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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도 거대한 장성(長城)이 있다고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블록은 별이 아니라 별이 수천억 개 모여 있는 은하다. 은하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해왔으며, 어떻게 움직이고 무리를 이루는지가 우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하도 홀로 있지 않다. ‘형제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를 비롯해 30여 개의 은하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고 있다. 300만 광년쯤 퍼져 있는 이 무리를 ‘국부은하군’이라 부른다. 우리은하 주변을 가까이 맴도는 위성은하만 해도 10여 개나 된다.

은하군보다 더 많은 은하가 모여 있는 집단은 ‘은하단’이라고 한다. 은하단에는 반지름 1000만 광년쯤 내의 영역에 수천 개의 은하가 무리를 짓는다. 우리은하에 가장 가까이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은 거대 타원은하 M87을 중심으로 1300개 이상의 은하가 모여 있다.

우주에는 은하군이나 은하단을 포함하는 커다란 집단도 있다. 이를 ‘초은하단’이라 부른다. 우리은하를 포함한 국부은하군은 처녀자리 은하단과 함께 ‘국부 초은하단’을 구성한다. 국부 초은하단에는 은하군이나 은하단이 1억 광년 내에 적어도 100개 이상 무리 짓고 있다.

은하들은 초은하단보다 더 큰 규모에서도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지 않고 매우 복잡하면서 신비로운 구조를 하고 있다. 거대한 규모에서 이렇게 질서 있게 이루는 구조를 ‘우주거대구조’라고 한다. 그 예가 수많은 은하가 모여 있는 거대한 벽 구조인 ‘우주 장성(Great Wall)’이다.

은하 무리는 은하 쌍에서 우주 장성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은하도 끼리끼리 모인다?

은하 무리의 시작은 은하 쌍이다. 은하가 쌍을 이룰때 유유상종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밝혀졌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팀은 서로 붙어 있는 은하 쌍을 조사한 결과 나선은하끼리, 타원은하끼리 쌍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내 지난해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ApJ)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 관측 프로젝트인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 자료를 이용했다.

서로 붙어 있는 은하 쌍은 은하 외곽(헤일로)이 서로 닿아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연구팀에 따르면, 나선은하는 자신의 차가운 가스를 동반은하에 전달할 수 있어 이 은하를 나선은하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 물질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이곳에 존재하는 뜨거운 가스의 영향을 받아 은하 내부의 차가운 가스가 증발하기 때문에 타원은하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동반은하 역시 타원은하가 될 확률이 높다. 은하 세계에서도 유유상종의 법칙이 통한다는 뜻이다.

경희대 우주과학과 김주한 연구교수는 “이는 나선은하와 타원은하가 뒤섞여 있는 은하단의 상황과 다른 얘기”라며 “은하단에서는 수많은 은하가 융합해 최종 결과물로 거대 타원은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은하 무리에서 가장 큰 규모는 우주 장성이다. 1989년 미국의 천문학자 마가렛 겔러와 존 후크라는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CfA) 적색편이 서베이’ 자료에서 길이가 5억 광년 이상 되는 우주 장성을 발견했다. 이보다 3배 정도 더 큰 우주 장성은 SDSS에서 드러났다. 2003년 미국 프린스턴대 리처드 고트Ⅲ 교수팀이 길이가 14억 광년쯤 되는 우주 장성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10억 광년가량 떨어져 있는 이 장성은 ‘슬론 장성’이라 불린다.



우주거대구조에는 거대한 벽 구조인 우주 장성 이외에 초은하단이 여럿 이어진 구조인 필라멘트가 있다. 필라멘트와 우주 장성을 갈라놓는 구조인 보이드(Void)도 주목할 만하다. 보이드는 은하를 거의 볼 수 없는 텅 빈 공간이다. 즉 수많은 은하로 둘러싸여 있는 속이 빈 물방울처럼 보인다. 물론 그 벽을 따라 은하단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은하 분포 조사에서 밝혀지기 시작한 보이드는 보통 지름이 1억 5000만 광
년에 이른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보이드를 주의 깊게 관측했지만 은하를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보이드는 은하가 거의 없는 빈터라고 할 수 있다. 은하의 90%가 우주공간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보이드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보이드에 암흑에너지의 비밀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에서 7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정훈 교수는 보이드와 암흑에너지의 관계를 밝혀 지난 4월 7일자 ApJ 레터에 발표했다. 보이드는 찌그러진 공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 찌그러진 정도가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를 알아낸 것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건넨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일까. 텅 비어 보이는 우주거대구조인 보이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를 지배하는 암흑에너지 역시 우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니까.


 
‘대동여지도 월면지도 증보판’
2009년은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은 지 40년 되는 해. 한국천문연구원은 국내 천체사진가들이 촬영한 수십 장의 달 사진을 조합해 정밀 월면 사진지도를 제작한 뒤, 2009 세계 천문의 해 웹진(astronomy2009.kr)에 브로마이드 형태로 공개해 교육 자료로 활용한다.

천문학, 얼마나 중요합니까?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일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천문학에 대한 인식도를 알아보는 여론조사 프로젝트. 천문학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올해에 일어난 인상 깊은 사건(부분일식, 사자자리 유성우 등)이 무엇인지 조사한다. 2008년 말 1차 설문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으며, 12월 중에 2차 설문을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한다.

‘천문학 지식사전’ 오픈
현직 천문학자들이 집필한 천문 콘텐츠를 웹진에 공개해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 온라인에서 잘못 유통되는 관련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태양과 소행성, 혜성으로부터 별의 탄생과 진화, 은하,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Q&A 형식으로 싣는다.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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