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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특별기획] BCI 기술의 최전선, 뉴럴링크 VS 싱크론

 

2024년 3월 20일, 뉴럴링크는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첫 임상시험 환자가 체스게임을 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그의 매끄러운 플레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통해 누구나 텔레파시로 컴퓨터를 움직일 수 있는 ‘칩인류’의 시대를 예고했다.

 

특별취재팀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 언론 최초로 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환자를 현지에서 직접 만났다. 더불어 뉴럴링크의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BCI 기업 싱크론도 취재했다.

 

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환자 인터뷰

“BCI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뉴럴링크의 첫 임상시험 참가자 놀란드 아르보.
 

 

6월 21일(현지 시각), 장장 16시간의 비행과 3시간의 운전 끝에 미국 애리조나주의 작은 도시 유마에 도착했다. 사막과 덤불로 둘러싸인 비포장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크지 않은 조립식 주택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한 집의 초인종을 누르자 놀란드 아르보 씨의 어머니가 취재팀을 반겼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이보그(신체 일부가 기계로 개조된 인간)’를 만나러 왔군요?” 

 

집안으로 들어가자 소개를 받은 놀란드 아르보 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기자를 맞았다. 어깨 아래 모든 신체가 마비된 그는 몸체에 연결된 기다란 관을 입으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휠체어의 움직임을 조절했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노트북 자판을 타이핑을 하기는 어려울 터. 인터뷰 섭외 과정에서 그와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메일은 제가 직접 썼어요. 컴퓨터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워 놓고 마우스 커서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만 하면 돼요.” 마우스 커서는 그의 뇌에 삽입한 뉴럴링크사의 N1 임플란트 칩(이하 칩) 신호를 받아 움직인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사이보그라고 소개한 이유다.

 

뉴럴링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연구하는 뇌공학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해 다른 BCI 기업에 비해 잘 알려져 있다. BCI는 칩 등의 장치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상호작용하는 첨단 기술이다. 2024년 2월 20일,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참가자가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였다”고 발표했는데, 그 첫 임상시험 참가자가 바로 아르보 씨였다.

 

 
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참가자 놀란드 아르보 씨(왼쪽)와 기자의 체스 대결 모습. 아르보 씨는 뉴럴링크 칩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체스 말을 옮겼다.

 

BCI 기술이 180도 바꾼 삶

 

 

30세인 아르보 씨는 미국 텍사스 A&M대에 재학 중이던 8년 전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가 됐다. 2016년 청소년 여름 캠프의 운동 지도강사로 한 호수에 놀러 갔다가, 다이빙을 하던 중 다른 사람의 몸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 그는 의식이 사라지는 찰나 몸에서 감각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깨어나 보니 어깨 아래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다. 

 

“제가 가족들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어요. 사고 이후 가족들은 자신을 희생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저를 돌봐야 했죠.”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했던 아르보 씨는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일을 할 때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스스로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 전자 기기를 간신히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패드나 핸드폰을 쓸 때는 스틱을 입에 물고 터치해서 사용했어요. 한번 사용하면 목에 무리가 가서 며칠 동안 움직일 수 없었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문자 한 통을 보내는 데 15분이 걸렸어요. 웹서핑과 게임을 하는 건 꿈도 못 꿨죠.”

 

그런 아르보 씨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2023년 9월 19일 뉴럴링크가 첫 번째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것이다. 그날 바로 지원서를 접수하고 하루 이틀 뒤 임상시험 후보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많은 테스트를 거친 뒤 두 달 만에 첫번째 임상시험 참가자로 최종 선정됐다.

 

다음 해인 2024년 1월 29일 아르보 씨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배로우신경학연구소에서 뇌에 뉴럴링크 칩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누군가 나에게서 수술받았던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머리에 칩을 이식했다는 걸 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수술한 지 하루 만에 퇴원했고, 이후 뉴럴링크와의 테스트를 거쳐 칩을 사용하는 방법을 금세 익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Noland Arbaugh
놀란드 아르보는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가 됐다. 사고 당시 그는 미국 텍사스 A&M대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활발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BCI vs. 기자, 체스게임 붙어보니

 

 

머릿속에 있는 칩은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뉴럴링크사가 개발한 N1 임플란트 칩은 5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원판에 두께가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로 아주 얇은 실 64개가 붙어 있는 형태다. 실 하나당 뇌파를 읽는 전극이 16개씩 있어 총 1024개의 전극이 달렸다.

 

아르보 씨가 마우스 커서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의 뇌에서는 고유의 전기 신호, 다시 말해 뇌파가 발생한다. N1 임플란트 칩에 달린 전극은 이런 뇌파를 읽어내 컴퓨터로 무선 전송한다. 컴퓨터는 뇌파의 신호대로 움직인다. 여러 번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 커서를 상하좌우로 얼마만큼 이동할지를 더욱더 정교하게 인식할 수 있다.

 

아르보 씨는 매일 8시간 이상 칩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15분씩 걸리던 메시지 작성도 칩을 이용하면 몇 초 만에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외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웹서핑을 비롯해 체스, 마리오 카트, 문명과 같은 게임도 플레이할 수 있다.

