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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24 이그노벨상] 35만 747번 동전 던지기, 항문으로 호흡하는 법… 엉뚱한 연구는 계속된다

 

▲Shutterstock
방귀를 참는 것이 아니다. 산소 공급을 막는 것이다.

 

이그노벨 생리학상 : 코, 입 그리고 항문. 당황스러운 제3의 호흡기관

 

 

미꾸라지나 메기는 대개 아가미로 호흡하지만, 산소가 부족할 땐 창자를 이용한다. 공기를 삼켜 소화하면 항문 근처 창자의 얇은 막과 모세혈관이 산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를 ‘장 호흡’이라고 부른다. 타케베 다카노리 일본 도쿄치의대 연구원이 이끈 일본, 미국 국제 공동연구팀은 인간도 장 호흡이 가능하단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항문을 곁들인. 2024년 이그노벨 생리학상의 영광이, 항문으로 하는 장내 호흡(EVA텲nteral Ventilation via Anus) 연구에 수여되는 건 불가피했다. 

 

포유류도 항문 바로 위, 직장에 촘촘한 혈관을 가지고 있다. 해열제를 입으로 삼킨 경우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30분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반면, 해열제를 항문에 넣는 경우 15~30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열제가 직장의 혈관을 통해 바로 흡수돼서다. 연구팀은 포유류도 장 호흡이 가능한지와 함께, 효과적인 장 호흡 방식을 살펴봤다.

 

입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직장은 끝에 위치하지만, 항문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시작에 해당한다. 때문에 연구팀은 항문을 통해 산소 가스를 주입해 포유류의 장 호흡을 살폈다. 산소 농도 8%의 저산소 조건에서 일반 쥐는 11분 만에 사망했지만, 항문으로 산소를 주입 받은 쥐는 18분 동안 생존했다.

 

직장의 장벽을 얇게 만들면 산소가 더 많이 혈관으로 퍼졌다. 장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손상을 유도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덱스트란 황산나트륨’을 사용해 쥐의 직장 점막을 얇게 만들자, 쥐의 생존 시간이 50분 가까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효과적인 산소 공급 방법도 개발했다. 산소 분자가 잘 달라붙는 과불화탄소 용액을 항문으로 주입하면, 용액이 장내에서 흡수되며 산소가 혈액에 퍼졌다.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항문 호흡 연구는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당시 인공호흡기가 부족해지자 호흡부전 환자들이 고통을 받는 것을 본 뒤 장 호흡 연구를 시작했다. 상당히 진지하게 시작해,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연구였던 것이다. 타케베 연구원이 이그노벨 시상식에서 “혼란스럽다”는 수상 소감을 밝힐 만했다.

 

 

▲GIB
 

 

▲Improbable Research 유튜브 캡처
제임스 리아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과 교수가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죽은 송어에게 키스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그노벨 물리학상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송어는 죽어서 움직임을 남긴다

 

2024년 이그노벨 물리학상은 무지개 송어가 죽은 뒤에도 수영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제임스 리아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리아오 교수는 하버드대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과 연구원이었던 2004년,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털 바이올로지’에 난류에서 ‘카르만 보행’이라는 특정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죽은 송어도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어떤 물고기의 수영은 단순한 근육 활동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란 것이다.

 

물고기들은 원통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소용돌이(난류)를 만나면 독특한 움직임 패턴을 보인다. 소용돌이의 주파수에 맞춰 꼬리를 펄럭이며 물살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위치와 자세를 유지하는 카르만 보행이다.

 

리아오 교수는 카르만 보행을 하는 물고기의 근육 활동과 신경 제어 전략에 대해 살폈다. 우선 카르만 보행 시 물고기가 근육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죽은 송어로 입증했다. 죽은 송어도 소용돌이 치는 물에서 살아있는 송어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고 꼬리 박동 주파수(2.77Hz)도 소용돌이가 만든 주파수(2.87Hz)와 유사했다.

 

이런 움직임은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리아오 교수가 소용돌이 안에 있는 물고기는 자세를 제어하는 수준의 근육만 소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근육은 붉은 근육과 하얀 근육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붉은 근육은 물고기가 느린 속도로 움직일 때 활성화되는 유산소 근육이다. 하얀 근육은 단시간 강한 힘을 낼 때 활성화된다. 사냥을 하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때가 대표적이다. 

 

리아오 교수는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해 카르만 보행 조건에서는 하얀 근육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빠른 물살에서 자세를 제어하기 위해 몸통 앞쪽의 붉은 근육만 사용했는데, 그마저도 일반적인 상황의 근육 사용량보다 적었다. 리아오 교수는 논문을 통해 카르만 보행 조건에서는 수영부터 자세 제어까지 근육보다 물의 움직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송어는 죽어서도 자연 환경에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동작과 그 원리를 밝혀냈다. 삼가 송어의 명복을 빈다. 

 

 

▲Shutterstock
35만 번 동전을 던져 DHM 모델을 입증했다. 동전 던지기로 내기를 한다면 반드시 윗 면을 찜하자.

