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영양이 풍부한 젖을 먹이는 ‘포유’는 오랫동안 포유류의 독특한 특성으로 여겨졌다. 카를로스 제라드 브라질 부탄탄연구소 구조생물학연구단장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자식에게 젖과 유사한 방식으로 먹이를 주는 양서류를 발견했다. 그 주인공은 브라질에 사는 무족영원 ‘시포놉스 아눌라투스(Siphonops annulatus)’다. 3월 7일, 제레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를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doi: 10.1126/science.adi5379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척추동물 시포놉스 아눌라투스라고 해요. 발이 퇴화된 무족영원목의 양서류로, 대부분 열대 지방에 살고 있죠. 제가 발이 없고 기다랗게 생겨서 처음에는 지렁이나 뱀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둘과 저는 진화적으로 굉장히 멀어요. 저는 지렁이와는 달리 척추가 있고 뱀과 달리 탈피를 안 한답니다. 양서류 중에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애들보다 덜 알려지고 덜 연구된 편이죠.
그런데 뭘 드시고 계시나요?
엄마 몸 끝의 구멍에서 나오는 끈적하고 뿌연 액체를 먹고 있어요. 연구자들은 이걸 보고 ‘젖’ 같다고 표현했어요. 저희는 엄마 등을 감아올라 가며 몸 끝 구멍 근처를 비비고 기웃거리면서 이 액체를 먹어요. 저희는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성장 속도가 달라요. 형제가 많은 집일수록 그 편차가 커서 부지런히 먹어야 하죠. 그래서 저는 밥을 먹을 때 다른 형제가 다가오면 엄마의 구멍을 뺏기지 않도록 입을 구멍에 더 깊게 파묻는답니다. 가끔은 엄마 피부에 흐른 것도 가서 핥아먹죠.
연구자들이 저희가 먹는 이 액체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다양한 종류의 지질과 탄수화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는 포유류의 젖과 유사한 성분이죠. 또 엄마 몸에서 수정된 알을 저장하는 장소인 난관은 저희를 먹이는 동안 확연히 커진다고해요. 엄마 몸속의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또 다른 기관들은 그렇지 않고요. 저희는 이렇게 만들어진 젖을 먹으며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몸무게가 1.3배로 증가해요. 저희가 두 달 동안 젖을 먹으며 자라는 동안, 엄마의 몸무게는 30%가 줄어들죠.
엄마는 어떨 때 젖을 주나요?
연구팀은 시포놉스 아눌라투스 새끼가 고음을 낼 때 엄마가 젖을 분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어요. 모든 새끼가 고음을 내지는 않지만, 새끼들이 평상시보다 젖을 먹기 직전 고음을 더 많이 내는 경향을 관찰했죠.
이전에는 방어 행동이나 땅을 팔 때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줄 알았대요. 그런데 소리를 내는 게 피부를 비비는 것과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신호였다는 걸 알아냈어요.
연구팀은 저희의 이런 행동들이 처음 발견된 만큼 아직 밝혀야 할 게 많지만, 부모 돌봄 방식의 진화에 관한 기존의 이해에 도전한다며 추가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