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 살얼음 낀 잔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어떤 음식과도 맞바꿀 수 없는 별미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상온에 보관한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고,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도 전통 에일은 차게 마시지 않는다.
이렇게 나라마다 선호하는 온도가 다르기에 어떤 맥주가 더 맛있는가는 애주가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이 논쟁을 과학적으로 해결한 연구가 5월 1일 국제학술지 ‘매터’에 발표됐다. doi: 10.1016/j.matt.2024.03.017
중국과학원 물리화학기술연구소와 중국 우량예 기술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술의 화학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술은 물과 에탄올을 혼합한 화합물에 다른 화학첨가물을 넣은 것으로, 첨가물이 맛에 영향을 미치지만, 에탄올-물 혼합물(EWM)의 클러스터 구조에 의해서도 맛과 향이 달라진다.
EWM의 클러스터 구조 중 대표적인 게 ‘사슬형 구조’와 피라미드 모양의 ‘테트라헤드랄 구조’다. 사슬형 구조가 많을수록 알코올의 향과 맛이 강해지고, 테트라헤드랄 구조가 많을수록 부드럽고 청량한 맛이 강해진다.
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EWM의 클러스터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먼저 5~40℃ 범위의 온도에 낮은 도수의 술과 높은 도수의 술을 두고 EWM의 접촉각을 확인했다. 접촉각은 액체의 방울이 고체의 표면에서 이루는 각을 의미한다. 맥주의 경우 온도를 낮출수록 접촉각이 커졌다. 이 경향성에 대해 연구팀은 사슬형 구조와 테트라헤드랄 구조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해상도 핵자기공명(NMR) 스펙트럼을 이용해 온도에 따른 맥주의 EWM 클러스터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교적 높은 온도인 25℃에서는 사슬형 구조가 거의 보이지 않고 테트라헤드랄 구조만 많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비교적 낮은 온도인 5℃ 환경에서는 사슬형 구조가 크게 증가하고, 테트라헤드랄 구조도 소폭 증가했다. 비교하면 온도가 낮은 쪽이 알코올 향이 강하고 청량한 맥주 맛이 난다는 뜻이다.
연구에 참여한 레이 장 물리화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알코올 음료의 농도와 관련된 과학적 기초를 제공한다”며 “알코올을 적게 쓰면서도 술맛을 좋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 이제 맛있는 맥주 온도 논쟁은 그만! 강렬하고 청량한 맥주 맛을 더 좋아한다면 냉장고에 넣어두길! 당신의 취향을 존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