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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성은 독수리자리에 없다

전통별자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영혼의 횃불, 병아리 집. 알퐁스 도데(1840~1897)의 ‘별’이라는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별이름이다. 알프스의 목동이 큰개자리 시리우스와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성단을 각각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별과 별자리에 붙인 이름은 지역마다 고유한 전설이나 풍습을 반영해 서로 달랐다. 하지만 지역마다 다른 별자리는 과학적 논의를 하기에 적당하지 않아 국제천문연맹에서는 1928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할 별자리와 별의 명칭을 정했다. 현재 88개 별자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황도(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가 천구에 투영된 것) 둘레에 12개(황도12궁), 북반구에 28개, 남반구에 48개 별자리가 있다. 또 각 별자리에 속한 별 이름도 유럽에서 부르던 이름을 중심으로 통일시켰다.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별자리와 별의 개수는 시대에 따라 증가했지만, 유명한 조선시대 성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전통시대 별자리는 300개, 별은 1500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별자리에 전설이나 풍습을 반영한 이름을 붙였다. 천황대제, 삼공 같은 직위에서 절구, 되, 말, 키, 수레 같은 생활도구는 물론 개, 이리 같은 동물이나 나루터, 화장실, 우물 같은 장소까지 다양하다. 동양 별자리는 왕실 귀족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종대부’(宗大夫) 같은 극소수의 한국 고유 별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서양의 근대천문학이 수입되고 서양별자리와 별이름을 사용하게 되면서 전통별자리와 별이름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 북극성, 북두칠성, 견우성, 직녀성, 노인성, 남두육성, 삼태성, 좀생이별 같은 몇 안되는 이름이 서양식 이름과 함께 겨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남아있는 전통별자리나 별이름도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별자리와 별에 대한 지식에 잘못이 뒤섞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0102중국 수나라 때 제작된 동양별자리 교본인 ‘보천가’에 28수 별자리 중 두(斗,01)와 우(牛,02)가 나오는 부분. 각각 남두육(南斗六), 견우육(牽牛六)이라 쓰여 있다. 특히 우(牛)자리에 견우성이 있다. 03서양성도 가장자리에 있는 황도12궁. 11시 방향에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일부가 보인다.


옛날 사람도 견우와 하고를 혼동

먼저 원래 별이 아닌 다른 별을 전통식 이름으로 잘못 부르는 일이다. 여름 밤하늘에서 독수리자리 알타이르, 거문고자리 베가, 백조자리 데네브는 매우 밝은 별로 주변 별과 쉽게 구별된다. 세 별이 이루는 삼각형을 ‘여름의 대삼각형’이라 해 여름 별자리를 찾는 기준으로 삼는다.우리나라에서는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베가를 직녀성으로도 부르는데, 이것은 서양에서 붙인 별 이름에 전통적으로 불러왔던 이름을 대응시킨 것이다.

흔히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부르고 있지만 전통성도에서 보면 견우성은 이 별이 아니다. 독수리자리 아래쪽에 자리한 염소자리에 알게디라는 별이 있는데, 이 별이 원래 견우성이다. 알타이르는 전통성도에서는 ‘하고’(河鼓, 은하수의 물소리)라는 별이었다. 서양 별자리와 전통 별자리를 서로 연결하면서 직녀성(베가)에 대응할 만큼 밝은 별을 찾다보니 알타이르를 견우로 여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성호사설’이라는 책을 지은 실학자로 유명한 이익(1629~1690)에 따르면, 옛날 사람들도 견우와 하고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유명해 직녀가 밝은 별이라면 견우도 그에 걸맞을 만큼 밝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은하수를 보기가 어렵지만,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하늘에서라면 왜 알타이르가 견우성이 되면 안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전설에는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있다가 칠월칠석에 만나기로 돼있다. 독수리자리 알타이르가 은하수 가장자리 부근에 있기는 하지만 은하수 안쪽에 있다. 이 때문에 동양에서는 이 별을 하고(河鼓), 즉 ‘은하수의 물소리’라고 이름 붙였던 것이다. 만일 이 별이 견우성이라면 견우는 은하수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견우가 은하수를 건너 직녀와 만나려면 견우성은 은하수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견우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우리는 흔히 직녀성의 짝인 견우성을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라고 잘 못 알고 있지만, 전통별자리에 따르면 사실 견우성은 염소자리 알 게디다.


