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빼곡히 적는 일명 ‘깜지’가 공부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어바인 마이클 야싸 교수는 반복적인 학습이 오히려 공부를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히고 그 결과를 ‘학습과 기억’ 7월 1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두 가지 실험을 했다. 먼저 그림 하나를 보여줬다. 이 때 한 집단에게는 그림을 한 번만 보여줬고, 다른 집단에게는 세 번을 보여줬다. 그 뒤 그림에 대해 서술하라고 했다. 두 번째는 같은 실험을 한 뒤 그림의 세부 사항을 조금 바꾼 그림을 보여 주고 같은 그림인지 물어봤다. 예를 들어 모자를 쓴 소년 그림에서 모자의 색이나 무늬를 바꾸는 식이었다.
실험 결과 그림을 세 번 본 경우가 한 번 본 경우보다 그림에 대해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부를 바꾼 그림을 찾는 두 번째 실험에서는 오히려 세 번 본 경우 더 많이 틀렸다. 야싸 교수팀은 그 이유를 ‘잔상의 경쟁이론’에서 찾았다. 장기적인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해마가 기억을 불러올 때 매번 세부가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불러온다는 이론이다. 이 경우 반복해서 기억을 되새기면 오히려 매번 다른 기억이 떠올라 원래의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야싸 교수는 “반복학습에는 한계가 있다”며 “반복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보완하면 학습효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