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주요기사] [보드게임×과학] 테라포밍 마스, 화성을 개척하라

 

 

서기 2315년 포화 상태가 된 지구는 자원이 고갈돼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행성이 됐다. 세계 정부는 화성을 테라포밍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기여하는 모든 기업과 조직을 전폭 지원하기로 약속한 상황. 거대기업의 최고경영자인 당신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성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바꾸는 기업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보드게임 ‘테라포밍 마스’가 보여주는 미래에서 당신은 혹독한 화성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다.

 

편집자 주
과학이 ‘한 스푼’ 들어간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과학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해볼 수 있습니다. 자타공인 ‘보드게임 덕후’인 과학자의 생생한 설명을 통해 과학과 게임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보드게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책상 위에서 펼쳐지는 과학, 함께 즐겨보시죠.

 

보드게임 ‘테라포밍 마스’는 스웨덴의 보드게임 디자이너 야코브 프뤽셀리우스가 2016년 9월 공개한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한 당신의 목표는 간단하다. 화성 개척사업에 뛰어든 기업인이 돼,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이에 따라 당신은 화성의 기온, 산소, 해수량을 상승시켜 가며 테라포밍을 진행해야 한다.

 

테라포밍 마스는 공개 직후 과학과 우주, 그리고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으며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그 배경에는 탄탄한 설정과 과학적 고증이 있다. 프뤽셀리우스는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교사 생활을 하며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과학기술에 대한 그의 넓은 배경지식은 게임 속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테라포밍 마스는 우주 농업에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 너무도 소중한 경험을 준 게임이기도 하다. 테라포밍 마스처럼 과학이 ‘한 스푼’ 들어간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과학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이 매력적인 경험을 연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한철
테라포밍 마스 게임판. 진행 시간(라운드)의 단위는 ‘세대’다. 각 세대가 시작될 때마다 ❹에 올려둔 마커를 한 칸 앞으로 움직인다. 게임의 목표는 ❷산소 농도, ❸해양 면적, ❺기온 3가지 행성 지표를 높여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이다. ❻에는 해양 타일, 특수 타일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육각형 구획이 표시돼 있다. 해양 타일은 파란색 테두리가 있는 해양 전용 구역에만 올려놓을 수 있다. 실제 화성에서 물이 고일 수 있는 저지대에 해당하는 곳이다. 화성의 위성인 ❶포보스에 특수 타일을 놓아 우주휴게소를 건설할 수도 있다.

 

과학    2315년 인류에게 화성이 ‘마지막 희망’인 이유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곰 가족의 몸매에 대한 노래로 유명한 ‘곰 세 마리’는 사실 영미권의 전래동화가 변형된 것이다. 동화의 제목은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숲에 놀러 간 골디락스라는 이름의 소녀가 곰 가족이 살고 있던 빈집에 들어가 사고를 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배가 고팠던 골디락스는 빈집에서 세 그릇의 죽을 발견했지만, 두 그릇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적당하게 식은 한 그릇을 먹어 치웠다. 죽을 다 먹은 골디락스는 의자에 앉아 쉬려고 했지만, 두 의자는 소녀의 몸에 비해 너무 큰 것들이었다. 몸집에 맞는 작은 의자에 앉아 쉬려던 골디락스는 그만 의자를 부수고 말았다. 사고를 치다가 피곤해진 골디락스는 크기가 딱 맞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온 곰 가족이 소녀를 발견하면서 동화는 끝을 맺는다. 

