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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달을 향한 열망과 비전이 넘치는 곳 아제르바이잔 국제우주대회에 가다

 

시원한 바람, 강렬한 햇빛이 상반된 매력을 뽐내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을 경유해 장장 11시간 비행한 끝에 9월 29일 바쿠에 도착했다. 땅만 파면 천연가스와 석유가 나오는 불의 땅 바쿠에서 10월 2일부터 5일간 74번째 국제우주대회(IAC嘌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가 열렸기 때문이다.

 

국제우주대회는 ‘우주 올림픽’으로 통한다. 우주 기술은 물론 우주법, 우주의 평화적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학술회의, 민간과 국가기관의 전시회 등으로 꽉 찬, 우주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갖는 국제 행사다. 국제우주대회에는 기업부터 연구기관, 학생들까지 대거 참석한다. 우주 산업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들도 참가해서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과학 유튜브 '지식인 미나니’의 운영자로서, 미래에 어떤 우주 산업이 새로이 시작될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올해는 인도의 대 활약기

 

2023년 8월 23일 인도는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에 달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1959년 소련의 루나 2호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이후 무려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 남극에 탐사선이 간 것이다.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76년 이후 무려 47년 만에 루나 25호를 발사해 달 남극으로 향했다. 하지만 루나 25호는 착륙 과정 중 궤도에서 이탈해 추락했다. 달의 남극에는 영구음영지역이 있다. 태양빛이 들지 않아 영구적으로 음지인 곳이다. 또 달의 남극은 밤이 되면 최저 기온이 영하 100℃까지 떨어진다. 달은 약 27.3일 동안 공전 및 자전을 해 낮과 밤이 14일을 주기로 번갈아 찾아온다. 극한 추위가 2주나 지속되는 것이다.

 

한없이 춥고 어두운 곳으로 탐사선을 보낸 이유는 자원 확보 때문이다. 달의 남극 꽁꽁 언 땅 아래에는 물과 같은 액체가 얼음 형태로 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한국의 다누리 궤도선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LRO 궤도선 등이 현재 달의 궤도를 돌며 이 영구음영지역에 어떤 광물과 액체류가 있는지 관측하고 있다.

 

인도의 찬드라얀 3호에는 달 착륙선 비크람과, 달 탐사로버 프라그얀이 탑재돼 있었다. 비크람이 달의 남극에 무사히 착륙한 이후, 프라그얀이 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착륙 성공의 기쁨도 잠시, 13일 간의 탐사를 이어가던 프라그얀은 영하 100℃에 달하는 달의 밤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어찌됐든 인류의 탈 탐험사에 큰 획을 그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부스엔 전세계 우주 산업 관계자, 연구자, 그리고 관람객들이 북적였다. ISRO 부스에는 비크람의 모형과 함께, 이번 찬드라얀 3호의 성과가 공개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ISRO와 협업하는 키샨 타카르 인도 우주기술 스타트업 갤럭스아이 스페이스 연구원을 만나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달 착륙 미션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무엇이었는지였다. 타카르 연구원은 “달 착륙선이 착륙할 곳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착륙할 곳의 땅이 평평한지 울퉁불퉁한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운 흙인지 거친 흙인지, 온도는 어떤지, 크레이터 깊이는 얼만지, 로버가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인지 등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신중하게 착륙지를 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프라그얀이 물을 발견했는지도 물었다. 그는 “확실하진 않지만 물 성분이 겔(젤)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분석을 하는 탐사선이 작동을 멈췄기 때문에 착륙하면서 얻은 데이터로만 분석한 결과”라며 아쉬워했다.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하는 일본 기업

 

국제우주대회에서는 강연이나 발표도 진행된다. 행사 이틀 차인 10월 3일 오후 6시에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오디토리움에서 일본 민간 달 탐사 기업인 아이스페이스의 발표가 있었다. 아이스페이스는 상용 우주선 개발을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달 착륙선과 탐사선을 개발해 달 남극 주변 착륙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하쿠토-R’이다. 하쿠토-R은 세계 첫 민간 기업의 달 착륙, 달 탐사 프로젝트다.

