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가용 운전자들은 주유기 눈금을 보기가 겁난다. 연료통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10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국제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도 타격이 크다. 휘발유와 경유값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옥수수나 사탕수수, 유채를 발효시켜 휘발유와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연료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바이오연료 재료로 쓰면서 전세계 곡물가격이 폭등했고 식량 부족사태도 심각해졌다. UN 산하기관인 UN에너지는 2007년 8월 옥수수를 바이오연료로 이용하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생물종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대양·열대해역연구사업단 강도형 선임연구원은 “식량자원으로 연료를 만들어 생긴 문제”라며 “풍부한 해양생물을 바이오연료로 사용하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바다에는 해양조류(해조류와 미세조류)가 풍부하다. 해조류는 미역이나 파래같이 바다에서 사는 식물이고, 미세조류는 플랑크톤같이 바다에서 사는 작은 생물이다. 특히 미세조류는 번식속도가 빨라 3시간 반 ~ 6시간마다 개체수를 2배로 늘린다. 대량 양식이 가능하고 에너지의 원료로 다량 사용해도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달리 인간의 식탁을 위협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 바이오연료용 옥수수를 재배하는 면적은 약 850만ha(헥타르, 1ha=1만m2)다. 여기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은 약 14만 5000L다. 그런데 같은 면적에서 재배된 해조류를 이용하면 바이오에탄올을 10배 이상 얻을 수 있다.
개량균주로 바이오에탄올 생산량 20% 늘려
해양조류에서 바이오연료를 얻는 원리는 뭘까. 에탄올은 탄수화물(녹말)이 발효해 생긴다. 옥수수의 탄수화물 함량은 20% 이하다. 반면 해조류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 가령 파래 같은 녹조류는 건조중량의 절반이 탄수화물이다. 바이오디젤은 생물의 지질 성분을 추출해 원료로 사용한다. 미세조류는 지질이 풍부하다. 강 선임연구원은 “어떤 미세조류는 지질함량이 70%에 이르는데 이들은 껍데기만 빼면 전부 기름일 정도”라고 말했다. 미세조류는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연구단은 동해나 서해, 남해, 남태평양에서 채집해 온 미세조류 수 천 종 중 지질함량이 50% 이상인 미세조류를 찾고 있다.
그러나 원료가 풍부하다고해서 무조건 바이오 연료 생산량이 많은 건 아니다. 바이오에탄올의 경우 해양조류가 손쉽게 발효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균주가 필요하다. 균주는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한 뒤 에탄올로 변환하는데, 중요한 점은 에탄올 생산 효율이다. 한국해양연구원과 강원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녹조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의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개량균주를 찾았다. 이 균주를 이용하면 발효 시간이 30% 단축되고 바이오에탄올 생산양도 20% 향상된다.
해양조류를 이용하면 바이오연료 생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현재 국내산 바이오디젤은 순생산비가 1L당 1788원이다. 그런데 미세조류를 이용하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뉴질랜드 메시대 유스프 키스티 교수가 지난 2007년 2월 바이오연료 분야 국제저널인 ‘고급생명공학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조류를 이용하면 바이오디젤 1L를 생산하는 데 400원 정도면 충분하다. 강박사는 카스티 교수의 연구결과대로 미세조류로 바이오디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UN에너지에 따르면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지난 5년 동안 두 배 증가했고 앞으로 4년 동안 또다시 두 배 증가할 전망이다. EU는 2020년까지 바이오연료 사용비율을 수송부문에서 최소 1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강 선임연구원은 “바이오연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해양조류 바이오연료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해양조류 재배면적을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