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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압, 감수하시겠습니까... 해저 36m 수중 데이터센터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기발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나틱 프로젝트(Natick Project)’다. 지구에 땅도 많은데, 대체 왜 깊은 바다까지 들어가서 데이터센터를 세우려는 걸까.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와 통신장비, 스토리지(저장장치) 등 인터넷 데이터에 필요한 장비가 모여 있는 시설을 말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사진, e메일,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데이터센터를 통해 운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데이터를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확대되면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그만큼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의 수를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북극의 찬바람 이용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것이다. 잠시라도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인터넷 서비스가 마비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내내 가동된다. 수많은 장비에서 전력을 소모하고, 그만큼 발생되는 열량도 엄청나다. 그리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강력한 냉각 장비가 필요하고, 이 또한 전력을 소모한다. 냉각 장비의 효율이 좋지 않은 경우라면 컴퓨터 장비의 전력 소모량보다도 더 많은 전력량을 냉각 장비가 소모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7년 1월 미국과 한국, 대만, 중국 등 주요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실태를 비교 분석한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라는 글로벌 보고서를 발표했다. 
IT 분야는 2012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7%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17년에는 12%를 넘어 2030년까지 매년 적어도 7%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린피스는 이 중 IT 산업의 주요 전력 소비 분야인 데이터센터의 비중이 2012년 기준 15%를 차지했는데, 2017년 말에는 2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대부분 석탄을 이용한 화석연료로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은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자연 환경을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8년 9월 아일랜드 클로니에 여섯 번째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클로니의 풍부한 바람을 활용해 100% 풍력발전으로 구동된다. 노르웨이의 데이터센터 업체 그린 마운틴은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원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하 벙커였던 이 곳은 동굴이라 선선한데다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피오르드에서 나오는 영상 7도의 물과 수력발전에서 얻은 전력을 냉각에 사용한다.
아예 추운 북극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2013년 북극에서 약 96km 지점인 스웨덴 룰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북극의 찬바람을 이용해 냉각을 하기 위해서다. 2013년 강원도 춘천에 건설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도 마찬가지다. 춘천은 한국에서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네이버는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내부의 열을 식히도록 데이터센터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친환경 데이터센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데이터센터는 보통 빠른 속도를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인 도시 인근에 건설된다. 북극이나 사막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오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 그만큼 속도가 느려 주력 데이터센터로 쓰기가 어렵다. 보조 데이터센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바다 36m 아래에서 실험 중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주고받으면서도 환경까지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MS는 바다로 눈을 돌렸다. 2015년부터 MS는 데이터센터를 아예 통째로 바다에 넣어버리는 대담한 시도인 나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틱’이라는 이름은 코드 네임일 뿐 특별한 뜻은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마을 이름이라고 한다. 
MS측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해안에서 200km 이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해안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 웹서핑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는 2015년 8~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안의 수심 9.1m 해저에서 1단계 실험을 완료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2단계 실험을 진행 중이다. 2단계 실험 장소는 영국 스코틀랜드 오크니섬에 위치한 유럽해양에너지센터(EMEC) 인근 바다 36m 아래다.
수심이 10m 내려갈 때마다 대기압이 1씩 증가한다. 36m라면 3.6기압이나 된다. 이 수압을 견디며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MS에 따르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잠수함 기술을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틱 프로젝트는 미국 해군 잠수함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인 션 제임스 데이터 기술 전문가가 2013년 제출한 사내연구논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해양의 재생에너지로 작동하는 수중 데이터센터를 제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MS는 프랑스의 잠수함 제작 및 해양 재생 에너지 개발 회사인 네이벌 그룹과 함께 2단계 실험에 사용할 데이터센터를 제작했다. MS는 “현대 과학기술로는 최대 7000m, 즉 700기압을 견딜 수 있는 장비들도 있다”며 “이런 기술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36m보다 더 깊은 바다에도 데이터센터를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이 12.2m, 지름 2.8m 원통형 데이터센터 

 


나틱 프로젝트의 데이터센터는 길이 12.2m, 지름 2.8m의 원통형 구조다. 내부에는 12개의 랙(rack)에 864대의 서버, 27.6PB(페타바이트·1PB는 100만GB) 용량의 스토리지, 냉각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실험 단계라 큰 규모는 아니지만, 500만 편의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정도의 용량이다. 이외에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선과 데이터 전송을 위한 광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MS는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데 9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내부 공기는 질소로만 채웠다. MS는 “데이터센터가 고장 나는 원인 중 하나는 장비들의 산화 또는 부식”이라며 “이를 원천봉쇄 하기 위해 산소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나틱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은 240kW(킬로와트)로,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된다. 유럽해양에너지센터의 조력과 풍력, 파력 발전 등으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하고 있다. 바다 속 차가운 온도와 해수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MS는 “육지의 데이터센터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육지보다 10도 더 시원해 서버의 수명도 길다”고 말했다. MS는 향후 데이터센터에 전력 시스템을 함께 배치해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나틱 프로젝트에도 단점이 있다. 고장이 났을 때 바닷속 데이터센터로 엔지니어가 들어가서 고칠 수 없다. 수리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바다에서 꺼내 전체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틱 프로젝트의 2단계 실험은 2022년까지 총 5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어 서버 등 장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오류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MS는 “현재까지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인 만큼 해저 데이터센터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거나 이후의 계획을 세우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MS는 해저 데이터센터에 두 개의 수중 카메라를 설치해 생중계를 하고 있다. MS는 “현재는 카메라에 해양 생물이 부착돼 시야에 방해를 받고 있지만, 이는 예상했던 일이며 빠른 시일 내에 카메라를 재정비해 생중계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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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기자
  •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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