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S는 2011년 개원한 이래로 주요 과학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만 1만 685편이 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현재 IBS에는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그리고 융합연구분야의 30개 연구단과 2개 연구소가 있다. 이들 연구단은 대전의 본원을 비롯해 서울, 광주, 부산 등 전국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IBS 홍보팀의 임지엽 행정원은 랩투어의 포문을 열며 “지하 1000m에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찾고, 상온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치매의 치료법을 찾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바로 IBS”라고 설명했다.

수학으로 생명활동 풀어내는 과학자와의 만남
랩투어가 진행된 IBS 본원 이론동은 이론물리나 수학 등 숫자로 세상의 원리를 밝혀내는 연구가 이뤄지는 장소다. 김재경 IBS 의생명 수학 그룹 연구책임자(CI)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왜 수학을 해야 하나?’ 의문이 들 수 있다”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오늘 강연에서는 어떻게 수학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지, 생명의 언어를 수학으로 번역해 컴퓨터에 전달하는 방법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강연에서 김 CI는 미적분 개념을 바탕으로 세포의 감염률과 수면 리듬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수학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허지훈 독자(서울 태랑초 5)는 “전에는 미적분을 막연히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재경 CI님의 쉽고 간단한 설명 덕에 미적분이 왜 필요한지, 수리생물학이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이어지는 의생명 수학 그룹 연구실 견학과 연구원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을 통해, 마냥 멀게만 느껴지던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구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는 경험도 얻어갈 수 있었다.

전자현미경, 슈퍼컴퓨터‘특급 연구 장비’ 한데 모였다
이론과 실험은 과학의 중요한 두 축이다. 오전엔 김 CI와 함께 이론 연구현장을 살펴봤다면, 오후 일정의 주제는 ‘실험’이었다. 슈퍼컴퓨터와 고성능 현미경 등 첨단 실험장비는 기초과학 연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IBS 리서치솔루션센터는 과학자들이 핵심 연구장비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미징/분석 장비, 초고성능컴퓨팅 장비 등 다양한 첨단 실험장비를 갖추고 있다. 김택승 선임기술원과 김혜진 기술원의 안내를 따라 리서치솔루션센터를 한 바퀴 둘러봤다.
이날 리서치솔루션센터에서 본 전자현미경과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은 인간의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시세계를 보여주는 장비다. 특히나 Cryo-EM은 전자빔을 이용해 수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단위의 작은 물질을 촬영한다. “Cryo-EM으로 촬영한 2차원 이미지를 모으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알아낼 수 있어, 앞으로 신약 개발이나 구조생물학 연구 등에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김 기술원의 설명이다.
첨단 실험장비가 가득한 리서치솔루션센터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는 IBS가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와 ‘올라프(Olaf)’가 있다. 알레프는 IBS 기후물리 연구단에서 기상연구를 하는 데 주로 활용한다. 올라프의 경우 Cryo-EM에서 얻은 데이터를 연산하는 데 쓰인다. 허무영 책임기술원은 “슈퍼컴퓨터의 이름을 영화 ‘겨울왕국’의 눈사람 캐릭터에서 따온 이유가 있다”면서 “초저온 전자현미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비”라고 덧붙였다.
슈퍼컴퓨터실은 보안구역이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제출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서는 두 슈퍼컴퓨터를 냉각하기 위해 공조기가 돌아가는 큰 소리가 났다. 독자들은 수영장 만한 크기의 슈퍼컴퓨터실에 가득한 장비를 보며 신기해했다. 허 책임기술원은 “이곳의 슈퍼컴퓨터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론을 만들어낸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자들은 리서치솔루션센터의 장비들이 어떤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기초과학의 중심에서 SF를 외치다
랩투어 마지막 시간에는 ‘SF, 미래를 보는 창’이란 주제로 황재찬 IBS 순수물리이론 연구단 연구위원과 문이소 SF 작가의 대담이 이뤄졌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원하는 ‘SF 창작을 통한 SF 문화 확산 사업’의 일환으로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한 SF공모전에서 수상한 작가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영혜 과학동아 편집장은 대담에 앞서 “SF와 과학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라면서 “여러분 또한 이 자리를 통해 다양한 영감을 얻어간다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황 연구위원은 IBS에서 우주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인 우주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우주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은 과학자들에겐 연구 주제가, SF 작가들에겐 중요한 소재가 된다. 문 작가는 “SF에서는 우주의 끝에 대해 상상해보는 이야기가 많다”며 “과학자로서 우주의 죽음을 어떻
과학자와 SF 작가의 대화는 SF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중요한 영감이 됐다. 2024년 제1회 SF숏포머블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김나연 씨는 “대담을 통해서 과학과 SF 소설의 같고도 다른 점을 알게 되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과학과 SF를 사랑하는 과학동아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앞으로 글을 쓸 때마다 랩투어에서 만난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