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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즐기는 인공파도·서핑·미끄럼틀

바다를 육지 한복판으로 옮겨놓은 비밀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물놀이공원이 생겨났다. 그곳에서 바다가 부럽지 않은 인공파도를 만날 수 있고, 서핑도 경험해볼 수 있다. 또한 10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드도 있다.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할까. 물놀이공원을 해부해보자.

2.4m높이의 인공파도풀 작은 파도와 큰 파도 제조법 다르다.

한여름 바다로 몰려가는 피서 인파. 이들은 동해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의 해수욕장에서 파도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만끽하면 여름의 맛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다와 전혀 무관한 용인이나 설악산에서도 파도를 즐길 수 있다. 바로 물놀이 공원, 워터파크에서 말이다.

워터파크을 찾는 이들에게서 가장 사랑받는 놀이시설은 인공파도. 바다의 파도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최고 2.4m의 높이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소금성분 때문에 바닷물로 뛰어들기 싫어하는 사람은 워터파크의 인공파도가 더욱 사랑스럽다. 그런데 어떻게 파도를 만들 수 있을까.
바다 파도의 경우는 어떨까. 바람은 잔잔한 바다에 파도를 만든다. 즉 공기가 해수면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바닷물에 압력을 주면 해수면의 물이 밀려 일렁이는 파도가 형성된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워터파크의 인공파도가 만들어진다.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서 순간적으로 인공파도풀장에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고압의 공기로 인해 물이 밀려나 파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1m 정도의 작은 파도를 만들 수 있다.

2m 이상의 큰 파도를 만들 때는 다른 방법이 이용된다. 용인 캐리비안베이의 인공파도풀 전면은 10여m 높이의 벽이다. 이 벽은 파도를 만드는 장치가 있는 건물의 일부다. 그 건물을 올라가보면 거대한 물탱크가 10개 있다. 각각의 물탱크에 들어갈 수 있는 물의 양은 95t. 큰 파도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탱크 바로 옆에 있으면 갑자기 ‘꽝’ 하는 소리에 놀란다. 물탱크 바닥에 있는 수문이 열리는 것이다. 잠시 후 수문이 닫히고, 10개의 물탱크에 총 9백50t의 물이 약 1분만에 채워진다. 그러면 동시에 수문을 열어 9백50t의 물이 인공파도풀 안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이같은 방법으로 큰 파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큰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인공파도풀에 점점 물의 양이 늘어나 넘쳐나지 않을까. 이를 대비해서 물을 빨아들이는 시설이 파도풀 곳곳에 숨어있다. 파도풀에 설치된 바위 같은 인공조형물이나 파도풀의 가장자리를 주의깊게 살펴보자. 넘치는 물이 그곳에서 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초속 21m의 빠른 물살, 인공 파도타기 서핑 즐기는 변호사의 아이디어로 부터

만약 바다에 가지 않고도 파도타기를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누군가는 웬 황당한 말이냐고 대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꿈이 아니다.

워터파크의 인공 파도타기 시설은 사람들에게 바다 갈 필요 없이 충분히 파도타기를 만끽할 기회를 준다. 인공파도처럼 또다른 파도를 만드는 시설일까.

바다 파도는 물 자체가 언덕을 이룬다. 그 언덕을 서퍼는 타고 내려온다. 그런데 파도가 서퍼가 내려오는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서퍼가 내려간 만큼 언덕이 올라와 있다. 때문에 서퍼는 계속 파도의 한쪽 면을 따라 해안가로 이동할 수 있다. 이때 파도는 해안가로 이동하지만, 물이 밀려오는 것은 아니다

인공 파도타기 시설의 경우는 바다 파도와 반대다. 아예 바닥 자체가 언덕이다. 따라서 바다의 파도 언덕처럼 이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언덕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10cm 정도의 물층이 빠르게 흐른다. 즉 파도는 고정돼 있고 물이 이동하는 것이다. 정반대는 통한다고 했던가. 인공 파도타기의 빠른 물살은 보드에 몸을 실은 사람이 중력에 의해 언덕에서 내려가려는 것을 방해한다.

