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과학동아는 특집 기사와 기획 기사의 키워드가 겹쳤습니다. 특집은 우주에서 만드는 신약, 기획은 중력파를 우주에서 관측하려는 리사(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 프로젝트 얘깁니다. 편집부에서 가장 미는 아이템을 특집으로, 독자위원들이 가장 보고 싶다고 투표한 아이템을 기획으로 제작하는데 둘이 겹치다니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우주’라는 키워드는 같지만 분야가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제약 산업이고, 하나는 천문학과 물리학 사이언스 미션인데, 서로 ‘결’이 다르지 않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공통점도 있습니다.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출했다는 겁니다.
우주는 아시다시피 척박합니다. 더웠다 추웠다 기온은 널을 뛰고, 우주방사선을 막아 줄 대기도 없습니다. 거리는 멀고 가는 길은 복잡합니다. 기계를 한번 보내면 고장이 나도 당장 수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주로 향한 이유가 뭘까요.
“대안이 필요했다.” 최근 무인 우주 캡슐을 지구 저궤도에 보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 약물을 합성한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의 델리안 아스파로호프 대표는 김진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제약사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이용해 효능이 더 뛰어난 신약 개발을 시도했지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비싸고 기회도 적었습니다. 그 해결책을 우주 캡슐에서 찾은 겁니다.
리사 프로젝트의 목표도 명확합니다. 지구에서는 잡음 때문에 관측할 수 없는 저주파 대역의 중력파를 탐지하러 우주로 나갑니다.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작은 천체가 빨려들어가며 만들어지는 중력파, 우리은하에 있는 백색왜성 쌍성이 뭉치며 만들어지는 중력파를 관측하러 지구에서 5000만 km나 떨어진 태양중심궤도로 떠납니다. 리사 프로젝트 수석 과학자 노라 뤼츠겐도르프가 김태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 짓는 일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위해 과감히 지구를 떠나는 도전은 과학동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과학동아도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를 리뉴얼하며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상품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한 달 뒤면 사라지는 콘텐츠가 아니라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질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더 많은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시작일 뿐, 뜻이 있다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가는 것만큼 어렵겠습니까. 새로운 세상으로 확장해
나가는 여정에 독자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