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천문학에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가 많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큰 이슈는 ‘허블 텐션’이다. 허블 텐션은 똑같은 우주를 관측하는 방식에 따라 우주의 팽창률이 다르게 측정되는 난제다. 허블 텐션은 각 관측 데이터가 정밀해질수록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해진다는 점도 매우 독특하다. 과학사를 보면, 과거의 열악했던 데이터가 정밀해지면서 과거의 미스터리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허블 텐션은 정반대다. 천문학자들은 매번 더 높은 정밀도로 우주의 팽창률을 측정하지만, 여전히 하나의 우주는 두 가지의 팽창률을 보여준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난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최근 제임스 웹이 보여준 관측 데이터는 허블 텐션의 미스터리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다.
우주 팽창을 파악하는 두 가지 방법
에드윈 허블이 우주의 팽창을 처음 발견한 이후, 천문학자들은 쭉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커지는지를 관측해오고 있다. 우주의 팽창을 파악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허블 때부터 이어지는 방법이다. 다양한 거리에 놓인 여러 은하들이 각각 얼마나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지는지 그 후퇴 속도와 거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우주 시공간이 통째로 고르게 팽창하므로, 각 은하까지의 거리와 후퇴 속도만 관측해서 비교하면 우주의 팽창률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은하들의 실제 움직임을 관측해서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의 팽창률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은하의 관측도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빅뱅 이후 천천히 식어가며 우주 전역에 남은 잔열, 즉 우주배경복사의 분포를 파악하는 것이다. 미지근하게 식은 자동차의 보닛을 만지며 언제쯤 시동이 꺼졌는지 추측하는 것처럼, 현재 미지근하게 식은 우주의 온도로 우주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빨리 팽창해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첫 번째 방법에 비하면 간접적이다. 우주배경복사를 통해 우주의 팽창률을 구하는 방법은 적용한 우주론 모델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비율이 조금씩 다르게 설정된 우주론 모델을 적용하면 같은 우주배경복사에 대해서도 우주 팽창률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
지상 관측만 가능했던 20세기 중반까지 우주의 팽창률은 그 추정치가 50km/s/Mpc(메가파섹1Mpc은 천문학적 거리 단위로 약 326만 광년)에서 100km/s/Mpc까지 오차 범위가 아주 컸다. 하지만 1990년에 허블 우주망원경이 올라가면서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시작했고, 우주 팽창률은 2% 내외의 작은 오차 범위로 약 73km/s/Mpc이라는 값을 얻었다.
반면 우주배경복사를 이용한 추정치는 조금 다르다. 최근엔 플랑크와 같은 우주망원경 관측으로 우주 전역에 퍼진 미세한 온도의 차이를 10만 분의 1 규모까지 파악해가고 있다.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은 약 67km/s/Mpc이다. 이 값은 은하를 직접 관측해 추정한 팽창률보다 6이나 낮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 차이가 계산 결과의 오차 때문에 발생한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각 방법이 더 정밀해지면 이 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지리라고 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은하를 직접 관측한 첫 번째 방법과 우주배경복사로 추정한 두 번째 방법, 두 결과 간의 차이는 점점 더 선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하나의 우주를 두고 두 가지 값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허블 텐션의 난제다.
제임스 웹의 선명한 눈으로 변광성 다시 보니
그렇다면 이 난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결국 가능성은 둘이다. 하나는 은하를 관측하는 과정에서 뭔가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주배경복사 분석에 적용한 우주의 진화 모델에 아직 알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제임스 웹은 첫 번째 가능성,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과정에서 예상 못한 오차가 있었는지 추가로 점검하는 관측을 진행했다. 천문학자들은 보통, 은하 속에서 주기적으로 밝기가 바뀌는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한다.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이 마젤란 은하 속의 변광성을 분석하며 발견했던,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활용한다. 즉 변광성의 밝기가 변화하는 주기가 며칠인지만 알면, 그에 비례해 밝아지는 별의 실제 밝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도 희미하다. 그럴 땐 은하 속에서 훨씬 밝게 폭발하는 Ia형 초신성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어려움은 있다. 우리은하 안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세페이드 변광성과 달리, 우리은하 안에서 50~100년에 한 번 꼴로 터지는 초신성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먼 은하들에서 간간히 초신성이 목격되곤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서 초신성의 실제 밝기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초신성만으로 거리를 재는 기준을 삼으면 위험하다.
