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핵심은 팽창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세 가지 형태로 팽창할 수 있다. 구 모양의 ‘닫힌 우주’, 말안장 모양의 ‘열린 우주’, 그리고 평평한 모양의 ‘평면 우주’가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얻어진 관측 자료에 의하면, 우주는 거의 평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 하필 우주는 셋 중 평면 형태가 됐을까.
1981년 앨런 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처음 제기한 급팽창(Inflation)이 이 의문을 해결해준다. 구스는 우주의 크기가 어떤 시점에서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커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의 속도(초속 약 30만km)만큼, 또는 이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는 것이
다. 급팽창을 우주의 역사에 도입하면 지금의 우주가 평평한 모양이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급팽창은 동시에 우주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인 일명 ‘지평선 문제’도 해결해줬다. 지평선 문제는 우주배경복사로 관측된 우주의 끝과 끝, 즉 수백억 광년 떨어진 두 지점의 온도가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동일하고, 입자의 분포도 균일한 특이한 현상이다.
만약 우주가 빅뱅 후 일정한 속도로 팽창했다면, 팽창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에 의해 온도는 물론 물질 분포에도 차이가 나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지점의 온도가 동일해지기 위해서는 서로 접촉해 열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데, 우주의 끝과 끝은 열을 주고받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다.
급팽창은 이 문제를 급격한 팽창이 우주 초기에 이뤄졌다고 가정하며 풀어냈다. 빅뱅 직후의 우주 크기가 아주 작아 우주의 모든 지점이 맞닿아 있었고, 동일한 정보를 나눈 상태에서 급팽창으로 인해 갑자기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수백억 광년이 떨어져 있다고 해도 우주 초기 정보는 동일하게 갖고 있을 수 있다.
급팽창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급팽창이 관측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면서 우주가 탄생 직후 10-32초 동안 1030배 커지는 급팽창이 일어났다는 설명은 현재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주의 온도는 급팽창을 통해 1032K에서 1027K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