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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유전의 관련성」 논쟁 활발

신경전달물질 등 생물학적 연구도 필요

범죄는 환경적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생물학적 요소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활발히…
 

인간의 유전정보를 해독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은 사람의 염색체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폭력범죄의 원인으로서 빈곤 실업 마약 등의 환경인자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어떤 인종은 태어날 때부터 폭력 범죄를 일으킬 소질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솔찮게 등장하고 있다.

논의의 계기가 된 것은 작년 미국에서 반폭력법안이 입안되면서다. 흑인 내과의면서 보건사회부 장관이 되었던 설리반은 폭력범죄의 가장 큰 피해당사자인 흑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흑인이 관계된 살인사건은 백인보다 5배나 많고, 15~24세 사이 흑인남성의 사인 중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살인에 의한 사망'이다.

이 법안에 따라 5년간 4억달러의 돈이 미국의 폭력연구비용으로 쓰이게 됐는데 현재까지 5천만달러가 지출됐다. 그 비용의 대부분은 종래와 마찬가지로 '정신사회학' 분야에 지출됐다. 아이들의 학대라든가 약물복용, 기타의 범죄원인을 조사하는데 사용된 것이다. 또 상담과 총포구입 제한 등 범죄 방지 연구에도 일부 쓰여 졌다.

한편 동물이나 사람 등의 공격적 행동에 관련된 호르몬이나 신경전달 물질 등 생물학적인 연구에는 연구비의 5%만이 할당됐다. 여기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사람이 국립정신의학연구소장 구드윈.

구드윈의 이의 제기를 계기로 메릴랜드 대학에서는 '범죄의 유전적 요소'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개최 할 예정이었다. 이 심포지움의 논조는 환경적 접근만으로는 범죄예방이 불가능하고, 유전적연구를 통해 범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반대론자들의 저항은 거셌다. 한 정신의학자는 "미국 정부가 흑인 아이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투약에 의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계획을 수립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심포지움은 개최되지 못하고 무기 연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 과학아카데미에서 출판된 '폭력, 그 지식과 방지'에는 유전학적 연구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결과가 실려 있다. 범죄의 생화학적 특징, 폭력과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약물처방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인체게놈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왓슨은 "이제까지 우리들의 운명은 별이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운명이 유전자에 쓰여져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전과 범죄를 관련시키는 주장은 항상 말썽을 일으켰다.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 중에는 범죄자는 작고 음흉한 눈을 가지고 있고, 양 눈썹이 붙어 있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최근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헤르스타인은 흑인은 백인보다 생래적으로 범죄성향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는 범죄에 유전적 성향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직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메드니크 교수의 연구결과다. 1만4천명의 양자(養子) 남성의 범죄력과 그 친아버지·양아버지의 기록을 비교했다.

그 결과 물건을 홈치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었으나 폭력범죄는 유전성과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식이 될만한 범죄유전자가 존재 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범죄란 결국 문화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범죄라기보다는 범죄를 일으키는 공격성 행동성 약물상용의 관습 등이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유전인자보다는 신경전달물질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실험동물의 연구에서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나타날 때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급격히 저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튼 범죄 연구는 기본이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긴 하지만, 생물학적(유전적)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최근의 흐름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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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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