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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트 AI] AI 애널리스트의 입사 조건은?

    (편집자 주. 생성 AI가 한국 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 만남은 앞으로 법률, 의료, 경제, 행정과 같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겁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망한, AI의 다음 단계를 상반기 동안 연재합니다.)

    챗GPT가 일상에 파고든 지도 14개월째다. 챗GPT가 등장하기 전에 ‘인공지능(AI)’은 IT 전문가들만 몰두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챗GPT가 나오면서 비로소 생성 AI는 누구나 매일 습관적으로 만지는 IT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리잡은 한국의 일상으로 챗GPT도 서서히 스며드는 셈이다. 생성 AI가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리 모두의 세상’이 되는 과정은 ‘돈’의 관점에선 특히 엄청난 기회다. 생성 AI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되려면 마치 경부고속도로처럼 관련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하고, 일반 사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도 필요해서다.

     

    최근 금융 시장에서 생성 AI 인프라 분야의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와 생성 AI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는 어도비의 기업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IT 혁신에 증권사가 웃는 이유는?

     

    생성 AI발 충격은 한국 금융산업, 더 나아가 한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거시적인 환경을 중심으로 서서히 파장이 미치고 있다. 국민 총생산(GNP), 국민 소득(NI), 고용과 같은 경제 전반의 통계를 근거로 경기 변동 등을 분석하는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기술 혁신은 민간 투자를 일으켜 12~15년 주기의 IT 경기 호황을 유도한다. 경제학에선 이런 기술 혁신에 따른 주기적 호경기를 ‘주글라 파동(Juglar cycle)’이라고도 부른다. 한국의 경제, 산업을 선도하는 IT 경기의 호전 가능성은 IT 기업들은 물론 반도체 등 IT와 관련된 주요 기업들의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업의 관점에선 이런 IT 기업 등의 투자 증가가 은행, 증권사 등의 자본 시장을 이용한 자금 수요의 증가를 뜻한다. IT 기술 혁신이 한국 금융업에서도 매우 소중한 기회인 이유다. 이 흐름을 증권업의 관점으로 조금 좁혀 보면, 생성 AI 기술의 가치사슬에 연계된 여러 기업에 대한 투자 자금 공급이 증가해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이 기업에 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기업공개와 증권 시장에의 신규 상장, 기업의 채권 발행 등이 있다.

    금융 혁신의 다음 촉매는 생성 AI

     

    이처럼 생성 AI의 기술 혁신이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키우는 거시적간접적 측면은 한국 금융업에서 물론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생성 AI가 한국 금융업에 미칠 영향에서 더욱 주목해야할 측면은 따로 있다. 바로 생성 AI가 은행, 증권 등 한국의 금융 기업에서 변화를 직접 일으킬 미시적 측면이다.

     

    기술 혁신은 금융에서도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온 핵심 요인이다. 1990년대 후반의 IT 버블이 전 세계적으로 일으킨 PC와 인터넷 열풍은, 한국에선 2000년대에 키움증권 등 온라인 증권사의 약진과 증권사들 간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발했다. 애플의 아이폰 탄생이 불붙인 2010년대의 모바일 인터넷 열풍은 2010년대 후반 한국의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2021년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소수 기업의 과점 구도가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한국 금융 시장에 신규 기업이 진입해 경쟁을 촉진하는 데, IT의 혁신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즉 IT의 혁신은 IT 산업 내부의 구도를 뒤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론 IT 기술 혁신의 성과를 잘 활용하는 금융기업들에게 엄청난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95가 PC와 인터넷 열풍의 시작점이었고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모바일 인터넷의 진원지였다면, 2022년 11월말 챗GPT는 생성 AI의 출발이다. 이 파도에 잘 올라탄 기업에겐, 속한 분야에서 급성장할 절호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 생성 AI라는 기회는 금융산업의 운명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금융 시장을 예측한 챗GPT

     

    그러면 생성 AI가 금융업에서, 특히 많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투자 도구’로서 어떻게 혁신성을 발휘하고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

     

