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발표나 시험, 면접 같은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에는 눈앞이 하얘지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1분이 수십 년 같은 대기 시간을 지나 실력을 발휘하려는 찰나! 커다란 말실수를 한다. 어떻게 끝냈는지도 모르게 허둥지둥 발표를 마치지만 너무 속상하다. 긴장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같이 발표를 한 친구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데 왜 나만 속이 바싹 타는 걸까. 불안과 긴장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걸까.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긴장은 어떻게 우리를 마비시킬까

지나친 불안과 긴장이 임무 수행을 방해한다는 연구는 잘 알려져 있다. 정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긴장은 이 에너지를 급속도로 빨아들여 정작 해야 할 일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에너지 소모 외에도 작업 기억 용량을 줄여 정보 처리 과정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컴퓨터로 치면 램(RAM)의 용량을 교묘하게 빼앗는 악성코드 같다고 할까.

만성적인 긴장은 우리를 무력하고 나약하게 한다. 긴장은 ‘자신감의 부족’,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느낌’을 동반하며, 이것이 심해지면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해도 안 될 거라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불안을 쉽게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쉽게 흔들린다는 연구도 있다.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더 쉽게 ‘질 나쁜’ 조언에 빠진다. 혹시 당신이 불안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면 귀가 너무 팔랑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도망치기만 하는 건 아닌지 종종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과도한 긴장은 삶의 큰 걸림돌이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항상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안이 너무 적으면 또 문제가 된다. 적당한 불안은 각종 위험을 알아채고 예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각종 ‘불감증’으로 인해 터지는 사고들이 좋은 예다.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열심히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움직인다. 이대로 놀면 시험을 망치게 될 거라는 불안이 엄습해야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좋은 예다.
 

불안에 다른 이름표를 붙이자

불안함을 관리하려면 항상 적당한 불안을 유지하는 게 좋다. 보통 불안에 취약한 사람은 불안감이 높을 때 ‘진정(calm down)’함으로써 평상심을 되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도리어 역효과가 난다. 최근 ‘실험심리학 저널’에 실린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앨리슨 브룩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는 지금 불안한 게 아니라 신난 것’이라고 감정을 재평가하는 것이 긴장을 푸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발표를 하거나 수학시험을 보게 해 긴장도를 높였다. 그 뒤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진정해야지’하고 스스로 되뇌게 했다. 다른 집단은 반대로 ‘나 지금 좀 신난 것 같아’라고 생각하게 했다. 실험 결과 긴장감을 신난다고 평가한 사람이 훨씬 자신감에 차서 끈기 있게 임무를 수행했다. 성적도 좋았다. 혼잣말로 ‘신난다!’라고 중얼거리거나 그렇다고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멀스멀 이상한 기운이 몸에 올라올 때 그 감정이 ‘지금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해주지는 않는다. 단순히 추측이나, 경험적으로 시험 같은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뿐이다. 따라서 이 감정에 다른 이름표를 붙이면 얼마든지 다른 감정이 될수 있다.

예컨대 실험 참가자에게 심장박동이 살짝 빨라지는 약을 먹이자 그 신체적 변화의 원인을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졌다는 연구가 있다. 심장박동이 빠를 때 매력적인 이성이 옆에 있다면 ‘이 감정은 사랑이구나’라고 해석하며 설레고,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나는 지금 화가 났다’라고 생각해 펄쩍 뛰었다. 긴장을 신난 상태로 바꾸는 것 역시 감정은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긴장과 신난 상태 모두 기본적으로 신체적 각성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많다. 그래서 긴장 상태더라도 ‘그게 아니라 신난 거’라고 해석하면 비교적 잘 납득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진정’이라는 상태는 긴장된 몸 상태와 정반대의 감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억지로 되뇌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면접 전이나 회의 전, 사람들과의 갈등 상황 등에서 지나친 긴장 때문에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면 오늘은 이 감정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작가
  • 에디터

    송준섭 기자

🎓️ 진로 추천

  • 심리학
  • 교육학
  • 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