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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PART2] 곽재식 SF 작가가 알려주는 7가지 미래 우주 항해법

    과학자들은 우주를 항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추진 기술을 상상하고 있다. 미래에는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 우리를 우주의 깊은 곳으로 인도할까.  곽재식 SF 작가가 다양한 SF 작품에 나온 7가지 차세대 추진시스템을 제시했다. 당신이 미래의 우주 여행자라면 어떤 카드를 선택해 우주로 떠날 것인가.

     

    01. 이온 로켓

     

     

    미래의 우주 로켓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이온 로켓. 이온 로켓은 화학 연료 로켓에 비해 추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전기의 힘으로 추진제를 이온화해 고속으로 분출함으로써 추력을 얻는다는 점은 장기 여행을 떠나는 로켓에게 큰 장점이다. 우주에서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진제를 산화시킬 산화제를 따로 실을 필요가 없어 더 가볍다.

     

    이온 로켓은 1998년 미국의 소행성 탐사용 무인 우주선인 딥스페이스 1호에 이미 장착된 적이 있다. 최근 유행인 레트로랄까, 미래의 로켓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충분히 현실적인 기술이라는 이야기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더 강한 추력을 가진, 더 값싸게 발사할 수 있는 이온 로켓이 나와 더 여러 곳에 쓰일 수 있지 않을까.

     

     

    02. 레이저 세일

     

     

    태양에서 방출된 광자가 미는 힘으로 움직이는 태양광 돛 기술(Solar Sail)은 이전 파트에서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더 큰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 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우주선을 굉장히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이 기술을 좀 더 개선하면 단순히 태양의 광자를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광자를 집중해서 강하게 쏴주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을 레이저 항해(Laser Sail)라고 한다.

     

    태양광 돛 기술이 이미 실용화됐기 때문에 레이저 항해 역시 비용과 시간의 문제이지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우주 돛, 레이저 항해 등을 사용하는 우주선은 SF에 꽤 자주 등장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와 가까운 프록시마 계를 탐사하기 위해 2036년쯤에 발사할 예정인 ‘스타샷’에서도 레이저 항해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단, 현재 기술로는 어지간히 거대한 돛을 만들고 상당히 강한 레이저를 쏘아도 사람이 타고 다닐 정도의 힘을 주기란 쉽지 않다.

     

     

    03. 핵 열 로켓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미래의 우주선이라면 핵 열 로켓(Nuclear Thermal Rocket)이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를 가동해서 생기는 열기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핵 열 로켓은 같은 방식으로 증기를 우주로 뿜어내며 날아가는 장치다. 실제로는 더욱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맹물 대신 다른 물질을 가열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핵 열 로켓은 1960~1970년대 우주 개발이 왕성하게 이뤄지던 시대에 진지하게 연구된 적이 있다. 그런데 핵 로켓의 안전성 문제는 상용화에 꼭 필요한 고민거리다. 우주 로켓은 가끔 발사에 실패할 경우 폭발하기도 하고 폭발 뒤 파편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기도 한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파편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SF 영화를 보면, 미래의 우주선은 유독 길쭉하게 생겨서 사람이 사는 공간과 우주선의 추진체 설비 공간이 양쪽 끝에 따로 떨어져 있다. 추측해 보면 원자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머무는 곳이 최대한 안전하기 위해 원자력 엔진에서 멀리 배치해 놓은 모습 아닌가 싶다.

     

     

    04. 반물질 로켓

     

     

    핵 로켓과 비슷하나 더욱 강력한 방식으로는 반물질 로켓(Antimatter Rocket)도 있다. 반물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질과 대칭적인 성질을 가진 입자의 집합이다. 반물질이 일반 물질과 만나면 양자는 서로 소멸하며, 그 과정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를 반물질 쌍소멸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 핵분열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가 나온다.

     

    반물질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양전자는 이미 일선 병원의 PET(양전자 단층 촬영) 같은 진단 기구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스 이펙트’ 같은 SF 게임에서는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선이 반물질 로켓을 활용해 날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반물질을 만들고 저장하고 다루는 방법이 현실에서는 마땅찮다. 가격을 매겨 보자면 1g의 반물질을 생산할 때 7경 원 정도의 돈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반물질을 그만큼 많이 만들기란 어렵다.

     

     

    05. 웜홀 여행

     

     

    상상 속의 로켓 중에는 아예 현실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마법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도 많다. 바로 시공간의 왜곡을 이용하는 웜홀 여행(Wormhole Travel)이다. 웜홀은 시공간이 왜곡되다 못해 완전히 파탄이 일어나 떨어져 있는 시공간이 연결된 듯이 나타나는 곳을 말한다. 그렇다면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해 놓은 웜홀을 통과하면,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웜홀은 시공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여러 차례 상상 속에서 계산해 본 물체다. 그렇기에 과학적인 장면이 꽤 많다고 하던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빛보다 빠른 움직임을 위해 웜홀을 통과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다. 어떻게 하면 웜홀을 현실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지, 사람이나 탐사 장치가 통과할 정도로 안전하게 웜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아직 믿음직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심지어는 웜홀과 관련된 실험이나 관찰도 그다지 이뤄진 바가 없다.

     

     

    06. 초공간 도약

     

     

    SF의 세계에서 상상하는 김에, 좀 더 멀리 상상해 보자면 웜홀 정도의 시공간 파탄이 아예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듯한 상태를 활용하는 초공간 도약(Hyperspace Jump)도 꿈꿔 볼 수는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빛보다 빠르게 우주선을 움직이기 위해서 초공간 도약을 해서 초공간이라는 이상한 곳으로 간 뒤에, 그곳에서 어느 정도 움직인 후, 다시 일반 공간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아마도 여기에서 말하는 초공간이라는 곳은 우리가 사는 시공간과는 전혀 다른 시공간이 항상 유지되고 있는 영역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곳이 가능할까?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아무도 모른다. 초공간 도약은 그 비슷한 게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수준의 상상 속에 머무르고 있는 방식이다.

     

     

    07. 비국소성 로켓

     

     

    마지막으로 상상 속 우주 로켓 기술의 극치를 떠올려보자. 양자 이론의 비국소성(Quantum Delocalization)을 이용하는 우주선 정도면 상당히 매운맛이라고 생각한다. 양자 이론에서는 물체의 움직임을 파동으로 설명하므로 하나의 물체가 동시에 여러 위치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현상을 활용한다면 시공간을 초월해 원하는 곳에 아무렇게나 우주선을 보내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는 이런 로켓도 불가능하지 않다. 코미디 SF의 걸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이라는 장치가 나온다. 천연덕스럽게도 양자 이론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이라는 점을 풍자적으로 활용해 일종의 웃음거리로 등장하는 이 장치는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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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곽재식(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 에디터

      김미래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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