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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차 수학과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미적분학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건가요?” 교수는 당황스러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머쓱했다. 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세상이 원래 복잡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을 토대로 만든 수학 모델이 쉽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기자는 그 때까지도 수학의 힘이 얼마나 큰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학이란 복잡한 현상을 좀 더 단순하게 묘사해 궁극적으로 그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예측하는 ‘실천’입니다.” 머릿속에서 ‘댕그랑~’ 종이 울렸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세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인 ‘생명체의 기원’이라는 물음에는 왜 수학적 모델이 없을까. 생물학에는 뉴턴의 법칙 같은 기본적인 방정식이 없지 않은가. 오랫동안 생물학은 수학을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수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이언 스튜어트는 이런 선입견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수학적인 관점과 기술이 생명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응용됐는지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예컨대, 북아메리카 서해안에 사는 목무늬도마뱀 수컷은 개체에 따라 파란색, 주황색, 노란색 목을 갖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는 양상을 관찰해보니, 주황색은 파란색을 이기고 파란색을 노란색을 이기며 노란색은 주황색을 이긴다. 진화론의 ‘적자생존’이 무색하다. 영국의 이론진화생물학자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는 1973년 ‘진화적 안정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집단 구성원들이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내시 균형’을 수정한 개념으로, 어떤 돌연변이도 개체군에 성공적으로 침입할 수 없는 안정성을 설명한다. 이 이론을 통해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수학이 생물학을 바꾼 예는 이뿐만이 아니다. DNA의 분자 구조는 결정속의 원자 구조가 만드는 회절 패턴으로 원자 구조를 재구성하는 브래그 법칙과 푸리에 변환이 있었기에 발견될 수 있었다. 멘델의 완두콩은 식물 개체들의 수학적 패턴을 활용한 결과였다. 식물의 유전을 깨닫는 과정에서 수학의 조합론과 확률론이 더해졌다.

수학 모형은 이처럼 복잡한 생물의 실제 세계에 대해 통찰을 제시해 왔다. 그리고 이런 양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생물학은 현미경, 생물분류학, 진화론, 유전학, DNA 구조의 등장이라는 다섯 가지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바뀌었는데, 이제 수리 생물학이라는 여섯 번째 혁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저자는 “22세기가 되기 전까지, 수학과 생물학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의 말이 실현될까? 수학과 생물학의 흥미진진한 ‘밀당’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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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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