 

2022년 12월 아이스페이스의 탐사선 ‘하쿠토-R 미션1’은 스페이스X의 로켓을 타고 날아가 2023년 3월 달 궤도에 정상적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달 착륙 직전 고도계 센서 오류로 그대로 달 표면에 추락해 결국 착륙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국제우주대회에서 만난 아이스페이스 연구진들은 이러한 첫 번째 미션의 실패로 얻은 수많은 데이터로 그 다음 미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 미션은 첫 미션보다 더 큰 착륙선을 달 남극에 보내 착륙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주와 지구 간 물류 운송 가능성을 엿보겠다는 설명에 발표회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이스페이스의 목표는 2040년까지 달 기지를 넘어 약 1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달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 배송, 우주 탐사 관련 데이터 판매, 우주에서의 마케팅 지원 서비스 등을 펼칠 계획이다. 달 탐사를 하려는 민간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달 탐사 관련 보험 시장이 커지는 만큼, 우주와 관련한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국제우주대회에서 우주는 더 이상 과학적 탐구 대상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스페이스처럼 우주를 미래 산업으로 바라보는 민간 기업들이 많았다. 이런 민간 기업들이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탐사로버에 쏟아진 관심

 

‘해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부스에서 만난 달 탐사로버의 이름이었다. 항우연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협력해 만든 이 무인 탐사로봇은 최근 한국이 개발에 착수한 달 착륙 차세대 발사체에 탑재할 목표로 제작됐다.

 

해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퀴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바퀴와 달리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뚫려 있었다. 매우 고운 달 토양 입자들이 바퀴 내부에 쌓이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쉽도록 메쉬-그라우저(Mesh-Grouser)구조로 설계한 것이었다.

 

달 탐사로버의 바퀴를 접는 기술도 흥미로웠다. 한국의 우주 탐사 스타트업인 무인탐사연구소는 오리가미(종이접기 기술)를 연구하는 이대영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바퀴를 접을 수 있는 구조를 연구했다. 실제로 바퀴는 접어놓은 것처럼 처음엔 작게 말려 있다가 신호를 주면 펼쳐졌다. 우주에 탑재체를 실어보내는 데는 무게뿐만 아니라 부피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때문에 탐사로버의 바퀴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 기술에 해외 연구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온 몸으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경험

 

“미래에는 비행기가 아닌 스타쉽(스페이스X에서 개발 중인 우주선)을 타고 아침에 인천에서 출발해 점심에 런던에서 밥을 먹고 일하다가 저녁엔 LA에 도착해 저녁밥을 먹고 다시 밤중에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국제우주대회의 마지막 행사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의 화상 대담이었다. 머스크 대표는 화상 대담에서 우주선을 우주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이동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재밌는 상상을 펼쳤다. 그가 스타쉽을 언급한 건 대규모로 인원을 태울 수 있고, 또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로 추정된다.

 

그는 우주를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한 마디를 던졌다. “계속해서 우주에 관심을 갖고, 또 경험하라!” 그의 말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줬다. 새로운 지식을 얻고 이해하는 데는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고, 경험한 지식은 그 깊이가 다르다고 항상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내년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국제우주대회가 열린다. 밀라노뿐만 아니라 국내외 어디든 직접 현장으로 뛰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필자소개

이민환. 진학사에서 입시교육 콘텐츠 기획자, 한국예술원에서 특임교수로 일했다. 현재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이웃집 과학자, 과학동아, YTN 사이언스 등 다양한 채널로 과학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과학 현장에 직접 가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브 과학 채널 ‘지식인 미나니’를 운영 중이다. 최근엔 과학 만화책 ‘요즘 과학’, GPT-3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책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2023년 트렌드’도 펴냈다. skddl05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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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아제르바이잔 바쿠=이민환 과학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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