 

골디락스가 먹은 죽과 앉았던 의자, 잠이 든 침대의 주인은 아마도 아기 곰이었을 것이다. 골디락스에게 아기 곰의 물건들이 적당했던 것처럼, 천문학 분야에서는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행성을 찾고 있다.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을 지닌 행성이 있을 만한 구간을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ZHabitable Zone)이라고 부른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을 편하게 부르는 이름이 바로 골디락스 존이다. 지구는 골디락스 존 안에 위치하고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그 덕에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

 

골디락스 존은 태양계 외에도 우주 전체에 걸쳐 존재한다. 글리제 581(Gliese 581)은 지구로부터 20광년 정도 떨어진 적색왜성으로, 여러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 중 2010년 세상에 드러난 글리제 581g 행성은 골디락스 존 안에 있다고 여겨진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태양계 안팎의 골디락스 존을 찾아,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행성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일은 너무 어렵다. 현재까지 약 70개의 행성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졌다고 여겨지지만, 관측 데이터가 부족해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실제로 이런 행성을 찾아냈다고 해도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인류에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문제점을 따져볼 때, 골디락스 존 안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찾기보다는 골디락스 존 밖의 행성을 인류가 이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외계 행성의 대기 조성과 기온, 지형, 생태계 등을 변화시켜 인간을 포함한 여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드는 기술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부른다. 테라포밍은 지구라는 의미의 접두사 ‘terra’와 만든다는 의미의 ‘forming’이 합쳐진 단어다.

 

다행스럽게도 태양계 내에는 테라포밍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괜찮은 행성이 있다. 바로 화성이다. “아직 화성이 있습니다.” 테라포밍 마스 세계관 속 세계 정부가 2315년 대규모 정부 사업 ‘테라포밍 마스’를 발표하며 화성 테라포밍을 천명한 건 사실 과학적으로도 근거 있는 대목이다.

 

▲박주현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경영할 ➀기업 카드를 한 장씩 갖고 게임을 시작한다. 기업의 유형에 따라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다. 게임 중에는 ➁프로젝트 카드를 구입하고 사용하며 다양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각각 해양 타일, 도시 타일, 녹지 타일특수 타일이다.

 

게임    화성 테라포밍 전략, 과학을 알면 쉽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화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만드는 여러 조건 중 기온과 산소 농도, 해수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이 얼지 않는 기온과 호흡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기 중에 존재해야 한다. 또한 행성 내에서 물이 순환하기 위해서 충분한 양의 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플레이어는 테라포밍 등급(TRTerraforming Rating)을 올릴 수 있다. 게임이 끝난 후 테라포밍 등급과 화성 표면에 놓은 건설 타일, 획득한 기업상과 업적, 프로젝트 카드의 승점 등을 종합해 가장 높은 승점을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의 영광을 갖게 된다. 중앙에 놓인 게임판에는 화성의 타르시스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가 그려져 있다. 타르시스는 화성 서반구 적도 부근의 거대한 용암대지다. 화성 전체 표면적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한 땅이라, 플레이어들이 화성 테라포밍의 꿈을 이루기에도 알맞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게임판 속 타르시스 지역은 육각형으로 된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화성의 4대 화산 중 올림푸스를 제외한 아르시아, 아스크라이우스, 파보니스 화산을 타르시스 지역의 왼쪽 가장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판 중앙의 화성 적도 부근에는 지면이 낮아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계곡 지대가 펼쳐져 있으며, 생명체가 번창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로 식물 자원 표시가 그려져 있다. 게임판 하단부의 고원 지역에는 강철이나 티타늄을 얻을 수 있는 표기가 눈에 띈다. 강철과 티타늄 등의 자원은 프로젝트 카드를 사용하는 데 필요하고, 건설이나 로봇 기술을 다루는 프로젝트 카드에서 추가 점수를 획득하는 데 쓰인다.

 

또한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바이킹 1호가 착륙한 지점을 타르시스 지역의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 속에서 2315년을 살아가는 기업가인 당신에겐 300년 전에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을 추억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12가지 기업 중 하나를 선택해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시작한다. 게임은 ‘세대’ 단위로 진행된다. 한 세대가 시작되면 플레이어들은 네 가지 단계(순서 조정, 연구, 행동, 생산)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차례를 맞은 플레이어는 손에 든 프로젝트 카드를 사용하거나, 녹화 사업, 온난화 사업, 기업상 제정, 업적 선언 등의 여러 행동을 하며 테라포밍에 힘쓰게 된다.