한문학자, 적벽부의 두우지간을 오역

서양에서는 황도를 따라 펼쳐진 12개의 별자리를 황도12궁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황도는 천문관측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바빌로니아시대부터 황도12궁은 가장 중요한 별자리로 인식돼 왔다. 더욱이 12개 별자리는 12개월에 대응시켜 생일별자리로 삼았는데, 이 때문에 요즘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별자리가 됐다. 1월부터 차례로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가 있다.

동양에도 서양의 황도12궁과 비슷하게 관측의 기준 역할을 했던 별자리가 있었는데, 이것을 28수라고 부른다. 동양천문학은 적도를 중심으로 관측했으므로 적도 주변에 동서남북으로 각각 7개씩 28개의 별자리를 배치해 관측기준으로 삼았다. 동쪽에는 각-항-저-방-심-미-기, 북쪽에는 두-우-여-허-위-실-벽, 서쪽에는 규-루-위-묘-필-자-삼, 남쪽에는 정-귀-유-성-장-익-진이라는 별자리가 적도를 따라 빙 둘러있다. 우리가 황도12궁을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전통시대 지식인은 28수 정도는 모두 알고 하늘에서도 가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전통별자리 상식을 몰라 그들의 글을 전혀 엉뚱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송나라 때의 문장가 소식(蘇軾, 1036~1101, 호는 동파)은 천고의 명문장인 ‘적벽부’(赤壁賦)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소동파는 1082년 음력 7월 16일 밤에 적벽강에 배를 띄우고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서 이 글을 지었는데, 때마침 달이 뜨는 모습에 흥이 나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月出於東山之上(월출어동산지상)
徘徊於斗牛之間(배회어두우지간)

수많은 한문학자가 두 번째 구절의 두(斗)와 우(牛)를 북두칠성과 견우성으로 알고, ‘달이 동쪽 산위로 떠올라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더라’라고 번역한다. 그런데 ‘두우지간’은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라고 번역해버리면 천문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북두칠성은 북극성 근처에 있고 견우성은 적도 근처에 있으므로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라면 하늘에서 각도로는 약 90° 범위의 넓은 지역이라 달이 배회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전혀 없어져버린다. 누군가 서성이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종로와 청계천 사이에서 서성인다’고 해야 할 것을 ‘서울과 부산 사이에서 서성인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 구절을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전통별자리 중에서 28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소동파는 달이 떠올라 28수 별자리 중 두(斗)와 우(牛) 사이를 움직여가는 모습을 두우지간에서 배회한다고 표현했다. 서양별자리로는 궁수자리와 염소자리 사이에 해당하는 이 두 별자리는 연이어 있어 달이 움직여가는 궤적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궁수자리와 염소자리는 황도에 있는 별자리다. 달과 행성의 공전궤도면이 황도에서 가깝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달이 왜 두(斗)와 우(牛) 사이를 배회했는지 알 수 있다.

두(斗)라는 말은 보통 ‘자루가 달린 숟가락’(혹은 국자)을 가리킨다.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는 이름도 7개의 별이 자루가 달린 국자 모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8수 중에 있는 두(斗)라는 별자리는 서양별자리로는 궁수자리에 해당하는데, 6개의 별이 국자 모양을 이루고 있어 두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두칠성과 대응시켜 볼 때 남쪽에 있다고 해 남두육성(南斗六星)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통시대에는 남두육성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소동파는 28수는 물론, 북두칠성이나 남두육성의 유래와 위치까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달이 별자리 사이를 움직여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별자리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글짓기나 읽기에 천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동양벼라리 28수 중 두와 우는 바로 곁에 있다. 소동파는 적벽부에서 달이 두 별자리 사이를 배회한다고 읊었다.

200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전용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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