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순간을 담아낸다. 그중 한 사람의 순간을 포착한 인물사진은 멈춰있는 인물의 복장, 자세, 배경, 눈빛만으로 그들의 상황과 느끼는 감정,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세계 최대의 사진 대회인 ‘202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전문가 부문 수상작 중 인물의 강렬한 순간을 담아낸 사진을 소개한다.
부모의 역할 Angelika Kollin / 에스토니아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개념은 진화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족은 더 이상 혈연으로 이어지는 관계만이 아니라 소속감과 사랑을 느끼는 관계로 확장됐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 가족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찾아 그 순간을 포착했다.
차가운 태양 Thomas Meurot / 프랑스
한겨울,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강렬하게 치는 파도 속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작가는 겨울 아이슬란드에서의 서핑 탐험을 기록했다. 흑백 사진 속을 뚫고 나오는 추위 속에서 파도를 이기는 서퍼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 번의 상처 Sujata Setia / 영국
고대 아시아에는 몸을 조금씩 깎아내는 ‘링치’라는 형벌이 있었다. 작가는 이 고문 방식이 영혼을 조금씩 깎아내는 가정폭력과 유사하다고 여겼다. 작가는 빨간 종이 위에 사진을 올린 후, 사진을 도려내어 가정폭력을 당한 이의 고통을 표현했다.
중요 광물-DRC 코발트 Davide Monteleone / 이탈리아
콩고민주공화국(DRC)은 전 세계 코발트의 약 70%를 생산한다. 코발트 채굴에 투입되는 인력은 청년, 노약자, 어린이를 가리지 않는다. 보호 장비 없이 채굴에 투입된 노동자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스피랄 캠페인 Juliette Pavy / 프랑스
1966년부터 1975년까지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족 사이에서 ‘스피랄 캠페인’이라는 출산 통제 캠페인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약 4500명의 여성에게 피임장치가 강제로 삽입됐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침묵 당한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고자 했다.
미국 흑인 전쟁의 후예 Drew Gardner / 영국
1861년, 미국 내 노예제도 존폐에 관한 의견 충돌로 남북 간의 전쟁이 발발했다. 남북전쟁의 결과는 노예제도 폐지로 이어졌지만, 이 전쟁으로 많은 흑인 노예가 목숨을 잃었다. 작가는 남북전쟁에 참가한 흑인 군사들의 후손을 찾아 전쟁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아버지와 아들 Valery Poshtarov / 불가리아
불가리아, 튀르키예, 그리스 등을 구석구석 돌며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잡은 모습을 포착했다.
가장 가깝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어색해지는 관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일 것이다. 서로 점점 멀어지는 시간 속에서 손을 잡는 것은 사소하지만 강력한 연결 방법이 될 수 있다.
벌집의 메아리 Mahe Elipe / 프랑스
멜리포나벌은 독침이 없는 종류의 벌로, 마야인들에게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들은 멜리포나벌의 꿀을 치료제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 위기와 인간의 과도한 살충제 사용으로 멜리포나벌이 대량으로 죽어 나갔다. 이에 상처받은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벌을 추모하며 벌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