누가 이처럼 멋진 생각을 해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의 변호사이면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톰 로체펠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파도의 곡면을 주의깊게 장시간 관찰하면서 이 멋진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실제로 완성되기까지 과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캘리포니아의 스크립스해양연구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과학자들과 함께 초기 실험 모델을 완성한다. 1991년에는 해안이 수백km 떨어져 있는 텍사스의 ‘슐리터반’이라는 워터파크에 인공 파도타기 시설이 처음으로 설치됐다. 시설이 개방된 후 곧바로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인공 파도타기의 생명력은 전체적으로 고른 두께를 가진 거센 물살에 있다. 한시간 동안 인공 파도타기 시설로 쏜살같이 흘러드는 물의 양은 2천3백여t. 물이 흐르는 속도가 초속 21m다. 바람의 경우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된다는 것과 비교하면 인공 파도타기의 물 흐름 속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같은 강력 물살을 만들 수 있을까. 파도타기 시설 뒤편에는 강력한 펌프가 3대 있다. 펌프는 물을 끌어올려 길고 가는 관으로 내보낸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숨어있는 것이다.

한편 인공 파도타기 시설을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은 타자마자 언덕을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중심을 잡지 못해 한쪽으로 밀려나기 쉽다. 이에 대해 용인 캐리비안베이의 시설담당 김주영 차장은 “초보자의 경우 거센 물살이 두려워 가능하면 몸을 보드 전체에 실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물의 흐름을 따라 쉽게 넘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보자는 몸의 상체만 보드에 싣는 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1만t 넘는 물 관리 어떻게 하나?  밤낮 가리지 않고 정화시켜야
 

각종 시설을 관리하는 중앙 통제실


물을 테마로 하는 놀이공원, 워터파크는 그야말로 물 천지다. 그렇다면 양은 얼마나 될까. 용인 캐리비안베이의 경우 총 담수량이 1만2천7백50t. 우리나라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이 3백95L이므로 이 정도는 한사람이 88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물을 채우는데 꼬박 1주일이 걸린다.

물 관리는 워터파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풀장을 들락거리면서 땀이나 배설물과 같은 각종 유기물로 물은 쉽게 오염된다. 그렇다면 오염된 물을 계속 갈아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물 소비가 너무 심하다. 매년 6월에 개장해서 9월에 폐장할 때까지 전체를 갈아주지 않는다.

물을 아끼고 재활용해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하려면 정화 시스템은필수다. 우선 고도의 여과장치를 통해 풀장의 오염된 물은 정화된다. 물 위에 떠있는 부유물이나 쓰레기를 제거하고, 각종 세균이나 박테리아 등 유기 물질을 분해시킨다. 그리고 적정 pH를 맞춘다. 이와 함께 물에 약품 처리를 한다. 보통 염소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물은 살균소독된다.

물의 정화는 주로 밤에 이뤄지지만, 낮에도 빼먹을 수 없다. 특히 최대 인파가 몰리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더욱 그렇다.

한편 각종 놀이시설은 주로 컴퓨터로 작동된다. 인공파도풀의 경우, 파도의 높이와 시간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된다. 그리고 1백명이 넘는 안전요원이 교대로 각종 놀이시설에 배치돼 있다. 이들은 이용자의 안전을 비롯해서 시설물의 상태를 점검한다.

10층 높이의 물 미끄럼틀, 워터슬라이드 어둠의 공포와 급경사의 빠른 스피드
 

안전요원은 출발대에서 이용자에서 팔을 모으고 다리를 꼬라고 지시한다. 팔과 다리 가 슬라이드 옆면에 부딪치는 사고를 예방하 기 위해서다.


놀이공원을 찾아가면 금방 어느 놀이시설이 가장 인기가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대기자가 서있는 줄의 길이를 통해서다. 대개는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게 하는 스릴 만점의 놀이시설들이 그 주인공이다. 자이로드롭처럼 말이다.

워터파크에도 여느 놀이공원처럼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10층 정도 높이를 맨 몸으로 순식간에 내려오는 워터슬라이드다. 출발대 바로 앞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앞에 서있던 사람이 출발한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아악!” 타보기도 전에 다가오는 공포와 긴장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동네 놀이터의 미끄럼틀과 비슷한 워터 슬라이드. 왜 그토록 여기에서 사람들은 스릴을 느낄까. 가장 무섭기로 유명한 경우를 살펴보자. 완만한 경사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다가 갑자기 60°에 가까운 경사면을 내려온다. 이는 워터슬라이드에서 누릴 수 있는 두가지 스릴 효과를 동시에 갖췄다.

보통 깜깜한 터널을 지날 때 사람은 앞으로 지나갈 경로를 알지 못한다. 때문에 잔뜩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완만하던 경사가 갑자기 급해지면 빠른 속도변화를 겪는다. 이로 인해 관성이 생겨 사람은 몸이 붕 뜨는 느낌을 경험한다.

