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물이 자신의 위험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해결책을 찾아내 대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능을 가진 것이 바로 스마트 구조물이다. 스마트 구조물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하중이나 온도, 충격, 진동등의 외부환경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해낸다.
한편 복합재료는 테니스 라켓, 골프채 샤프트, 항공기, 우주선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재료다. 복합재료가 최적의 구조를 만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스텔스기가 가능하고 극심한 우주환경에서 견디는 위성체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통신망과 연계 가능
KAIST 기계공학과 항공우주공학전공 홍창선 교수와 김천곤 교수가 이끄는‘스마트 구조 및 복합재료 연구실’에서는 센서를 이용한 스마트 구조, 복합재료의 구조에 대한 해석과 설계, 스텔스와 전자파차폐, 우주환경에 견디는 복합재료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항공우주분야에 점점더 많이 적용되는 최신기술이다.
먼저 센서를 이용한 스마트 구조를 보자. 원자력 발전소나 항공기와 같은 매우 복잡한 기계 구조물의 경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조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조물의 안전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환으로 스마트 구조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스마트 구조물은 변화를 감지하는 감지계, 판단을 내리는 두뇌계, 적절히 반응하는 작동계 등 크게 세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이가운데 스마트 구조 및 복합재료 연구실에서는 감지계에 속하는 광섬유 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광섬유 센서 시스템은 한가닥의 광섬유를 복합재료에 심어 여러가지 센서기능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복합재료로 만든 다리에 한가닥의 광섬유를 심어 어떤 지점에서는 온도를 측정할 수 있고 어떤 지점에서는 다리에 걸리는 하중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광통신을 이용하면 수km나 떨어진 곳에서도 센서의 측정값을 금방 얻을 수 있다. 이밖에 전자기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부식과 같은 환경적 영향에 강하고 매우 높은 해상도를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 개발한 광섬유 센서 시스템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했던 로켓 KSR3의 연료 탱크를 시험하는데 적용하기도 했다. 복합재료로 만든 이 연료탱크에 광섬유를 심어 압력을 모니터했던 것이다. 앞으로 광섬유 센서를 이용하면 로켓을 사용 하는 중에도 연료탱크에 걸리는 압력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구조물에 광섬유 센서 시스템을 적용하는 일은 선진국에서조차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새로운 분야다. 현재 우주, 항공, 국방과 같은 분야에서부터 건축, 토목에 관련된 분야에까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앞으로 광섬유 센서를 자동차, 항공기 같은 일반 기계 구조물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도로, 교량, 댐 같은 기간산업시설에 적용할 경우 광통신망과 연계될 수 있으면 구조물의 정보를 좀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주환경에서 복합재료 연구
복합재료는 강도가 강하고 변형에 잘 견디며 열에 쉽게 팽창하지 않는 좋은 특성을 가진다. 섬유와 고분자로 구성된 복합재료의 경우 섬유의 방향과 쌓는 순서를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최적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복합재료는 해석 방법이 어려워 설계 하기 쉽지 않다. 연구실에서는 경험이 없는 사람도 복합재료를 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연구중이다.
이밖에 연구실에서는 전자기파를 차폐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섬유로 강화된 복합재료에 전자기파 흡수 물질을 혼합해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을 설계하고 그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다. 또 고진공, 강한 자외선, 극심한 온도변화를 보이는 우주환경을 연구실에 만들어놓고 복합재료의 물리적 성질이 변화하는 양상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우주공간에 띄우는 위성체에 성능이 우수한 고분자 복합재료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스마트 구조 및 복합재료 연구실에서는 2명의 교수를 중심으로 20여명의 석사·박사 과정 학생들이 과학기술부,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각종 기업체와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