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흔한 바퀴벌레인 독일바퀴의 고향이 아시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싱가포르국립대와 인도 아쇼카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5월 20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가상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doi: 10.1073/pnas.2401185121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 이름은 ‘독일바퀴(Blattella germanica)’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퀴는 약 4500종이 있고 한국에선 독일바퀴를 비롯해 ‘이질바퀴’ ‘집바퀴’ ‘먹바퀴’까지 4종을 위생 해충으로 분류하죠. 한국에선 그냥 ‘바퀴’라고도 통해요. 워낙 흔한 종이라서 말이죠. 몸길이 1~1.6cm의 소형 바퀴벌레인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견됩니다. 대신 인간이 없는 자연에선 쉽게 발견할 수 없어요. 인간과 독일바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소리입니다.
Q. 독일바퀴의 고향 찾기, 어떻게 이뤄졌나요?
연구팀은 전 세계 6개 대륙, 17개국에서 찾은 281마리 독일바퀴의 유전체를 분석했어요. 유전체를 분석하면 독일바퀴가 어떤 종과 가깝고, 어떤 경로를 통해 세계로 퍼졌는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독일바퀴와 각 지역에 자생하는 다른 바퀴벌레 종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닮았는지 살펴보는 식입니다.
연구팀은 ‘TREEMIX’라는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 세계 독일바퀴 샘플들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을 토대로 가계도도 그렸어요. 가계도를 분석하면 독일바퀴가 세계에 퍼질 때 어떤 지역에 먼저 퍼졌는지 순서를 파악할 수 있어요.
Q. 그래서 고향이 정확히 어디였어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우리가 2100년 전 ‘아시아바퀴(Blattella asahinai)’로부터 분화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연구팀은 분화 이후 우리 선조들이 인도나 미얀마의 주거지에 적응했을 거라고 추정해요. 따뜻하고 습한 남아시아, 사람들이 살아가던 마을이 우리의 고향인 셈이죠. 독일바퀴의 확산 경로도 밝혀졌어요.
크게 두 갈래인데, 우선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이슬람 왕조의 번성과 함께 중동으로 퍼졌다고 해요. 당대 중동에서 남유럽 이베리아반도까지 서쪽으로 진출한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칼리파국이 군사상업적 영향력을 널리 퍼뜨린 시기와 독일바퀴가 중동으로 퍼진 시기가 겹치거든요.
한편 390년 전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식민지 무역을 하던 시기였어요. 이때 독일바퀴가 아시아 동쪽으로도 퍼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연구를 이끈 첸 탕 싱가포르국립대 생명과학과 연구원은 논문에서 “유전체 분석을 통해 독일바퀴가 빠르게 퍼진 원인과, 독일바퀴가 살충제 내성을 획득한 과정을 알아낸다면 보다 통합적인 해충 방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우리에게 고향을 찾아주려는 착한 인간들인 줄 알고 순순히 연구에 참여했는데. 깜빡 속았지 뭐예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2409/1726479406-89343e80-e442-4280-9703-66e1e4852a4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