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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션] 의심 766건, 인정 0건? 자동차 급발진 존재할까

    핵심 요약
    ㆍ 2010~2022년 한국에서 보고된 급발진 의심 사고 766건 중 단 한 건도 급발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급발진은 기계적 결함(페달 고정 등)과 전자적 결함(ECU 오작동)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되지만, 전자적 결함이 원인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ㆍ 사고기록장치(EDR)는 사고 직전과 직후의 데이터를 분석해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도구이지만,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EDR 데이터 외에도 블랙박스의 음향 스펙트로그램을 활용해 급발진 여부를 추가 분석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ㆍ 급발진과 관련된 공포감은 과학적 증거보다 대중의 불안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신뢰성 있는 연구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2024년 7월  발표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서 보고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무려 766건에 이르지만 그중 급발진이라고 인정된 사례는 0건이다. 왜 급발진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할까? 아니, 급발진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 기계적 결함 VS 전자적 결함


    ㆍ 급발진이란 🚑: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가속하는 현상으로, 기계적 또는 전자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ㆍ 기계적 결함 🔧  :  기계적으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다. 과거 구형 차량들의 경우 스로틀 밸브가 가속 페달과 케이블로 연결돼 있었다. 이 케이블이 노후화되면 가속 페달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엔진 출력이 원치 않게 증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급발진 발생의 원인이었다. 페달 설계 결함으로 페달이 눌러진 상태로 고정되는 경우에도 급가속이 발생할 수 있다. 페달 설계 결함은 2010년 일본의 자동차 회사 토요타가 약 80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한 주요 이유였다.  


    ㆍ 전자적 결함 💻 : 엔진, 가속 페달, 브레이크 등 차량의 다양한 부품을 제어하는 전자 제어 장치(ECU)의 문제로 급발진이 일어나는 경우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중에서 전자적 결함이 급발진을 야기했다고 인정된 사례는 없다. 
     


    👀 급발진 판별의 핵심, EDR


    ㆍ 급발진 검사 중 EDR이 가장 중요 📈:  급발진 주장 사고를 감정하기 위해선 10단계의 검사가 진행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고가 발생한 순간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사고기록장치(EDR) 장치 분석이다. EDR은 사고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이전 5초, 이후 0.3초의 데이터를 기록한다. 이때 기록되는 데이터는 자동차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 페달 밟음량, 브레이크 페달 밟음 여부 등 총 67가지다.


    ㆍ 핵심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밟음 여부 🔎 : EDR 데이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가속 페달 밟음량과 브레이크 페달 밟음 여부다. 가속 페달 밟음량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99%일 경우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는 의미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들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EDR 기록에서는 가속 페달 밟음량이 0%지만 엔진 회전수는 급격히 증가하며, 브레이크 페달 밟음 여부는 ‘on’으로 기록돼야 한다. 


    ㆍ 음향 스펙트로그램으로 분석 신뢰도 높였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 기록된 소리를 분석해 차량의 엔진 회전수를 추적하고 있다. 엔진 회전수를 분석하면 급발진 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굉음이 가속 페달을 밟아서 발생한 엔진 소리인지, 차량의 다른 결함으로 생긴 소리인지를 분별할 수 있다. 또한 음향 스펙트로그램 분석 데이터를 이용하면 시간에 따른 차량의 속도 변화와 충돌 시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는 실제 사고 현장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EDR 데이터, 믿을 수 있을까?


    ㆍ 전자 제어 장치에 문제 생기면 EDR 신뢰 못한다 🚨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복잡한 ECU(전자 제어 장치)에 문제가 발생하면 EDR 기록 또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EDR 데이터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DR 기록의 신뢰성과 관련해 논란이 가장 많은 부분은 브레이크 페달의 작동 여부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점점 빨리 달렸다고 증언한다. 김 교수는 “ECU가 고장 나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ㆍ EDR 기록만 보진 않는다 🚔: 김종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과 차량안전실장은 “잘못된 데이터가 기록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EDR 기록뿐만 아니라 차량의 ECU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함께 검사하며, 가속 페달 입력값보다 브레이크 페달 입력값이 최우선으로 처리되도록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브레이크 페달은 가속 페달과 달리 ECU와 독립적인 구조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EDR에 기록되는 여러 자료 중 한 개가 오류가 날 가능성도 희박한데 모든 자료가 급발진이 아님을 지목하도록 오류가 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말했다. 
     


    ✔ 급발진 의심 사고 결과,  우리는  왜 못 믿는 건가?


    전문가들은 “전자 제어 장치 결함이 급발진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결론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론도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급발진 사고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2010년 토요타 리콜 사태만 보더라도, 급발진이 전자 제어 장치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몇몇 실험에서 급가속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 경우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정상적으로 차가 멈췄다. 당시 재판부가 자동차 회사에 배상 판결을 내린 주된 이유는 가속 페달의 기계적 결함과 바닥 매트의 문제였다.


    자동차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어 그 내부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는 마음속에 불안함을 낳는다. 이런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는 계속된다. 


    전자 제어 솔루션 기업 현대케피코는 급발진의 원인인 비정상적 연료 발화 통제 불능을 막기 위한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고,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비정상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을 시 차량에 공급되는 전원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호근 교수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막연한 공포감을 경계해야 한다. 과학적 증거보다 대중의 관심을 원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공포감”이라고 조언했다.

     


    ▶과학동아 2024년 10월호 기사


    추천 탐구 활동
    1. 자동차 급발진의 기계적·전자적 원인 분석 
    급발진이 기계적 결함(예: 페달 고정)과 전자적 결함(예: ECU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 심층 분석하고, 그 메커니즘과 주요 사례를 연구
    2. EDR 및 블랙박스 데이터의 신뢰성과 한계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의 음향 스펙트로그램 분석을 통해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적 원리와 그 신뢰성 탐구
    3. 급발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과학적 접근 
    급발진 관련 공포심을 조장하는 요인과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조사하고,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과학적·기술적 대응 방안 연구    

     

    관련교과
    ㆍ 2015 개정 : 물리II, 융합과학, 과학사, 정보, 사회·문화
    ㆍ 2022 개정 : 물리, 사회 문제 탐구


    관련계열 및 학과
    ㆍ 자연 계열 : 물리학과, 통계학과
    ㆍ 공학 계열 : 기계공학과, 자동차공학과, 전자공학과
    ㆍ 교육 계열 : 과학교육과, 기술교육과
    ㆍ 의학 계열 : 응급의학과, 보건환경학과
    ㆍ 인문 계열 : 사회학과, 심리학과,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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