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으로 두뇌를 자극한 결과, 실험군에서는 위약군보다 3배 높은 식욕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 연구팀은 전기 자극의 세기와 주기를 최적화하고, 뇌 활성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기능적근적외선분광법(fNIRS)을 활용한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전기 자극으로 식용을 없앨 수 있을까? 신기영 한국전기연구원 책임 연구원이 이끄는 팀은 두뇌 전기 자극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팀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때 피실험자들에게 2mA의 전기 자극이 가해졌다. 이는 현재 비침습적으로 사람 머리에 전기 자극을 줄 때 허가되는 최대 전류량이다. 이 연구의 결과를 살펴본다.
👀배가 고프거나 부르면 뇌에서 벌어지는 일
뇌는 몸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배가 고프거나 혈당이 떨어지면 호르몬이 시상하부의 뉴런을 자극해 식욕을 높이는 신호를 보낸다. 포만감도 마찬가지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나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이 혈중에 많아지면 포만감을 유발하는 뉴런이 자극된다. 이때 뉴런은 뉴런과 뉴런 사이 작은 틈인 시냅스로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의 수용체에 결합해 막 전위의 변화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활동 전기 신호가 생성된다.
이 전기 신호가 뇌의 여러 뉴런에 전달돼 포만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며 그 결과 식욕이 억제된다. 즉 배고픔과 포만감을 느끼는 과정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발생한 화학적 신호와 전기 신호의 상호작용이다.
👀전기 자극으로 식욕 어떻게 낮추나?
전기 자극으로 식욕을 낮추는 것은 외부에서 유도된 가짜신호를 통해 신경 회로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에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 (tRNS·transcranial Random Noise Stimulation)'으로 배외측전전두엽 피질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tRNS는 두개골을 통해 뇌에 미세한 전류를 흐르게 해서 뇌의 특정 영역에 불규칙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전기 자극, 위약그룹보다 식욕 감소 효과 3배
연구팀은 총 60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tRNS 임상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30명(tRNS 그룹), 30명(위약 그룹)씩 2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실험 그룹에는 2주에 걸쳐 총 6번, 한 번에 2mA의 tRNS를 20분 동안 흘려 보냈다.
비교군인 위약 그룹에는 신호를 주는 척만 했다. 20분 동안 처음, 그리고 마지막에만 잠깐 자극을 주고 나머지 시간 동안엔 아예 신호가 들어가지 않았다. 2주가 지난 뒤 연구팀은 위약 그룹에서는 식욕 점수가 평균 5.59점 감소했고, 실험 그룹에서는 평균 18.75점 감소해 실험 그룹에서 3배 이상 식욕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수치는 실험자들의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매겼다. 실험자들은 전기 자극을 받기 전, 그리고 받고 난 뒤 배고픔, 배부름, 포만감, 앞으로 더 먹을 수 있는 정도 등 식욕과 관련된 총 8개의 항목에 대한 자신의 상태를 수치로 응답했다. 단 것이 먹고 싶은 정도, 짭짤한 것이 먹고 싶은 정도, 기름진 것이 먹고 싶은 정도 등도 질문에 포함됐다. 실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0부터 100 사이의 숫자로 선택해 응답했다.
그 결과 두 번째 전기 자극 실험에서부터 식욕, 배고픔, 배부름, 포만감 항목의 그래프에서 간격이 벌어졌다. 실험 그룹의 피실험자들은 식욕과 배고픔이 줄었고 배부름과 포만감이 늘었다. 반면 위약 그룹에 속한 피실험자들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한 번의 자극으로 식욕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순 없었다. 첫 번째 전기 자극이 있기 전후로는 실험 그룹과 위약 그룹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 식욕 억제의 꿈은 이뤄질까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tRNS와 식욕 억제 사이의 관계성을 더 탐구할 계획이다. 두뇌 활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기능적근적외선분광법(fNIRS)을 활용해 뇌의 활성도 변화를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신 연구원은 “fNIRS를 이용한다면 뇌 활성화 정보를 기반으로 전기 자극의 세기나 자극 시간, 주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할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