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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과학시간엔요]과학고등학교

5화

│연구의 체계성
1학년부터 학생이 스스로 운영하는 융합과학탐구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축 
│수업의 창의성
처음에 교사가 전부 가르치기보다 학생 스스로 사고하며 서로 토의하도록 돕는 수업
│과정의 자발성
미래의 연구자로서 자기 자신의 역량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과정

 

9월 25일, 경기 의정부시의 경기북과학고 과학실.
20명의 2학년 학생들이 고급 물리학 수업 시간을 맞아 ‘광학렌즈 제작 및 초점 측정’ 실험을 하고 있었다. 물이나 글리세롤이 담긴 볼록한 그릇을 움직이며 초점을 확인하고, 빛과 렌즈의 거리를 계산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토론이 곳곳에서 들렸다.
수업을 진행한 정은석 물리교사에게 과학고 수업에 대해 물었다.


Q. 경기북과학고는 경기도의 유일한 과학 분야 특목고로,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큽니다. 교육과정에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먼저 모든 1학년이 참여하는 R&E(Research&Education) 프로그램인 융합과학탐구를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활동은 학생 3인이 조를 이루고, 각 조에 지도 교사가 연구 멘토로 함께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융합과학탐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입학한 1학기 초부터 곧바로 연구 설계 및 방법과 학교에 갖춰진 각종 전문 기자재의 사용법 등 기초 교육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4월부터 수학, 과학, 정보 등 각 과별로 조를 구성해 연구를 위한 토의, 조사를 시작합니다. 물론 처음엔 방향이 막연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진행 여부 및 방향을 결정하며 연구 범위를 구체적으로 좁혀갑니다. 자기 주도적인 연구 활동 경험이 적은, 우리 1학년 학생들에겐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6월이 되면 연구 주제를 선택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죠.


특히 7월엔 2주간 연구 집중 기간을 운영해 학생들이 실제 연구자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각 과마다 연구 결과들에 대한 융합과학탐구 발표 및 토의를 진행하며, 교사들의 피드백을 받습니다. 즉 1학기는 전체 융합과학탐구의 포괄적인 준비 기간이라고 볼 수 있죠. 이 결과를 바탕으로 2학기부터 본격적인 연구 활동과 교사와의 토의를 반복하며 연구를 심화시킵니다. 역시 12월엔 다시 2주간 연구 집중 기간을 갖고, 최종 보고서 발표와 토의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렇게 1년의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은 연구를 진행, 주도하는 역량과 타인과 협업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2~3학년 학생에겐 1학년 때 수행한 연구를 더 발전시킨 심화연구 참여를 권장합니다. 1학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인 연구 역량을 갖춘 2학년들이 한화사이언스챌린지,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 등 다양한 외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죠. 이처럼 이공계 연구자로서의 태도가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갖춰지도록 돕는 것이 경기북과학고의 목표입니다.


Q.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물리 수업은 범위나 내용 면에서 다른 학교, 다른 교사의 수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업은 모든 고교에서 공통으로 이수하는 보통교과보다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다양한 전문교과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학습량도 적지는 않습니다. 물리의 전문교과로는 고급 물리학, 물리학 실험 등이 있죠.


제가 진행하는 물리수업은 스스로 생각하고 발표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실험은 교과서 위주로 다루면서, 제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보다는 학생들이 더 깊이 고민하도록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 자체는 대부분 일반고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제가 먼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더 적고 직접 찾아보고 서로 토의하는 비중은 높다는 점에 과학고 수업의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진행한, 현미경과 망원경을 만드는 실험 수업도 학생들이 직접 물리 현상을 응용하는 창의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Q.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혹은 가르치시며 특히 기억에 남는 단원이나 실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와 함께 말씀해주세요. 


교과에서 제가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원은 없습니다. 학생들은 현재 이공계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 과정에 있으므로, 우선 즐겁게 물리를 배우며 자신의 적성을 찾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현재는 교과의 모든 단원이 의미 있습니다. 특정한 단원보다는 전체 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익혔으면 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즐겼던 수업들입니다. 예를 들면 ‘파동’ 단원에선 학생들이 다양한 재활용품으로 직접 악기를 만들고, 그 악기들을 연주하며 음파를 분석하는 수행평가를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지식으로만 알았던 사실들을 직접 경험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로 실험, 분석을 하면서 학생들이 매우 즐거워했습니다. 최근 큰 화제가 됐던 상온 초전도체를 직접 만드는 시도도 했는데, 함께 진행한 학생들에겐 큰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Q. 경기북과학고의 교육과정과 수업에 특별히 만족도가 높은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인가요?


제 경험상 학교를 즐기는 학생들은 만족도가 높고, 주변의 다른 학생과 자신을 비교하는 학생들은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경기북과학고는 이공계 연구자 양성이 목적인 연구중심학교입니다. 이 기본 조건을 즐겨야합니다. 다른 친구들과 연구, 토의하도록 장려하는 학교의 과정과 분위기를 즐기며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자기 자신에 집중했던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반면 과학고를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온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뛰어난 학생들이 워낙 많은데,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습관이 있는 학생들이 특히 힘들어했죠.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다른 학생과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신장시키기 어려워집니다. 남들의 성취보다 자신의 역량에 집중하며 과학고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기북과학고에서 1차 및 2차 지필시험 등의 매 학기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씀해주세요.


우선 일부 인문 교과를 제외한 과목이 모두 서술형 시험입니다. 6~8문항으로 50분 정도 진행되죠. 기본적으로 학교의 수업 범위 내에서 출제되며, 킬러 문항보다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학교 전체에 형성돼있습니다. 기계적인 문제 풀이 능력이 아닌, 창의적인 접근법과 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그런 까닭에 시험을 준비할 때 핵심은 학교 수업 자체입니다.

 

Q. 마지막으로 과학동아를 읽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과학, 특히 물리 과목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리를 어려워하는 학생은 과학고에도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➀수업 시간 중에 가능한 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당일에 이해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➁이해가 안 된 내용은 선생님께 묻거나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정리합니다. ➂문제집 하나를 선택해 진도에 맞춰 풀되, 문제집에 직접 풀지 말고 연습장에 따로 풀면서, 모르거나 시간이 많이 걸린 문제는 해결한 후 표시하고 넘어갑니다. ➃시험 전엔 정리 노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표시하고 암기합니다. ➄노트의 중요 내용을 암기하면서, 문제집의 표시한 문제들을 반복해 풀며 그 풀이 방법을 암기합니다. ➅내가 정리한 노트와 문제들이 시험에 나온다고 확신하고 그 문제는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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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정은석 경기북과학고 물리교사
  • 라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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