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처럼 신나고 콜라처럼 짜릿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과학과 만난다.’‘Wow Science is Magic.’ 지난 8월에 열린 국내 양대 과학축전인 대한민국과학축전과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과학축전은 방학중인 학생과 시민에게 즐거운 과학을 선사한 자리였다.
“사랑의 열쇠고리 어때요? 친구의 생일선물로 그만이예요.”
과학을 체험하는 자리에서 웬 열쇠고리?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생각에 찾아가본다. 하트모양의 철판에 유성펜으로 글씨나 그림을 그리고 황산구리 용액에 잠깐 담근다. 그런 후 깨끗이 닦아 말려 열쇠고리줄에 매달면 완성! 간단하지만 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산화와 환원의 원리를 응용해서 글씨를 새긴 열쇠고리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부스 진행자가 열쇠고리를 만드는데 열중인 방문자들에게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한다. 체험 속에서 과학이 녹아드는 순간이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과학축전(주관: 과학문화재단)의 현장이었다.
레이저 총으로 표적 맞추기
2001년 대한민국과학축전은 생명공학의 해를 기념해 마련한 생명과 과학, 각종 로봇을 선보인 첨단과학전, 작년에 이어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과학전, 온라인 게임대회와 가상과학 실험을 선보인 정보통신전, 지역 대표 과학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시·도과학전, 환상적이고 신기한 사이언스어드벤처 등 1백55개의 프로그램이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펼쳐졌다.
이 중 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오랫동안 머물게 한 곳은 체험과학전. 체험과학전은 중·고등학교 과학반이나 학급의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였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이기 때문에 노하우가 축적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찾아온 방문자는 직접 체험을 해보고 가장 재미있는 부스를 선정한다. 사이언스어드벤처에는 어린이 관람객의 줄이 흥행영화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맥가이버탈출관이었다. 어두운 공간에 레이저 광선이 뿜어져 나오고 아이들은 실타래 같은 레이저 광선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레이저총으로 표적을 맞춘다. 액션영화나 SF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반면 올해의 야심작인 ‘생명과 과학’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힘겨워 보였다. ‘2001년 생명공학의 해’ 라는 구호가 무색하게도 방문자의 기억에 남을만한 체험을 선사하지 못한 것이다. 생명공학 관련 연구소가 체험 중심보다는 성과물 위주의 홍보와 전시 중심으로 내용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체험을 통해 어렵게만 다가오는 과학기술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소홀한 결과였다.
대한민국과학축전은 ‘게임처럼 신나고 콜라처럼 짜릿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과학과 만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러나 참신한 의도와는 달리 치밀한 기획과 진행이 다소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적인 로봇 석학의 강연
작열하는 태양 아래 가족들이 손을 잡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아이들은 물로켓이 발사되는 광경에 넋을 잃고 부모는 그런 아이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올해 2회째인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주관 : 지방공사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8월 11일-20일까지 10일간 열렸다. 과학의 심장부인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과학공원을 배경으로 첨단과학기술도시 대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국내 최대의 과학축제임과 동시에 대전의 상징인 문화관광 축제였다.
행사 장소인 엑스포과학공원을 들어서자 로봇 풍선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가 로봇이라는 것을 금방이라도 알려주는 듯하다. 로봇을 주제로 마련한 행사만도 8월의 크리스마스 강연, 액션로봇 체험교실, 애니멀, 댄싱로봇 경연대회 등 여러가지. 8월의 크리스마스 강연은 세계적인 로봇 석학이자 최근 컴퓨터칩을 팔에 이식시켜 관심을 모은 영국 레딩대의 케빈 워릭 교수가 진행했다. 그는 강연 도중 청중과 로봇에게 4개의 고리를 다른 장소로 누가 빨리 옮기는지 경쟁을 붙여보기도 한다. 그런 후 이에 빗대어 로봇의 지능을 설명한다. 이처럼 워릭 교수는 흥미로운 연출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로봇연구를 소개했다.
이 밖에도 액션로봇 체험전에서 우리생활에 이용되는 산업용, 교육용, 학습용, 가정용, 완구용 로봇으로 분리해 전시·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한편 남극의 생태, 환경, 세종기지의 연구활동상황을 소개하는 대형 얼음 구조물인 남극세종기지가 또다른 인기코너였다. 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히려는 듯 입구는 사람들의 긴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내부에는 얼음벽으로 지어졌고, 펭귄 등 각종 얼음조각들을 전시했다.
이와 더불어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했다. 그 중 테크노아트전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과학을 응용한 첨단기술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 그리고 과학기술 시대에 예술의 새로운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들도 많았다. 로봇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행사들이 넓은 공간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쉽게 찾아가기가 힘들었다. 시도가 돋보였던 테크노아트전은 대부분의 관람객인 초·중·고등학생들이 호응하기 힘든 전시연출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끄는데 난항을 겪는 모습이 보여 아쉬움을 더했다.
과학축전의 생명력은 탄탄한 기획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양대 과학축전에는 진행을 연구소나 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축제보다는 홍보 위주로 흐르고 만다. 이는 기획과정에서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철저한 준비가 부족한 점도 찾아온 이들을 실망시키는 요인이다. 부산에서 가족 모두 주말여행까지 계획하고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에 찾아온 김진일씨는 “1박2일로 개막식도 보고 여러가지 과학행사를 즐기기 위해 먼 걸음을 했어요. 그런데 벌써 오후인데도 준비가 덜된 행사들이 많아 제대로 볼 수가 없네요” 라고 불만을 토했다.
관람객은 작은 활동이라도 직접 체험해보고 만져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참신한 기획으로 색다른 체험의 장을 제공하면 줄을 길게 늘어서 열광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축전이 흥행영화만큼 대중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