온(리간드)으로 다공성 물질 ‘프러시안 블루’를 합성했죠. 프러시안 블루는 최초로 합성된 안료 중 하나로, 파란색 염료로는 물론 다공성 물질의 특성을 기반으로 분자를 감지하는 센서 등에도 사용됩니다. 이후 곧바로 MOF가 화학자들의 관심을 이끌진 못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 금속-유기 결합에 대한 연구는 0차원 구조나 제한적인 1차원, 2차원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차원 구조를 설계하는 개념은 그 시기의 과학자들에게 생소했습니다.

 

학계의 관심을 이끈 것은 1995년 야기 교수가 발표한 MOF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연구였습니다. 유기 리간드는 금속 이온에 전자쌍 전체를 제공하는 ‘배위결합’을 통해 화학 결합을 이룹니다. 배위결합의 강도와 금속-유기 리간드의 결합 수에 따라 만들고자 하는 다공성 물질의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안정적인 MOF 제작에 성공한 겁니다.

 

야기 교수의 연구그룹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김자헌 숭실대 화학과 교수는 “MOF는 기공의 크기와 화학적 특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 응용 가능성이 매우 넓다”며 “기공에 탄소, 수소 등 다양한 기체를 선택적으로 포획하고 분리할 수 있는 기능은 환경, 에너지, 의약 분야에서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MOF 연구자들을 예비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게 만든 결정적 연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부터 차기 노벨상 연구를 엿봅시다.

 

다공성 구조를 가진 금속-유기 골격체(MOF)는 선택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고, 질소(N2)는 배출한다. 이를 활용하면 공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iStock

 

[ MOF 혁명을 일으킨 결정적 논문 3]

 

 

 

 

 

논문 제목 : Design and synthesis of an exceptionally stable and highly porous metal-organic framework(특히 안정적이고 고도로 다공성인 금속-유기 골격체의 설계와 합성)

게제 저널 : 네이처(1999년)

피인용 수 : 7148번

연구 의의 : MOF가 기존 다공성 소재와 다르게 빈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혁신적 사례

_ 문회리(이화여대 나노화학과 교수)

 

199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오마르 야기 교수의 MOF-5 연구는 MOF의 개념과 가능성을 입증한 첫 번째 논문으로 평가받습니다. MOF-5는 구조가 가지는 안정성과 활용 가능성을 최초로 증명한 사례입니다. MOF-5는 내부의 약 80%가 기공으로 구성돼 있으며, 300℃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정도로 높은 열적 안정성을 보입니다. 또한 표면적이에 달하며, 질소와 유기용매 증기 등의 다양한 분자를 흡착하고 재사용할 수 있죠.

 

특히 이 논문은 ‘망상 화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예측 가능한 구조 설계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망상 화학은 분자 단위의 구성 요소를 정밀하게 결합해 2차원 또는 3차원의 확장된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 합성하는 화학 분야를 의미합니다. 

 

 

논문 제목 : Reticular synthesis and the design of new materials(망상 합성과 신소재 설계)

게제 저널 : 네이처(2003년)

피인용 수 : 8488번

연구 의의 : 기존의 MOF 설계, 망상 화학을 운이라 여기던 과학자들에게 ‘MOF의 설계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논문! 

_ 김자헌(숭실대 화학과 교수)

 

4년 뒤, 야기 교수는 망상 화학의 개념을 이어 망상 합성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합니다. 망상 합성은 금속 클러스터와 같은 2차 빌딩 유닛을 활용해 예측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동그란 쇠구슬(금속 클러스터)과 길쭉한 자석(유기 리간드)을 사용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가는 식입니다. 기공의 크기를 크게 만들고 싶다면 자석(유기 리간드)의 길이를 조절하고, 동그란 쇠구슬(금속 클러스터)의 종류를 바꿔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는 식입니다. 

 

 

논문 제목 : Soft porous crystals(유연한 다공성 결정체)

게제 저널 : 네이처 케미스트리(2009년)

피인용 수 : 2040번

연구 의의 :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의 세대 구분은 MOF 연구의 진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며, 특히 3세대 MOF는 동적 기능성 소재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_ 문회리(이화여대 나노화학과 교수)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는 MOF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연구자입니다. 200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발표한 논문은 동적으로 반응하는 기능성 소재로서의 MOF ‘소프트 포러스 크리스탈(SPC・Soft porous crystals)’ 개념을 제시하며 MOF 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SPC 구조는 문처럼 작동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부분에 특정 기체 분자가 다가가면 구조가 열리며 더 큰 기공을 가진 물질로 변화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죠. 문회리 이화여대 교수는 “기존의 MOF는 고정된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어 언제나 동일한 크기의 기공을 유지했지만, 이 논문 이후 외부 환경과 반응하는 MOF 연구가 시작됐다”며 “이는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와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타가와 교수는 논문에서 MOF의 발전 과정을 세 가지 세대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다공성 구조를 가졌지만 용매나 기체를 제거하면 구조가 쉽게 붕괴되는 1세대 MOF, 기공 구조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개선한 2세대 MOF, 마지막으로 기존의 고정된 구조를 넘어 외부 자극에 따라 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SPC를 3세대 MOF로 정의했죠. 

 

MOF가 바꿀 미래, SF 영화 속 한 장면이 현실로

 

야기 교수가 만든 MOF-74는 이산화탄소를 1톤당 8.9kg 흡착할 수 있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에탄올 등의 연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죠. 또 MOF는 기존 수소 저장 기술보다 높은 효율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저장 및 운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MOF를 수소 자동차에 활용하면 내연차를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죠. 김 교수는 “MOF가 환경 분야에 사용되기만 해도 현재 탄소중립에 투자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OF는 생명,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됩니다. MOF의 수많은 기공은 약물을 저장하고, 그 덕에 MOF는 체내 특정 부위에서 약물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2020년 호아킨 실베스트레 알베로 스페인 알리칸테대 교수팀은 MOF를 이용해 안과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브리모니딘타르타르산염을 최대 14일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doi: 10.1021/acsami.0c07517 이외에도 암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도 MOF의 활용 가능성을 연구 중이며, 정밀한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MOF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MOF는 실험실에서 소규모로는 쉽게 합성할 수 있지만, 대량 생산하기 위해선 원가를 절감해야 합니다. MOF 제작에는 용매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용매는 결코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물과 같은 친환경의 저렴한 용매를 사용하거나 용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MOF 합성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노력의 결실일까요? 2022년에는 조지 시미즈 캐나다 캘거리대 화학과 교수팀이 MOF의 일종인 CALF-20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MOF가 실용화된 미래에 대한 질문에 문 교수는 더 큰 그림을 제시합니다. 그의 연구팀은 투명한 액체 및 유리 MOF 재료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는 MOF의 미래를 이렇게 그렸습니다. 

 

“우리가 반도체를 발견하고 삶이 바뀐 것처럼, 새로운 재료가 바꿀 미래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햇빛의 세기에 따라 투명도가 조절되는 유리창,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차단하는 창문, 빛과 소리를 완벽히 차단하는 벽 등 SF 영화 속 한 장면이 실현될 수 있죠. 저는 그 미래가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Monash University
매튜 힐 호주 모나쉬대 교수는 화학 공격 시 화학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MOF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을 방독면, 마스크 등에 적용해 사용할 수 있다.

2025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미래
  • 디자인

    이한철,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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