따라서 어두운 통 속에서 갑자기 나타날 급경사를 확인할 수 없어 공포를 준비할 새도 없다. 그러다 갑자기 급해지면 공중에 몸이 뜬다. 그리고 순식간에 60°에 가까운 경사면을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 이때 워터파크의 스릴은 극에 달한다.

워터슬라이드가 동네 놀이터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을 제공하는데는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물이 없다면 어떨까. 아마도 엉덩이에 불이 나 옷에 구멍이 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져 스릴의 강도도 줄어들 것이다.

물은 윤활유다. 접촉해서 미끄러지는 두 고체면의 마찰을 줄여주는 액체다. 마찰은 물체의 이동을 방해하고 접촉면 사이에 열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마찰을 줄여주면 접촉면의 마모를 줄여줄 뿐 아니라 쉽게 미끄러지고 발생하는 열도 적어진다. 또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한다.

윤활유는 마찰을 2백배 정도까지 줄여준다. 마찰을 줄이는 효과는 윤활제의 점성과 비례하는데 공기가 1이라면, 물은 33, 그리고 기름은 1천이다.

한편 워터슬라이드를 타기 전 라이프가드는 손은 가슴을 앉듯 모으고, 다리는 꼬라고 지시한다. 이는 안전을 위해서다. 손이나 다리가 모아져 있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슬라이드의 옆면에 부딪쳐 다칠 수 있다. 이와 함께 몸이 전체적으로 유선형이 돼 더욱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느긋한 여유로움의 강, 유수풀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른다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놀이시설을 즐기다 지치면 튜브에 몸을 싣고 두둥실 떠다닐 수 있는 풀장이 워터파크의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수백m 이상의 시작도 끝도 없이 고리를 이루는 물줄기가 한방향으로 천천히 흐른다. 그래서 이 시설을 ‘느리게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에서 ‘유수풀’이라고 부른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느긋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시작도 끝도 없고 높이차도 없는 강이 어떻게 흐를 수 있는 것일까.

자연에서 이같은 조건에 있는 물은 단지 고여있을 뿐이다. 물은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즉 높은 곳에 있는 물은 위치에너지가 커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따라서 유수풀에는 뭔가 인위적인 장치가 설치돼야 한다.

튜브에 몸을 싣고 유수풀을 떠다니면서 바닥을 살펴보자. 그러면 바닥에 너비 1m 정도의 구멍 뚫린 철망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유수풀의 비밀이 숨어있다. 구멍을 통해 물은 철망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다가 터빈을 만나는데, 이것은 물을 빠른 속도로 철망 근처에 있는 입구를 통해 다시 풀장으로 내보낸다. 이때 입구가 한 방향으로 향해 있어 물이 흐르는 것이다.

2.4t의 물벼락 해골바가지
 

해골바가지-해골 모양의 비대칭 때문에 물이 채워지면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회전축에서 무게중심이 벗어나 해골이 돌아가 물벼락을 내린다.


1998년 7월 31일 밤 10-11시 사이에 전라남도 순천에는 1백45mm의 폭우가 내렸다. 이 기록은 역대 시간당 강수량의 최대치다. 이에 대해 하늘이 양동이 채로 물을 퍼부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동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물벼락을 워터파크에서 맛볼 수 있다. 워터파크에는 3분을 주기로 2.4t의 물을 한순간에 맞을 수 있는 놀이시설이 있다.

얼굴면과 머리면이 비대칭인 해골 머리 모양의 거대한 바가지는 양 옆면을 관통하는 축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머리 윗부분은 구멍이 뚫려있다. 이 구멍을 통해 아래로부터 끌어올린 물이 해골바가지로 들어간다. 점점 해골바가지에 물이 채워지면 갑자기 어느 순간에 해골은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러면서 2.4t의 물을 퍼붓는 것이다.

해골바가지에 숨은 과학적 원리는 무게중심. 해골의 앞부분이 뒷부분보다 공간이 커서 물이 점점 채워질수록 무게중심이 축에서 앞쪽으로 이동한다. 때문에 해골바가지가 기울어진다.

물이 빠져나간 해골바가지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다시 채워지기 시작한다. 해골바가지로 들어가는 물의 속도를 조절하면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물이 채워지고 쏟아내진다. 해골바가지는 일종의 타이머인 셈이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창호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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