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애용하는 은하들이 있다. 바로 세페이드 변광성과 Ia형 초신성, 둘 모두를 품은 은하들이다. 이런 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만으로 그 은하까지의 비교적 정확한 거리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거리를 초신성에 적용하면, 초신성의 실제 밝기를 좀 더 안전하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세페이드 변광성과 초신성 모두를 품은 은하를 활용해, 초신성의 밝기를 거리 측정의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좀 더 정확한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오차가 더 크며 불확실한 초신성 거리 측정법을 보정(calibration)하는 셈이다. 이런 사전 작업이 함께 이뤄지면, 초신성 폭발만 겨우 관측되는 아주 먼 은하까지의 거리도 좀 더 안전하게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비교적 가까운 우주에서 거리를 잴 때 사용하는 방법을 그보다 좀 더 먼 우주까지의 거리를 잴 때 적용하는 방식을 천문학에서는 ‘거리 사다리’라고 부른다. 스텝 바이 스텝, 거리 측정법을 순서대로 보정해가는 개념이다.
결국 더 먼 우주까지의 이런 거리 측정법은 가까운 우주 거리 측정법의 정확도에 의존한다. 앞 단계인 세페이드 변광성의 활용법이 애초에 어긋났다면, 다음 단계인 초신성의 활용법도 틀린 것이다. 이 위험성을 면밀히 재검토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더 선명한 제임스 웹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을 겨냥했다.
다시 우주배경복사로 향하는 의문들
2022년 천문학자들은 은하 NGC 1365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제임스 웹으로 관측했다. 제임스 웹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한 최초의 연구였다. 이 은하는 이미 오랫동안 우주 팽창률을 측정할 때 사용한 초신성 중 하나인 SNIa 2012fr도 품고 있다. 이 관측에서 천문학자들은 허블로 파악했던 38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에 더해, 24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새로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임스 웹으로 새로 구한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는 흥미롭게도 앞선 허블 관측 결과를 더 단단하게 지지했다. 제임스 웹 데이터가 더 좁은 범위와 적은 오차로 분포하는 차이는 있으나 허블 관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임스 웹의 훨씬 선명한 눈으로 봐도,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 그리고 그것으로 구해온 은하까지의 거리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나의 우주에서 두 가지 팽창률이 튀어나오는 허블 텐션의 미스터리. 그 원인이 관측한 은하의 거리인지, 아니면 우주배경복사에 적용했던 우주론 모델인지는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 제임스 웹은 앞선 허블 관측 결과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결국 그간 우주배경복사를 우주의 팽창 속도, 팽창률을 구하는 데 적용했던 우주론 모델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그동안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 우주론 모델을 적용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우주의 진화 과정을 재현해왔다. 그런데 이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만약 이번 제임스 웹의 새로운 관측이 앞선 허블 관측의 오류를 찾았더라면 얘기는 쉽게 끝났을 것이다. 관측의 정밀도가 다소 부족했고 제임스 웹으로 그 한계를 개선하니, 은하의 거리, 후퇴 속도로 구한 우주 팽창률도 드디어 우주배경복사로 구한 것과 같은 67 정도가 나온다는 결말이 가능했을테니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더 난감한 두 축 사이에서 고민해야한다. 허블뿐만 아니라 제임스 웹도 똑같은 한계가 존재하고, 둘 모두의 관측에 오류가 있는지, 아니면 정말 우주론 모델 자체에 수정이 필요한지.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필자소개
지웅배.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은하들이 사랑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연구한다. 우주를 가이드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은하철도 999 차장을 꿈꾼다. galaxy.wb.z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