 

테라포밍 마스는 프로젝트 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할 때 승리할 수 있는 카드게임이다. 실제 기업 경영이 그러하듯, 사업에는 돈이 많이 든다. 욕심은 금물이다. 탐욕스럽게 프로젝트 카드를 사용하면 당신의 기업이 초기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 카드에는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과학기술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지하 도시’ 카드가 그렇다. 대기가 형성되지 않은 초기 테라포밍 단계의 화성은 지표면에 상당량의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이 쏟아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테라포밍 계획은 초기에 인류의 생존을 위한 도시를 지하에 건설하거나 또는 지상에 건설하고 위에 흙을 덮는데, 이를 잘 반영한 카드다. 잘 성장한 도시에서는 여러 산업이 발달할 것이고, 이를 테라포밍 마스에서는 강철 생산력과 도시 태그, 건물 태그를 이용해 점수를 얻는 식으로 표현했다. 반면 ‘인공 구름 형성’ 카드는 해양 타일이 3장 이상 게임판에 놓여있을 때 쓸 수 있고, 식물 생산력을 향상시켜 준다. 인공적으로 구름을 만드는 기술은 기후 변화가 진행돼 사막화된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행성 대기에 충분한 수증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바다가 꼭 필요하고, 해양 타일 3장은 이런 조건을 표현하고 있다.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게 하면 화성의 표면에도 많은 식물이 자랄 수 있게 될 것이다.

 

테라포밍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초반에는 쓸 수 없는 프로젝트 카드도 많다. 예를 들어 ‘전기분해설비’ 카드는 에너지 자원을 3개 소비해서 산소 농도를 1% 올릴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분해하면 순수한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전기분해설비는 물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테라포밍 기간 내내 사용하며 산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기계가 된다. ‘데이모스 추락’ 카드는 화성의 위성인 데이모스를 끌어내려 기온을 세 단계 올릴 수 있는 파괴적인 효과를 자랑한다. 소행성을 화성 표면에 충돌시켜 기온을 올리려는 계획은 화성 테라포밍 계획에서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카드의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Shutterstock
초기 테라포밍 단계의 화성은 대기가 형성되지 않아, 생존기지를 지하에 건설하거나 지상에 건설한 뒤 돔 또는 흙을 덮는 형식으로 계획한다.

 

  팁       화성 테라포밍에 성공한 당신에게

 

 

정신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신과 여러 플레이어들은 곧 화성의 산소 농도가 호흡이 가능한 수준인 14% 이상으로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지구와 비슷한 기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양 타일이 9장 이상 놓여 있고, 평균 기온이 8℃ 이상으로 올라 물이 얼지 않게 된 화성에 서 있게 된다. 게임은 이렇게 화성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조성됐을 때 끝난다.

 

간혹 게임에 심취하면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얻고 싶어 “한 턴만 더!”를 외치며 끝내기를 미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럴 땐 당신 말고 다른 플레이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고 서둘러 종료 조건을 달성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시작한 게임이었는데 푸른 화성을 상상하며 게임의 몰입한 나머지 정신을 차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돼 있던 적이 있다.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밥은 먹고 해야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디스커버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은 현재 인류가 가진 기술로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이 계획에서 화성의 대기를 조성하고, 빙하를 녹이거나 주변 소행성에서 물을 끌어오는 데 2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기온을 상승시키는 데는 150년, 식물을 도입하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식민지를 건설하는 데 120년이 걸린다. 도합 480년이 걸리는 이 계획은 화성의 테라포밍이 절대로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사람의 일반적인 수명을 생각해 본다면 화성의 테라포밍은 아직도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험난한 화성 개척의 의지를 불태우고 싶은 여러분은 펼쳐진 게임판 위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대호
연암대 스마트원예계열 교수로 서울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식물 광합성 모델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jdhenv@yonam.ac.kr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정대호 (연암대 스마트원예계열 교수)
  • 에디터

    김소연
  • 디자인

    이형룡

🎓️ 진로 추천

  • 광학공학
  • 컴퓨터공학
  • 항공·우주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