    생성 AI가 실제 투자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여러 학계에서 활발하다. 한 예로 알레한드로 로페즈리라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대 교수 등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의 상장 기업 주식과 관련된 5만 여 개의 뉴스 제목을 챗GPT에 제시하고, 각각 해당 기업 주가에 미칠 영향을 ‘좋다(Good)’ ‘나쁘다(Bad)’ ‘모르겠다(Unknown)’ 중 하나로 답하게 하는 재밌는 실험을 진행했다. 뉴스의 시점은 챗GPT가 학습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은 2021년 말 이후로 제한했고, 챗GPT를 인터넷과 분리시켜서 실제 주가 정보를 차단시켰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챗GPT의 응답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조절했다. 그 결과, 챗GPT의 점수와 일간 주식 시장 수익률 사이엔 양의 상관관계가 보였다. 챗GPT는 뉴스들을 잘 분석해 주가에 미칠 영향을 답했고, 그에 따라 주식 비중을 조정했을 때 시장 평균보다 나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doi.org/10.48550/arXiv.2304.07619

     

    생성 AI를 투자 현장의 실무에서 활용할 때의 큰 장점은 여러 분야를 아우른 ‘글쓰기’ 능력이 꽤 쓸만하다는 것이다. 생성 AI는 기존의 ‘글 덩어리’들을 엄청나게 학습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즉 생성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무수한 글에 대한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든 투자자가 각자 다양한 업무로 너무 바쁜 시대다. 생성 AI를 투자에 적용하면 매일 금융 시장에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글 덩어리, 즉 뉴스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생성 AI는 뉴스의 제목만 보고 주식 혹은 채권, 부동산 투자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까. 챗GPT에게 “무섭게 치솟는 서울 아파트 전세값 고금리에 매매 대신 전세”라는 기사 제목을 보여주고 가까운 미래의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챗GPT는 이 기사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경제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 기사와 같은 빅데이터를 학습한 생성 AI가 유사한 제목의 데이터들이 생성됐던 과거의 한국 부동산 시장에 근거해, 최근 기사의 헤드라인만으로 단기 예측을 도출한 것이다. 예측의 정확도를 우리가 담보할 수는 없지만,  기사가 나온 시점은 2023년 11월 10일이고, 2024년 2월 8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11월 27일 이후 9주 연속 하락 중이다.

     

    한편 챗GPT에 “‘고금리 끝나나’ 아시아 증시 강세, 공매도 금지 한국도 활짝”이란 기사 헤드라인을 주고 가까운 미래의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챗GPT는 전망이 좋다고 답했다. 이 뉴스가 나온 2023년 11월 6일의 코스피지수는 2,502pt였고, 2024년 2월 7일 현재는 2,609pt여서 챗GPT의 단기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금리 인하, 공매도 금지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장기간의 빅데이터를 학습한 챗GPT는 이처럼 단기 시장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맞춤형 AI 애널리스트의 미래

     

    기업의 재무 상태, 경제 동향 등을 토대로 주식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같은 금융 전문가가 투자를 판단하는 과정의 상당 부분을 생성 AI가 대체 및 보완할 가능성도 위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도 기존의 전문적인 투자 조언을 사실상 무료로 받을 기회가 열렸음을 뜻한다. 각종 펀드와 생명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와 일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고객 맞춤형의 투자 리서치 서비스를 생성 AI가 제공하리란 예측도 가능하다. 앞으론 생성 AI의 맞춤형 투자 조언이 금융사들이 보유분석한 고객 데이터와 결합해, 금융서비스를 양적질적으로 혁신할 가능성을 계속 주목해야한다.

     

    아울러 생성 AI가 보편적인 ‘AI 애널리스트’로 금융권에 안착하려면 급속한 기술적 발전을 반영한 시스템적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동반돼야한다. 우선 생성 AI의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팩트체크 능력을 금융투자 시스템의 측면에서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금융투자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한 정교한 검증 능력은 AI 애널리스트 등장의 필수 조건이다. 제도적 측면에선 생성 AI의 학습, 접근에서 보호해야하는 민감한 고객 정보와 생성 AI가 서비스 향상에 응용할 수 있는 고객 정보의 경계도 새롭게 정비돼야할 것이다.

     

    가치사슬(value chain)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유통해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기까지의 일련의 활동.

    기업공개(IPO)개인이나 소수 주주로 구성된 기업이 관련 법률의 절차에 따라 그 주식을 일반 대중에게 분산해 매각하고,기업의 재무 내용을 공시하는 일련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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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에디터

      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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