 

기자는 그런 그와 체스게임을 겨뤄봤다. 스크린상에서 체스 말을 움직이는 컴퓨터 게임이었다. ‘딸깍딸깍’ 기자가 마우스를 바삐 움직이는 동안, 그는 생각만으로 거침없이 체스 말을 옮겼다. 몇 분 뒤, 대결은 그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는 “사고 전부터 보드게임을 좋아해 체스를 마스터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놀라운 플레이였다. 체스 판 위에서 시선이 움직이는 속도만큼 빠르게 체스 말이 움직였다. 뉴럴링크 칩의 반응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지름 23mm의 작은 칩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했다. “저는 뉴럴링크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칩을 이식한 이후로는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됐고, 오래 걸렸던 컴퓨터 작업도 몇 초면 가능해졌어요. 언젠가는 한동안 N1 칩을 사용할 수 없거나 이 연구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은 가진 것을 그냥 즐기려고 해요.”

 

임상시험 결과 훌륭했지만 부작용도

 

 

2024년 5월 8일 뉴럴링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첫 임상시험의 진행 상황을 알렸다. 아르보 씨의 임상시험 결과와 진술을 통해 뉴럴링크 기술의 우수성을 내보였다. 특히 마우스 커서 제어 능력을 테스트하는 ‘웹그리드’ 게임의 성과가 눈에 띄었다. 웹그리드는개의 격자에서 무작위로 색이 변하는 1개의 격자를 빠르게 클릭하는 게임이다.

 

아르보 씨는 첫 번째 시도 만에 지금까지 발표된 전 세계 BCI 임상시험 중 최고 기록인 4.6BPS 속도를 냈다. BPS는 초당 비트 수로, 분당 정답 수와 격자 크기에 따라 값이 결정된다. 값이 클수록 마우스 커서를 제어하는 정확도와 속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후 시도에서는 속도가 8.0BPS까지 도달했다. 기자가 같은 게임을 했을 때 결과는 8.67BPS였다.

 

한편 임상시험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술을 받은 지 몇 주 뒤부터는 전극을 통해 받는 뇌파가 감소했고 이로 인해 BPS 또한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다. 뇌에 삽입했던 칩의 실 부분이 뇌 바깥으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뉴럴링크 측은 뇌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움직인 실 위치에서 뇌파를 재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했다. 지금은 성능이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다.

 

아르보 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칩은 두개골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실의 미묘한 움직임이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뉴럴링크 측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실이 1mm 정도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는데 실제로는 3mm나 빠져나왔다”며 “수술 후 두피 봉합, 뇌 박동 등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6월 24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만난 BCI 전문가 브래들리 그레거 교수는 “칩을 이식하면서 손상된 부위를 몸이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도 칩이 이동할 수 있다”며 “뉴럴링크 칩 외에도 심장제세동기처럼 몸 안에 기계 장치를 삽입하는 경우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Neuralink

뉴럴링크의 N1 임플란트 칩. 지름 23mm, 높이 8mm 크기의 원판에 64가닥의 실이 붙어 있는 형태다.

실에는 한 가닥당 16개씩 총 1024개의 전극이 부착돼 있다. 전극은 뇌의 활동을 기록한다.

하반기 2차 임상시험…‘안정성’ 문제 극복할까

 

 

첫 번째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업데이트한 새로운 임상시험이 가까운 시일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5월 17일 머스크는 X를 통해 “뉴럴링크는 두 번째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럴링크는 첫 임상시험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개선한 칩을 재설계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정안을 승인받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 중 하나는 기존에 3~5mm 깊이로 심었던 실을 8mm 깊이로 뇌에 더 깊숙이 꽂기로 한 것이다. 뇌에 삽입한 실이 움직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WSJ는 같은 보도에서 “뉴럴링크는 6월 중 두 번째 환자의 이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일정은 7월 셋째 주로 늦춰졌다. 뉴럴링크 칩 이식 수술을 진행하는 배로우신경학연구소의 마이클 로튼 CEO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6월 24일 두 번째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칩을 이식할 예정이었지만, 환자의 건강 상태 때문에 수술이 중단됐다”며 “해당 환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뉴럴링크 임상시험 연구에 참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후보자가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7월 11일 머스크는 X를 통해 “또 다른 임상시험 대상을 찾아 다음주 중 두 번째 수술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도 기회가 있다면 칩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저는 책을 쓰는 게 꿈인데, 현재 칩으로는 가상 키보드를 띄워 놓고 커서를 움직여 하나씩 타이핑해야 해서 아직은 불편함이 있어요. 또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이 동시에 필요해서 그건 아직 하기 어려워요.” 아르보 씨는 지금의 칩에 만족하면서도 일부 기능이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두 번째 임상시험은 또 어떤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까.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한계로 지목된 ‘안정성’ 문제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까. 파트2에서는 뉴럴링크의 라이벌 기업 ‘싱크론’의 기술을 살펴보며 BCI의 또 다른 최전선을 알아보자. 

 

유튜브 캡처

뉴럴링크 칩은 두개골 아래에 이식돼 외관상 보이지 않는다. 칩의 실 부분이 확대된 그림 (노란 원)처럼 모내기하듯 심어져 있다.

 

김진화

놀란드 아르보의 양아버지 데이비드 닐리(왼쪽)와 어머니 미아 닐리(가운데). 어머니는 “놀란드가 매일 새로운 것을 해내는 모습이 매번 놀랍고 신기하다”며 “뉴럴링크를 통해 놀란드가 이전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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