 

이그노벨 통계학상 : 35만 번 동전을 던져 알아낸 ‘반반 확률’의 진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35만 757번 동전을 사람들이 직접 던졌다. 역대 가장 동전을 많이 던진 연구다. 어떤 연구 결과가 나왔든 간에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 되는’ 업적으로 이그노벨상을 받을 만하다. 프란티셰크 바르토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방법학과 연구원이 이끄는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국제 공동연구팀의 이야기다.

 

35만 번의 동전 던지기는 48명이 힘을 합쳐 해냈다. 우선 논문의 제1저자인 바르토스 연구원과 친한 학부생 5명이 7만 5036번 동전을 던졌다. ‘동전 던지기 마라톤’도 열었다. 35명의 사람들이 무려 12시간 동안 총 20만 3440번의 동전을 던졌다.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에도 도움을 청했다. 7명의 트위터리안이 7만 2281번 동전을 던졌다. 총 44개의 동전이 사용됐다. 

 

동전을 던지는 절차는 표준화했다. 참가자들은 엄지 손가락으로 동전을 튕겨 올린 뒤, 손바닥으로 동전을 잡았다. 또한 영상을 촬영해 동전을 던지기 과정을 모두 녹화했다. 참가자들은 던진 동전의 착지 면을 기록하고, 만약 동전이 땅에 떨어진 경우엔 무효 처리했다. (무효 처리된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35만 757번보다 더 많은 동전이 던져졌단 뜻이다!)

 

연구팀은 35만 번 동전을 던져 ‘DHM 모델’을 입증했다. DHM 모델은 동전을 공중에 던질 때의 면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착지할 확률이 약 51%임을 제시한 물리 모델이다. 퍼시 디아코니스 미국 스탠퍼드대 수리통계학과 교수가 수잔 홈즈 스탠퍼드대 통계학과 교수, 리처드 몽고메리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 수학과 교수와 함께 2007년 발표했다(셋의 성을 따 DHM 모델이라 부른다). 51과 49 사이 2%의 확률 차이는 동전의 회전축이 흔들리며 발생한다. 회전축이 흔들리는 세차 운동 때문에 처음 위를 향한 면이 더 오랫동안 공중에 머문다는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35만 번 동전을 던지자, 35만 757번 중 17만 8078번이 같은 면으로 떨어졌다. 50.8%다. 다시 한번 동전 던지기가 반반의 확률이 보장되는 무작위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 앞으로 동전 던지기로 내기를 한다면 반드시 내가 고른 면을 위로 해서 던지도록 하자!

 

 

▲김태희
2024년 8월, 경기도 광명에서 태어난 기자의 조카, 초코(태명)의 가마는 시계 방향으로 자랐다.

 

이그노벨 해부학상 : 지구의 자전이 정수리 가마의 방향까지 결정할까?

 

 

올해 8월, 경기도 광명에서 태어난 기자의 조카, 초코(태명)의 가마는 시계 방향이다. 로만 호세인 콘사리 프랑스 시테의대 교수가 이끈 프랑스, 칠레 공동연구팀이 예측한 대로였다! 연구팀은 사람의 가마 방향이 적도를 기준으로 태어난 위치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를 2023년 10월 ‘구강학구강악안면외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는 논문 제1저자인 마르졸렌 윌렘스 프랑스 몽펠리에대병원 유전학과 의사가 본인의 일란성 쌍둥이 자녀의 가마를 보고 든 질문에서 시작했다. ‘가마의 위치와 방향은 유전의 영향이 클까? 환경의 영향이 클까?’ 연구팀은 북반구에서 태어난 프랑스 어린이들, 남반구에서 태어난 칠레 어린이들 그리고 북반구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을 살펴봤다. 연구팀은 가마의 방향을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나누고, 가마의 위치는 정수리를 기준으로 중앙, 왼쪽, 오른쪽으로 구분했다.

 

37쌍의 쌍둥이를 통해 가마 방향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발달 과정인 것이 드러났다. 70%의 쌍둥이가 같은 방향의 가마를 갖고 있었다. 다만 가마 위치는 유전으로 보기 어려웠다. 쌍둥이라도 가마 위치가 일치할 확률은 고작 51%였기 때문이다.

 

북반구에 태어난 아이들은 시계 방향으로 가마가 만들어지는 경향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두 그룹 간 사건 발생 비율을 비교하는 통계 지표인 오즈비(OR)를 구했다. OR은 한 사건이 발생하는 확률(p)을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확률(1-p)로 나눠서 구한다. OR 숫자가 크면 사건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이며, 숫자가 작으면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건은 반시계 방향으로 가마가 자라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북반구의 OR은 0.04, 남반구의 OR은 0.28이었다. 북반구에선 가마가 반시계 방향으로 거의 자라지 않고, 남반구에선 북반구보다 반시계 방향으로 가마가 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연구팀은 가마 방향 차이가 코리올리 힘에 의한 지리적, 환경적 요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코리올리 힘은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관성력인데, 이로 인해 북반구는 물체가 오른쪽으로, 남반구는 물체가 왼쪽으로 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코리올리 힘이 정말 가마의 방향을 결정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아니 근데 이게 해부학이라고? 가마 방향도 인체 구조는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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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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