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더운 여름 건강히 보내셨나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는 말이 밈이 될 정도로 무더웠는데, 입추가 지나니 귀신같이 선선해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론 제법 바람도 불더라고요. 고도가 낮아지고 일조시간이 짧아지는 태양의 영향이 지구의 세입자에게 얼마나 절대적인지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제 추워질 일만 남았네요.
물론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올 하반기 태양은 극대기를 향해 달려갑니다. 태양의 극대기는 보통 11년 주기로 찾아온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공동 의장을 맡은 ‘태양 주기 예측 위원회’는 내년 여름으로 예상됐던 극대기 시점을 올해로 앞당겼습니다. 이미 작년부터 태양의 활동이 심상치 않아서죠.
5월 강원도 화천에서 관측된 오로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주로 관측되기 때문에 많은 분이 버킷 리스트에 오로라 여행을 적는데요. 올봄 강력한 태양폭풍 때문에 얼떨결에 이 버킷 리스트를 달성해 버린 분들이 생겼습니다. 얘기가 이렇게 아름답게만 끝나면 다행일 텐데, 이 강력한 태양폭풍은 올가을 전력망과 통신 시스템 장애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태양폭풍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태양 연구자들이 이 비밀을 풀 어벤져스를 출동시킬 계획입니다. 1995년 발사한 터줏대감 태양관측선 소호(SOHO)를 필두로, 디스커버, 아디트야, 솔라 오비터 등 여러 태양관측선이 현재 라그랑주점에 모여 태양을 연구 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측선이 라그랑주점에 도착해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태양폭풍 예측도 꿈만은 아닐 겁니다. 한국우주항공청도 태양관측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요. 일명 ‘라그랑주 연합’입니다.
라그랑주 연합이 활약할수록 우주날씨는 몇몇 전문가만의 관심사가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될 겁니다. 마치 일기예보처럼요. 일기예보는 비를 피해야 하는 날뿐만 아니라 계절의 변화, 어울리는 옷차림도 말해줍니다. 우주날씨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라고 하는 태양이 어떤 별인지, 광대한 우주의 작고 소중한 존재로서 우리 모두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 줄 겁니다.
모쪼록 과학동아가 준비한 태양 특집기사와 함께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우주와 지구의 변화를 느끼는 9월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