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왕성(Neptune)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의 이름을 딴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다. 1989년, 보이저 2호가 근처를 통과하면서 찍은 해왕성은 그 이름에 걸맞게 깊은 바다처럼 짙푸른색을 띠었다. 그런데 사진이 찍히고 35년이 지난 후인 2024년, 해왕성이 보이저 2호가 찍은 사진만큼 푸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패트릭 어윈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1월 5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에 발표한 내용이다. doi: 10.1093/mnras/stad3761
보이저 2호는 여러 단색 카메라로 해왕성을 찍은 후 이 단색 이미지들을 합성해 해왕성의 사진을 만들었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해왕성의 색이 실제와는 다르게 변했다. 해왕성의 구름과 띠 같은 특징을 더 잘 보여줄 수 있게 사진의 대비도 더 강하게 조정됐다.
어윈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자들은 해왕성 사진이 과한 푸른색으로 조정됐음을 알고 있었고, 발표 당시의 사진 설명에도 적혀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점이 잊혀졌다”고 설명했다. 보이저 2호는 지금까지 해왕성 근처를 통과한 유일한 우주 탐사선으로, 보이저 2호가 찍은 짙푸른색의 해왕성 사진이 시간이 지나며 해왕성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연구팀은 해왕성의 정확한 색 스펙트럼을 알아내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과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VLT)으로 관측한 자료를 사용했다. 두 망원경은 색을 연속된 스펙트럼으로 관측할 수 있어 해왕성의 실제 색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연구팀은 관측된 색상을 바탕으로 보이저 2호가 찍은 해왕성 사진의 색상을 재조정했다.
이 과정을 통해 복원된 해왕성은 천왕성과 거의 비슷한 청록색을 띤다. 다만 해왕성은 안개 대기층이 더 얇아 천왕성보다 살짝 더 푸른빛을 띄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오랫동안 잘못 알려져 온 해왕성의 진짜 색깔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