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금부터 29년전에는 진공관 라디오가 최첨단 상품이었고,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는 진공관 3개로 된 라디오(수신기)나 송신기를 제작하여 사용하곤 하였다. 트랜지스터가 보급되자 이번에는 6석, 7석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조립하여 음악을 듣다가 아직은 트랜지스터로는 좋은 음질이 안나온다고 생각하여 라디오의 고주파 부분은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메인엠프 부분은 고출력 진공관을 사용하여 전축을 만들어 음악 감상을 하였다. 또한 대학시절에는 FM스테레오 수신기를 직접 만들면서 보냈다. 그러던 중 트랜지스터가 IC로 발전되더니 드디어 8 비트애플컴퓨터가 발명되었고, 국내에서도 애플컴퓨터에서 한글이 개발되니까 라디오를 좋아하던 필자가 관심을 안 가질수 없게끔되었다.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하는 경우에, 컴퓨터만 사면 곧바로 모든 일을 컴퓨터가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또한 컴퓨터만 사면 워드프로세서(문서편집기), 스프레드 시트(계산표), 데이타 베이스(자료관리) 프로그램이 당연히 다 작동되는 것으로 알기 쉽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컴퓨터를 사 놓고 이용할 수 없을 때는 실망이 크게 된다.

사실 개인으로서는 큰 돈을 할애하여 컴퓨터를 구입하는 것이므로 신중히 기종을 선택하여야 한다. 한국인의 개인용 컴퓨터라고 하면 적어도 워드프로세서(한글-Ⅲ나 보석글 또는 워드스타), 스프레드시트(비지칼크나 로터스), 데이타 베이스(디베이스, 알베이스) 같은 유틸리티 프로그램에서 한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을 작성할 언어로는 베이직 언어나 코볼 언어 또는 파스칼 언어 중에서 한글을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한가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쓰는 컴퓨터는 애플 컴퓨터이거나 IBM 컴퓨터이거나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 시트, 데이타 베이스 프로그램을 다 사용하고 컴퓨터 언어도 베이직, 코볼, 시(C) 언어, 파스칼, 포트란 언어를 전부 사용하고 있으며 가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컴퓨터가 좋은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내가 어떻게 컴퓨터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똑같은 컴퓨터를 구입하고도 사용방법을 연구하지 않아서 게임만 즐긴다면 정말 컴퓨터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공 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필자의 회사처럼 거의 모든 언어와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전부 사용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비싼 컴퓨터를 구입하기 보다는 본인이 주로 어떤 업무에 컴퓨터를 사용할 것인가를 판단하여 그 업무에 적합한 컴퓨터를 고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문학가나 선생님같이 원고를 자주 쓰는 경우는 성능이 우수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선택하고, 회계 업무나 통계 업무와 같이 계산을 많이하는 경우에는 스프레드 시트 기능이 뛰어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자재 관리나 고객 관리같이 많은 수의 데이타를 찾아보거나 수정하는 때에는 빠른 속도를 갖는 데이타 베이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컴퓨터를 고르는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를 가지고 대형 컴퓨터처럼 한대의 컴퓨터로 모든 것을 처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개인용 컴퓨터한 대로 한 가지 업무만 잘 처리할 수 있다면 컴퓨터의 값어치(가격대 성능비)는 충분한 것이라고 본다. 만일 한 대로 작업량이 넘친다면 개인용 컴퓨터를 하나 더 구입하는 것이 비싼 컴퓨터를 구입하여 단말기(터미날)를 2대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집에는 IBM-XT 기종 1대, 트라이젬(애플 호환기종)1대, 패미콤-150 1대가 있어서 중학교 2학년인 딸과 국민학교 6학년인 아들과 같이 컴퓨터를 사용한다. 8비트인 트라이젬과 패미콤-150에서 그래픽 프로그램과 게임은 두 애들이 더 잘하고 있다. 처음에는 게임만 하던 애들이 작년부터는 트라이젬에서 베이직 언어로 전화번호및 주소록 관리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사용하고 있고,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한글-Ⅲ를 이용하여 친구에게 편지도 부치고 있다. 필자 역시 IBM에 보석글 프로그램을 로드시켜 편지도 쓰고, 원고도 작성하곤 한다. 또한 여가를 이용하여 베이직 언어로 인사 급여 관리 프로그램을 짜기도 하고 고객 관리 카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이제 우리 집에서 컴퓨터는 원고 작성용, 명함 관리, 주소록 관리, 게임, 편지쓰기 등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물론 애엄마는 컴퓨터에게 아빠만 뺏긴 것이 아니라 애들까지 빼앗겼다고 투덜대긴 하지만 막상 아빠와 애들이 컴퓨터앞에 나란히 앉아서 프로그램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 흐뭇해 하는 것같다.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전자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